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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의 시대' 김상식 감독 "전북 DNA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볼만찬인터뷰]

윤진만 기자

입력 2021-04-12 16:51

수정 2021-04-13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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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의 시대' 김상식 감독 "전북 DNA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
2021 K리그1 전북 현대와 FC 서울의 개막전이 2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경기 종료 후 김상식 감독이 박수치고 있다. 전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1.2.27/

전북 현대 김상식 감독(45)은 전북의 '살아있는 역사'다. 2009년 성남 일화(현 성남 FC)에서 전북으로 이적해 2013년 은퇴할 때까지 팀의 중원을 든든히 지키며 전북이 지금의 리딩구단 위상을 얻는 데 일조했다. 은퇴 후에는 최강희 전 감독과 모라이스 전 감독을 코치로 보좌했다. 올해 전북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 감독은 '절친한 후배이자 입단 동기' 이동국(42·은퇴)이 떠난 마당에 '전북 DNA란 게 대체 무엇인지'를 대답할 수 있는 사실상의 유일한 선수단 멤버다.



김 감독은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를 5대0 대승으로 마치고 하루 뒤인 12일 오후 본지 축구전문방송 '볼만찬 기자들'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은 질문에 "전북 DNA라고 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경기를 치르고 많은 우승컵을 들면서 선수 개개인과 팀 모두 자신감이 쌓였다. 그게 DNA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계속해서 "'우리 자신감을 갖자'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 선수들이 하나하나 (자신감을)쌓아올렸다. 그래서 강팀과의 중요한 시합에서 전북 DNA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전북은 지난 4시즌 K리그 최초로 4연패에 성공했다. '하나원큐 K리그1 2021'를 9라운드까지 진행한 12일 현재, 5연패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9경기에서 7승 2무, 12팀 중 유일하게 무패 질주하고 있다. 경기당 약 2.6골에 달하는 22골을 몰아치며 김 감독이 시즌 전 공언한 '화공'(화끈한 공격)을 실천하고 있다. 김 감독은 "사실 과정을 보며 걱정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 외국인 선수들의 늦은 합류 등으로 인해 100%인 상태로 개막전에 나서지 못했다. 일류첸코는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생각하자고 선수들에게 말했다. 시간이 가면 좋아질 거라고 믿었다. 기대한 것보다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전북 클럽 어드바이저로 부임한 '한국축구 레전드' 박지성 위원은 김 감독이 2라운드 제주 원정에서 개막전과 비교해 무려 7명을 바꾸는 파격적인 라인업을 꾸리며 1대1로 비기는 걸 보며 '올해 1호 조언'을 건넸다. '감독님, 다음 홈경기에선 로테이션 조금만 돌리세요.' 김 감독은 "알았다. 그런데 다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 계획이라 함은 '주전급 11~14명이 아니라 1군 전원의 컨디션을 고르게 끌어올리기'였다. 초반에 삐끗할 위험을 감수하면서 차근차근 팀 경기력을 올리려는 김 감독의 '큰 그림'이었다. 이는 최근 3경기 11득점 3연승을 통해 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초반 빡빡한 일정으로 주전급 선수들이 하나둘 부상당하는 시점인데, 전북은 오히려 스쿼드가 강해지고 있다. 백승호 쿠니모토 구스타보 바로우 한교원 최철순 이범영이 인천전 교체명단에 속한 선수들이다.

김 감독은 이처럼 그림을 잘 그리는 지도자로 꼽힌다. 눈앞의 경기만을 바라보지 않고 멀리 내다본다. 그런 면에서 최강희 전 감독과 닮은 구석이 있다. 김 감독이 백승호 쿠니모토를 인천전 교체명단에 포함된 것도 철저한 계획하에 이뤄진 판단이다. 백승호는 수원 삼성과 합의서 논란으로 한달 반 넘게 팀 훈련을 하지 못했다. 지난 3월 30일 전북에 입단해 열흘 남짓 개인훈련과 부분적인 팀 훈련을 진행했을 뿐이다. 쿠니모토는 지난해 11월 울산 현대와의 FA컵 결승 2차전에서 발목 피로골절상을 당해 4개월 넘게 재활했다. 인천전 출전은 다소 이른 감이 있었지만, 김 감독은 "앞으로의 경기를 위해 선수들의 감각을 끌어올릴 필요성" 때문에 이들을 호출했다. 이날 경기도 김 감독이 원하는 구상대로 흘러갔다. 전반 중반 주전급 윙어 한교원과 바로우를 투입해 스코어를 벌린 뒤 후반에 두 미드필더를 투입하기,다. 4-0 스코어로 벌어진 뒤 두 선수를 동시에 투입했다. 결과도 얻고 두 미드필더를 자연스럽게 합류시켰다. 초보감독답지 않은 선수 운영 노하우가 돋보인다.

오는 21일 울산과의 첫 현대가 더비가 이제 채 열흘도 남지 않았다. 지금은 전북이 승점 3점 앞서지만, 그 한 경기에 따라 우승 레이스가 요동칠 수도 있다. 올해 나란히 현대가 팀을 맡은 지도자가 더비에서 지략대결을 펼치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김 감독은 "울산 홍명보 감독님과 올해 같이 K리그에 데뷔했다. 홍 감독님과는 가끔 식사를 한다. 존경하는 선배님"이라며 "시즌 전 이름값에 대한 여론을 접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내가 전북 감독이 된 걸 구단 직원, 선수들이 좋아했다. 나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매치 휴식기에 저희 나름대로 휴식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했다. 그래서 수원~포항~인천전에서 많은 골을 넣고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이제 3위 성남, 2위 울산, 5위 강원을 연달아 만나는데, 다시 한번 '도장깨기'에 나서야 한다. 울산과 맞대결? 부딪혀 보겠다"라고 말했다.

지금도 충분히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전북은 올 여름 더 강해질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겨울 영입 리스트에 있는 선수들 중 다수를 여러 이유로 놓쳤다. 송민규 강상우(이상 포항) 이승우(포르티모넨스) 사살락 하이쁘라콘(부리람) 등이다. 김 감독은 "1, 2, 3번으로 찍었던 선수들을 영입하지 못해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선수를 데려오고 싶다고 해서 다 데려올 수 있는 건 아니"라며 "지금 있는 선수들이 너무 잘해서 영입하면 안 될 것 같다. 지금 이름을 이야기하면 몸값만 올라갈 수도 있다.(웃음) 영입 준비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여름 국가대표급 윙어 문선민과 권경원이 군 제대 후 합류한다. 권경원은 합류 후 계약기간이 일주일 남는다. 김 감독은 "일주일 동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못 나가게 해야 할 것 같다.(웃음) 선수는 유럽 진출을 원한다. 선수 미래를 생각할 때 막을 수 없다. 하지만 만약 아시아권으로 가려고 한다면 전북으로 오는 게 맞다"며 손짓했다.

김 감독은 이 인터뷰에서 '예능인'으로 변신한 이동국에게도 러브콜을 날렸다. "오랜시간 축구만 한 친구라 조금이라도 자기 시간을 가지는 게 좋을 것이다. 앞으로 동국이가 어떤 마음일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전북에 돌아올 거다. 이동국이 구단에서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감독으로서 충분히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에겐 다 계획이 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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