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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안산의 봄,아스나위X심재민 살린 김길식 리더십[인터뷰]

전영지 기자

입력 2021-04-2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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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안산의 봄,아스나위X심재민 살린 김길식 리더십


"아스나위 도움 장면요? 기가 막혔죠."



김길식 안산 그리너스 감독이 '복덩이' 아스나위의 첫 활약에 환하게 웃었다.

언더독의 반란이다. 시즌 초반 심상찮은 기운을 이어가던 안산이 24일 K리그2 8라운드 홈경기에서 4연승을 질주하던 선두 대전 하나시티즌을 1대0으로 잡았다. 승리도 승리지만 결승골 장면이 김 감독의 말대로 기가 막혔다. K리그 최초의 '아세안 쿼터'로 안산 유니폼을 입은 신태용 인도네시아대표팀 감독의 애제자 1999년생 풀백 아스나위가 리그 첫 도움을 신고했다. 후반 35분 오른쪽 라인을 타고 박스안으로 거침없이 오버래핑해 들어가더니 반대쪽으로 쇄도하는 심재민의 발밑에 딱 달라붙는 킬패스를 찔러넣었다. 2019년 안산 유니폼을 입은 1997년생 포워드 심재민인 원샷원킬, 골망을 흔들며 3년만의 감격 데뷔골을 신고했다. 이 골로 안산은 680일만에 대전 상대 감격승을 기록했고 기업구단 대전(승점 15), 전남(승점 15)에 이어 리그 3위(승점 14)를 달렸다.

김길식 감독은 25일 골 장면을 언급하자 "기가 막혔다"며 흐뭇해 했다. 사연 있는 두 어린 선수가 리그 선두 대전을 상대로 반전승을 이끌었다. 아스나위의 나라, 인도네시아도 난리가 났다. 안산 SNS 팔로워수가 4만 명을 돌파했고, 아스나위가 직접 올린 안산 승리 기념사진 포스팅엔 약 3만8000명의 팬들이 '좋아요'를 눌렀다. 아스나위는 '원팀, 원드림, 원 패밀리(One team, One dream, One family)'라는 한줄에 'Believe the process(과정의 힘을 믿어)'라며 노력을 이어갈 의지를 표했다.

김 감독은 아스나위의 활약에 대해 "분명 갖고 있는 것이 있다"고 평했다. "신태용 감독의 추천대로 한국 스타일에 최적화된 선수다. 볼을 뺏기면 지구끝까지 가서 뺏어오는 근성이 있다. 끝까지 달려가 크로스를 올리는 근성도 있다. 많이 뛰어주고, 많이 붙어준다. 우리는 공수 할 것없이 상대보다 한발 더 뛰는 팀이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도 훈련장에서 경기장에서 아스나위를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아스나위는 전술 이해도가 빠르다. 감독이 주문하면 일단 무조건 한다. 태도가 정말 좋다. 임기응변이나 체력적으로는 아직 조금 부족한 면이 있지만 점점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김 감독은 아스나위에 대한 인도네시아 팬, 국내 팬들의 기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단순히 '마케팅용' 선수로 그쳐서는 안된다고 믿고 있다. "프로들의 무대이고 쓰기 위해 뽑았고, 쓸 수 있게 끌어올리는 것은 감독의 몫"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아스나위의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팀 훈련 후 아스나위의 훈련 프로그램을 따로 지시했다. 특별한 관심속에 아스나위는 빠른 속도로 K리그2 템포에 적응했다. 팀과 아스나위의 윈-윈을 위한 김 감독의 3백 전술도 적중했다. "아스나위는 스리백의 오른쪽에서 가장 좋다. 워낙 거침없이 들이대는 스타일이라 포백 수비에선 아직 조금 불안한 감이 있다. 포워드로도 써봤지만 스리백 윙백이 가장 좋다"고 판단했다. 감독이 기획한 특별훈련과 최적의 포메이션, 아스나위가 리그 3경기만에 동남아쿼터 선수 최초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활짝 웃었다. 김 감독은 "한번 살려보자, 도전해보자는 뜻으로 고민했고, 공을 들였고, 지금도 계속 함께 도전중이다. 아스나위가 잘 따라와주니 그저 고맙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날 데뷔골을 기록한 심재민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안산 경찰청 시절 유스 출신인 '프로 3년차' 심재민은 지난해 무릎, 발목 부상에 시달렸다. 8경기 출전에 그쳤다. 올해 동계훈련은 피로골절 때문에 쉬었다. 올해가 계약만료인데 자칫 위축될 수 있는 상황. 김 감독은 "너를 믿는다. 올해 정말 한번 잘해보자고 다독였다"고 했다. 감독의 믿음에 심재민이 3년만의 데뷔골로 보답했다. 김 감독은 "심재민은 우리팀 기존 공격수들과 또다른 스타일이다. 등지는 플레이, 볼을 소유하고 저돌적으로 상대 수비를 끌고 들어가는 부분, 결정력, 기술력을 고루 가진 선수다. 더 많은 활약을 기대한다"며 미소 지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달리는 스타일의 리더다. 동계훈련에서도 선수들과 함께 거침없이 땀을 흘렸다. '루마니아 특급' 시절 전사의 몸과 체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훈련장에서 숙소로 이동할 때 선수단 차를 타지 않고 달린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솔선수범, 소외된 선수들의 아픔을 다독이는 공감 리더십, 탁월한 동기부여로 시즌 초반 안산의 반전을 이끌고 있다. "알다시피 안산은 연봉이 높은 팀도 넉넉한 팀도 아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잘 버텨주는 선수들에게 그저 고맙다. 올해는 하고자 하는 의지가 더 강해지고 팀이 끈끈해진 느낌을 받는다. 축구와 선수를 향한 코칭스태프들의 진심을 받아주는 것같다"고 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많은 이들이 대전의 승리를 난관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정신을 강하게 일깨웠다. "대전이 4연승을 달리고 있는 1위팀, 뛰어난 팀이다. 하지만 아무리 잘나가는 팀도 한번은 넘어질 수 있다. 그 기회를 우리가 잡아야 한다." 경기 당일 미팅에서 선수들을 독려했다. "우리팀이 열악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럼에도 여러분이 이렇게 잘해주는 것이 늘 고맙고 미안하다. 선배 감독으로서 더 좋은 훈련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책무감이 크다. 대신 우리 서로 약속하자. 우리 후배들을 위해, 안산의 미래를 위해 오늘 정말 좋은 모습 보여주자. 오늘은 우리의 홈경기다. 떳떳하게 말할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하자."

그리고 안산은 1대0으로 승리했다. 아스나위의 첫 도움, 심재민의 첫 골, 680일만의 승리, 찬란한 안산의 봄이다. 김 감독은 "주위에서 '퍼펙트한 경기였다'고들 하시더라. 우리 선수들에게 그저 고맙다"고 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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