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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현장]'설레발은 필패' 잉글랜드, 호들갑 + 난동=결승전 패배

이건 기자

입력 2021-07-1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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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발은 필패' 잉글랜드, 호들갑 + 난동=결승전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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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웸블리(영국 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풋볼 이즈 커밍 홈? 노노노 풋볼 이즈 커밍 '롬'"



이탈리아 억양 가득 담긴 영어로 울려퍼진 말이었다. 정통 브리티시 억양을 구사하는 잉글리시들은 여기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냥 고개만 떨군 채 전철역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그들의 발걸음은 더욱 을씨년스럽게 보였다.

이탈리아가 유로 2020 우승을 차지했다. 로베르트 만치니 감독이 이끄는 이탈리아는 11일 오후(현지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유로 2020 결승전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1대1로 비겼다. 승부차기에서 3-2로 승리했다. 1968년 유로 우승 이후 53년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탈리아 역사상 두번째 유로 우승이었다.

잉글랜드 입장에서는 얼굴이 화끈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잉글랜드 내부 분위기는 이미 우승이었다. 잉글랜드 팬들은 '풋볼 이즈 커밍 홈(Football is coming home)'이라는 구호를 계속 외쳐왔다. 축구 종주국인 자신들이 유로에서 우승해서 트로피가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뜻이었다.

결승전 이틀 전 영국 의회 청원 사이트에는 '잉글랜드가 유로 2020에서 우승하면 결승전 다음날인 12일 월요일을 임시 공휴일로 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27만명이 동의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아직 결승전을 치르지도 않았다. 이런 이야기는 '운명을 시험하는 것(Tempting the fate)'"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도 치르지 않았는데 벌써 우승 그리고 공휴일 지정을 언급하는 것은 이르다는 의미였다. 쉽게 말해 '설레발'이었다.

경기 시작 10시간전부터 잉글랜드 팬들이 웸블리로 몰려들었다. 킥오프 시간이 다가올수록 팬들은 늘어만갔다. 코로나 19로 인해 경기장 전체를 채우지 못했다. 6만명만 수용했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많은 팬들이 웸블리로 왔다. 경기장 바로 밖에서 우승 확정 순간을 보고파했다.

사고도 있었다. 킥오프 직전 일부 팬들이 경기장 침입을 시도했다. 티켓 없는 이들이 무작정 경기장 게이트로 뛰어들었다. 웸블리 중앙 메인 계단을 점거하기도 했다. 경찰들이 투입되어 이들을 밀어내려고 했다. 결국 메인 계단 끝에서 수많은 팬들과 경찰들이 대치했다. 계단 아래 광장에서는 흥분한 잉글랜드 팬들이 기물을 파손했다. 바리케이트를 무너뜨리고 던졌다. 구조물에 올라가기도 했다. 결국 구조물이 무너지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결국 설레발은 필패였다. 잉글랜드는 이탈리아에게 무릎을 꿇었다. 경기가 끝나자 웸블리의 주인공은 잉글랜드에서 이탈리아로 빠르게 바뀌었다. 잉글랜드 팬들은 썰물처럼 빨리 웸블리를 떠났다.

그리고 이탈리아 팬들이 빈 곳을 메웠다. 그들은 노래와 구호를 외치며 흥겨워했다. 그리고는 확실히 말했다.

"풋볼 이즈 커밍 롬." 축구는 고향이 아닌 이탈리아 로마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