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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광화문연가' 윤도현 "무대위에서 백지, 당황한 적도…딸 앞에서 공연때 가장 긴장"

고재완 기자

입력 2021-08-18 14:26

수정 2021-08-1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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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연가' 윤도현 "무대위에서 백지, 당황한 적도…딸 앞에서 공연때…
사진제공=CJ ENM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2018년 이후 3년만에 돌아오는 웰메이드 주크박스 뮤지컬 '광화문연가'가 지난 달 1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세 번째 시즌의 막을 올렸다. '광화문연가'는 세대를 초월해 감성을 자극하는 고 이영훈 작곡가의 주옥 같은 명곡들을 토대로, 이지나 연출, 고선웅 작가, 김성수 음악감독 등 국내 최정상 제작진이 의기투합해 2017년 첫 선보인 작품이다.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없이 리메이크되며 세대를 불문하고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붉은 노을', '옛사랑', '소녀', '깊은 밤을 날아서',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등 1980~90년대 대중음악을 장악하며 대한민국 '팝 발라드' 장르를 개척했던 고 이영훈 작곡가의 곡을 토대로 더욱 트렌디하며 세련되게 곡을 편곡했다. 레트로와 뉴트로 감성 모두를 선사하는 주크박스 뮤지컬로 여러 세대의 다양한 관객층을 공연장으로 불러들이며 뮤지컬 관객층의 저변을 넓히는 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죽음까지 단 1분을 앞둔 '명우'가 '월하'와 함께 떠나는 시간여행을 다룬 이야기를 바탕으로 음악으로 기억되는 우리의 시간을 돌아보게 하는 뮤지컬 '광화문연가'에서 윤도현은 명우 역을 맡았다.

윤도현은 18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뮤지컬을 하니 재미있다"고 운을 뗐다. "마음가짐도 다른 것 같다. 예전 뮤지컬을 더이상 안하겠다고 했었는데 다시 하게돼서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중이다. 그러다보니 재미가 생겼다. '광화문연가'의 초연을 했었다. 창작 뮤지컬의 초연을 했다는 것은 자부심과 의미가 있다. 배우 윤도현으로서의 오리지널리티가 담긴 작품이다."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에 대해서는 칭찬일색이었다. "차지연 배우는 가창력이 어마어마한 분이시고 성량이 나와 같이 큰 분이라 내가 마음놓고 호흡을 맞출수 있는 '케미'가 있다. 매순간 진심으로 뮤지컬 공연을 하는 분이다. 공연을 오래하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는데 항상 진심으로 하려고 하기 때문에 나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

정호영에 대해서는 "그냥 사람 자체가 월하 캐릭터 같은 느낌이다. 월하가 내가 연기하는 명우의 시간여행을 도와주는 역할이다. 연습 때도 느꼈는데 실제로도 내가 의지를 많이 한다. 성규는 가장 월하답게 귀엽기도 하고 개성이 넘친다. 매번 다른 월하 역의 배우들과 하니 명우에게 신선함을 잃지 않게 하더라."

윤도현은 5년 전 '헤드윅' 이후 뮤지컬에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너무 힘들어 '내가 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때는 내 능력에 대해 고민에 빠졌고 음악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냈다. 그래서 안했는데 지금은 나에게 맞는 뮤지컬이면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당시에는 자리를 못잡는 느낌이 있어서 그랬는데 나이도 좀 먹어가고 하면서 어떤 면에서는 내려놓는 것도 있고 저돌적인 마음도 생기고 해서 지금은 긍정적인 기운을 얻고 있다. 나에게 맞는 작품이라면 계속 할 것 같다."

록커 윤도현과 뮤지컬 배우 윤도현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아티스트 윤도현에게는 록커라는 것이 참 좋게 브랜딩이 돼 있지만 뮤지컬배우 윤도현에게는 걸림돌이 될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광화문 연가'에서는 노래 연습을 많이 했다. 워낙 부르던 노래 스타일이 있어서 그 스타일 말고 작품에 맞는 창법을 만들어보려고 했다. 뮤지컬에서는 정확한 딕션과 가사 전달을 하기 위해서 힘을 빼서 부르고 있다. 원래 두성을 많이 쓰던 창법인데 자제하는 중이다. 최대한 록커의 모습이 아닌 극중 명우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보려고 노력을 했다."

이날 그는 무대 실수담도 털어놨다. "무대에서 실수를 만회하는 방법은 없다. 그 실수에서 벗어나는게 중요하다. 안그러면 뒤에까지 다 망가진다. 그래서 실수한 후에는 더 집중을 많이 하는데 그래서 잘 풀리는 것 같다."

하지만 뜻하지 않는 실수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장기공연이라 긴장이 풀려서 실수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얼마 전에는 '소녀'를 부르다 가사 실수를 했다. 안하던 실수를 해서 다음날에는 '절대 실수 말아야지'하면서 열심히 연습하고 들어갔는데 어처구니 없게 '사랑이란걸'을 부르는데 갑자기 백지가 돼버렸다. 코러스가 있는 곡이었는데 생각날 조짐이 안보여서 아예 더 크게 불러서 코러스를 안들리게 했다. 막 지어내서 부르면서 더 크게 했다. 그리고 그 이틀간 너무 힘들었다. 왜그랬는지 모르겠다. 유난히 '소녀'만 연습을 많이 했더니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공연이 중후반 접어들면서 균열이 생기는것 같아서 조심하고 있다."

가족의 반응에 묻는 질문에는 "사실 딸이 공연을 보는 날 긴장을 제일 많이 했다. 항상 거침없이 후회도 없이 다 얘기하는 유일한 사람이 딸이다. 귀도 예민하다. 튠이 잘못되고 목소리가 안좋은 것도 늘 지적한다. 다행히 그날은 잘 봤다고 괜찮았다고 하더라. 연기도 예전보다 좋아졌다고 하더라. 그땐 긴장을 진짜 많이 했다"고 웃었다.

YB멤버들도 공연을 봤다. "영국인 멤버 스캇은 잘 이해를 못할 줄 알았는데 반응이 좋더라. '노래가 완벽했다. 목소리 관리를 잘한 것 같다'고 하더라. '못알아들어도 충분히 느낄수 있었다'고 말해줬다. (박)태희 형은 멤버들과 같이 왔는데 마음놓고 울 수 없었다고 한 번 더와서 보고 울고 갔다.(웃음)"

지금 윤도현은 뮤지컬의 매력에 완전히 빠진 상태다. "항상 내가 재밌게 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대 출연진들이 많은 뮤지컬이 재밌다. 외골수처럼 밴드만 해와서 많은 사람들과 작업하는게 흔한 일이 아니라 이런 것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매번 공연할 때마다 어떤 날을 어렵게 풀린 날이 있고 쉽게 가는 날이 있다. 쉽게 가는 날은 보는 분들도 편안하게 느끼시고 명우 캐릭터를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명우라는 캐릭터가 처음에는 잘못하면 참 이기적이고 자기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 같은 캐릭터라 배우들과 토론을 많이 했다. 또 내가 음악을 하다보니 나와 닮아있는 부분이 많이 있다. 음악 이외에 다른 부분을 많이 생각 안하고 살아와서 주변인들이 보기에는 서운할 것도 많을 것 같다. 음악이 나에게 많이 중요해서 내 일상과 닮아있는 부분이 있어서 연기하는데 개인적인 감정이입이 많이 됐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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