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울산이라는 팀에 걸맞지 않은 플레이를 보여줘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울산의 원톱' 김지현이 26일 FA컵 16강 경남과의 홈경기(3대0승)에서 마침내 시즌 마수걸이골을 터뜨렸다.
강원에서 '영플레이어상'을 받으며 리그 최고의 영건으로 손꼽혀온 김지현은 올 시즌 홍명보 감독의 기대속에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시즌 초반 번뜩이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았다. 울산의 골 기근이 이어질 때면 김지현, 힌터제어 등 원톱 자원들에게 원망의 눈길이 쏠렸다.
이날 후반 추가시간, 김인성의 킬패스를 이어받은 김지현의 발끝이 번뜩였다.침착하게 골문을 가른 김지현을 향해 동료들이 몰려들어 자신의 골처럼 기뻐했다. 홍명보 감독 역시 "오늘 김지현이 골을 넣어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 나선 김지현은 담담했다.
골 순간의 느낌을 묻는 질문에 "사실 그간 울산이라는 팀에 걸맞지 않은 플레이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제 자신이 좀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된 것같다"고 했다. "그 기간동안 잘 준비해서 그 결과가 빨리 나왔다면 빨리 나왔고 늦게 나왔다면 늦게 나온 것같다. 리그 경기가 빡빡하게 치러지는 중에 오늘 3대0이라는 결과를 내서 팀에게 좋은 영향을 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믿고 기다려준 동료들과 팬들, 홍명보 감독에게도 각별한 고마움을 전했다. "제가 항상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는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분들도 선수들도 한결같이 믿어줘서 그것 때문에 힘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딛고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준 것같다. 선수들도 팬들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감독님은 늘 자신감 있게 하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감독님께도 죄송한 마음이 있었다. 많이 믿어주셨다. 부족하지만 더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힌터제어의 마수걸이골이 먼저 터지고 불안하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김지현은 고개를 흔들었다. "조급함은 1도 없었다. 힌터제어가 골을 넣어서 너무 기뻤다"고 했다. "왜냐하면 힌터제어도 저도 우리팀의 골을 책임질 선수들인데 저처럼 힌터제어도 미안함이 있었을 것이다. 골로 인해서 힌터제어도 저도 마음의 짐을 덜어낼 수 있었던 것같다"고 설명했다. "오늘을 계기로 팀에 더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울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