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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일류-승대 스리톱을 상대할지도" 김기동 감독, '전혀 몰랐던' 송민규 이적에 허탈한 이유

박찬준 기자

입력 2021-07-18 08:55

"민규-일류-승대 스리톱을 상대할지도" 김기동 감독, '전혀 몰랐던' 송…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정말 몰랐어요. 보도 보고 알았다니까요."



수화기 속 김기동 포항 스틸러스 감독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에이스'를 시즌 중 뺏겨야 하는 상황에 분노한 듯 했다.

주말, K리그는 송민규의 전북 현대행 소식으로 발칵 뒤집혔다. 사실상 이적이 확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단간 합의는 물론, 선수 연봉, 계약기간 등도 모두 마무리됐다. 고민하던 송민규 역시 최종적으로 전북행을 택했다. 마지막 남은 것은 김 감독의 동의다. 이적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김 감독은 18일 구단 관계자로부터 정식적으로 상황을 보고 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김 감독이 반대한다 해도 송민규는 전북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송민규의 전북행 이야기는 6월 부터 나왔다. 22세 이하 선수 쿼터와 측면에 문제가 있던 전북에게 송민규는 두가지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였다. 엄원상도 후보군이었지만, 현실적으로 송민규의 영입 가능성이 더 높았다. 전북은 6월말 포항에 20억원을 제시했다. 포항이 장고에 들어갔다. 20억원은 재정적 어려움이 있는 포항에게는 매력적인 금액이었다. 현실적으로 송민규로 벌 수 있는 최대한의 액수였다.

김 감독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구단에 "송민규는 팔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재계약을 한 김 감독의 조건은 송민규+강상우의 잔류였다. 일류첸코, 팔로세비치, 최영준 등 척추라인의 이탈로 측면 중심의 축구로 재편한 김 감독 입장에서 송민규의 이탈은 단순한 에이스의 이탈 이상을 의미했다. 송민규는 올 시즌 경기력이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고비마다 해결사 본능으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포항은 그 사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다녀왔다. 송민규의 전북행 소문은 사그러들지 않았지만, 구단은 김 감독에게 어떤 언질도 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잔류를 확신했다. 김 감독은 송민규의 전북행 보도가 나온 전날에도 스포츠조선을 통해 "그런 일 없다. 어떻게 내가 모르고 일이 진행될 수 있나. 내가 구단에는 그랬다. 영입은 바라지도 않으니 내보내지만 말아달라고 했다"고 했다. 하지만 송민규의 전북행은 사실이 됐고, 김 감독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 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보도 당일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사실 확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이 이번 이적 상황이 더욱 아쉬운 이유가 있다. 만약 송민규를 일찌감치 보내기로 결정했다면 받은 이적료로 대체자 영입을 시도할 수도 있었다. 송민규만큼은 아니지만 전력 약화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이적시장 마감일을 얼마 앞두지 않고 갑작스럽게 일을 마무리하며, 전력 보강의 길이 막혀버렸다. 지금 상황에서 좋은 선수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사실 유럽행이었다면 이토록 허탈하지는 않았다. 실제 김 감독은 송민규에게 여러차례 유럽행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퍼도 있었다. 하지만 이적료가 구단이 원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송민규의 전북행으로 '송민규-일류첸코-김승대 스리톱'을 상대할 수 있게 됐다. 모두 김 감독이 아꼈던 선수들이기에 허탈할 수 밖에 없다. 김승대도 구단 사정을 이유로 대승적으로 보냈고, 일류첸코는 아예 잡을 생각도 못했다. 여기에 송민규까지, 이 없이 잇몸으로 버티고 버텼던 김 감독이었기에 자신도 모르게 진행된 송민규 사가가 더욱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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