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SC이슈]봉준호가 열고 이병헌이 닫은 74회 칸 영화제…28년만 女감독 황금종려상 영예(종합)

이승미 기자

입력 2021-07-18 06:35

수정 2021-07-18 08:10

more
봉준호가 열고 이병헌이 닫은 74회 칸 영화제…28년만 女감독 황금종려상…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제 74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 한국영화는 없었지만, 봉준호 감독이 열고 이병헌이 닫으며 한국 영화계의 위상을 보여주는 시상식이었다.



17일 (현지시각)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열린 제74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이 진행됐다. 폐막식에서 함께 진행된 시상식에서 칸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은 여성 연쇄살인범이 경찰을 피해 행방불명된 소년인 척하며 그 소년의 아버지를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줄리아 듀코나우 감독의 '타이탄'(TITANE)이 차지했다. 여성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건 1993년 제43회 시상식에서 제인 캠피온 감독의 '피아노'가 수상한 후 무려 28년만의 일이다.

핀란드 감독 주호 쿠오스마넨 감독의 '컴파트먼트 넘버6'(COMPARTMENT NO. 6)와 이란의 거장 감독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신작 '히어로'(A Hero)가 심사위원 대상을, 태국 대표 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메모리아'(Memoria)과 이스라엘의 나다브 라피드 감독이 연출한 '아헤드의 무릎'(Le genou d'ahed)이 심사위원사을 공동수상했다.감독상은 개막작인 '아네트'(ANNETTE)를 연출한 레오 카락스에게, 각본상은 일본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Drive my car)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오이 타카마사 작가에게 돌아갔다.

호주 영화 '니트램'(Nitram, 저스틴 커젤 감독)의 케일럽 런드리 존스와 노르웨이 영화 '더 워스트 펄슨 인 더 월드'(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르나트 라인제브가 남여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특히 이날 진행된 폐막식에는 충무로 대표 배우이자 비경쟁 섹션에 초청된 '비상선언'(한재림 감독)의 주연 배우인 이병헌이 여우주연상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이병헌은 "여기에 와서 너무 기쁘고 수상자 모두 축하드린다"라며 불어로 인사한 뒤, 영어로 "내가 불어를 잘 못해서 죄송하다"며 "이 페스티벌은 나에게 아주 특별하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제를 열었고 송강호가 심사위원이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심사위원장인 스파이크 리 감독을 언급, 자신과 닮았다고 농담을 던져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폐막식에 이병헌이 무대에 올랐다면, 6일 진행된 시상식에는 봉준호 감독이 깜짝 등장해 축제의 시작을 알린 바 있다. 칸 영화제 측이 시상식 당일까지도 참석 여부를 비밀에 부치며 '비밀병기'로 준비했던 봉 감독은 개막식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시상식이 열리지 않았던 지난해를 언급, "하지만 오늘 여러분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니까 끊어졌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영화제는 멈춘 적이 있지만, 영화는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에서 기차가 달린 후로 이 지구상에서 시네마는 단 한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이자리에 모인 위대한 필름메이커와 아티스트들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제73회 칸 국제영화제에서는 전 세계에 '봉 하이브' 신드롬을 일으켰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아 올해 시상식에서도 어떤 한국영화가 경쟁부문에 초청될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올해 한국 영화는 단 한편도 경쟁 부문에 초청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다만 비경쟁 부문에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과 홍상수 감독의 '당신의 얼굴 앞에서'가 초청됐다. '비상선언' 한재림 감독과 송강호, 이병헌, 임시완이 영화제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밟았다.경쟁 부문 초청작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영화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영화인인 봉준호 감독이 열고, 이병헌이 닫은 의미있는 영화제로 기록되게 됐다. 또한 '기생충'의 히로인 중 하나인 송강호는 이번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한국 배우가 칸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건 이번이 최초다.

송강호는 개막식 당일 열린 심사위원 공식 기자회견에서 "사실 저는 올해도 (영화제를) 못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 그만큼 팬데믹이 위협적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기적과 같이 여러분께 인사드리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초청된 윤대원 감독의 '매미'가 2등을 차지하며 깜짝 성과를 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시네파운데이션은 본 경쟁 부문과는 별도로 영화 전공 학생들의 졸업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섹션으로 차세대 신예 감독들이 세계 무대로 나가는 등용문으로 꼽히기도 한다.올해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초청된 영상원 영화과 출신 신예 윤대원 감독의 졸업 작품인 단편 영화 '매미'는 이 섹션에 초청된 17개의 작품 중 2등으로 선정, 상금 1만1250유로(약 1518만원)을 받았다. '매미'는 무더운 여름밤, 소월길에서 성매매하는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담은 17분 분량의 단편 영화다.

베니스 영화제에 대항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의 지원을 받아 1964년 1회 개최를 시작한 칸영화제는 국제 영화제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대표적 영화 축제다. 지난해 칸영화제는 전 세계를 뒤흔든 팬데믹으로 인해 파리에서 일어난 5월 혁명으로 개막을 취소했던 1968년 이후 52년 만에 오프라인 개막을 취소한 바 있다.

이승미 기자 smlee026@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