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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한동철→'걸스플래닛'"… '프듀'가 망친 아이돌 오디션, 명예회복전

백지은 기자

입력 2021-07-15 14:06

수정 2021-07-1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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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철→'걸스플래닛'"… '프듀'가 망친 아이돌 오디션, 명예회복전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꿀뚜기가 망신시킨 어물전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



'오디션 명가' Mnet이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투표조작 사건으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아직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보상하겠다'던 Mnet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는터라 아이돌 오디션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도는 높지 않다.

그러나 방송가에서도 딱히 별다른 대응책이 없다. 이미 한동안 계속된 트로트 몰이로 시청자는 싫증을 느꼈고, '슈퍼밴드'를 비롯한 비주류 장르 오디션은 그만큼의 파급력을 갖기가 쉽지 않다. 결국 시청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도 화제성을 키우고 수익을 내기 위해선 아이돌 오디션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프로듀스 101'의 전대미문의 뒤통수로 신뢰를 잃은 시청자를 되돌리기 위해 각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공정성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투표 집계를 전문 외부 기관에 일임하거나, 이름 만으로도 믿음이 가는 스타들을 심사위원으로 내세우며 민심 회복에 힘을 쏟았다. 또 방탄소년단의 활약으로 시작된 'K팝 글로벌화'에 편승하고자 다양성을 강조하는 게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SBS '라우드'는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 박진영과 피네이션의 수장 싸이가 함께 월드와이드 보이그룹을 육성한다는 콘셉트의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이 춤과 노래 실력으로 평가를 했다면, '라우드'는 참가자 개개인의 기획력과 매력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며 한 인물의 청사진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재미가 있다. 더욱이 '강남스타일'로 전세계를 사로잡았던 싸이와 발표곡, 발표 그룹마다 모조리 히트시킨 박진영이 손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각 소속사 연습생들의 진면목을 어필하는데는 성공했지만, 매번 비슷하게 거듭되는 그림이 식상하다는 평도 만만치 않다.

MBC는 9월 '극한데뷔 야생돌'과 11월 '방과후 설렘'을 선보인다.

'극한데뷔 아이돌'은 야생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보이그룹 선발 오디션이라는 점에서 출발 전부터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를 갖는다. 또 '무한도전' 등을 만들어낸 '미다스의 손' 여운혁PD가 메가폰을 잡고 김호중 손호준 등이 소속된 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가 제작에 참여, 탄탄한 기획과 구성을 기대하게 만든다. 다만 야생에서 펼쳐지는 서바이벌인 만큼, 연습생 혹사 논란이 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리스크가 있다.

'방과후 설렘'은 빌보드 차트인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걸그룹을 뽑는 프로그램이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 비해 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한 만큼, 더욱 치열하고 깐깐한 경쟁과 심사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는 한동철PD다. 한PD는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프로듀스 101' 시리즈를 선보인 '오디션계의 제왕'이다. 일정 정도의 성공이 보장된 만큼, 이미 지원자는 8만명에 육박했고 세계적인 공연기획사 2곳이 3년간 진행될 월드투어를 제안하고 나섰다.

앞으로 방송될 내용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미 연습생들을 직접 미팅하며 개개인의 스토리와 연습생 간의 관계를 파악, 휴머니티를 극대화할 편집 방향을 잡았다. 또 오디션 프로그램 시작과 동시에 관련 플랫폼을 론칭, 음반 및 콘서트 티켓 구매, 영상 스트리밍 뿐 아니라 여행 게임 등의 기능을 연계해 아티스트 팬덤 외 일반 대중의 관심을 유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를 뛰어넘는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하다. 기존에 공개된 콘셉트 포토 등을 보면 연습생들은 교복을 입고 '여고생 콘셉트'로 어필하고 있다. '프로듀스 101' 시리즈에서 숱하게 봤던 그림이자 최근 불거지고 있는 성상품화 논란을 빗겨가기도 어려워보인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한방'이 없다면 '방과후 설렘' 또한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아류작으로 남을 위험이 있다.

시청자의 믿음은 바닥을 치고 있지만 Mnet은 또 하나의 걸그룹 오디션을 론칭한다. Mnet은 8월 6일 '걸스플래닛999 : 소녀대전(이하 걸스플래닛)'을 방송한다.

'걸스플래닛'은 한국 중국 일본에서 각각 33명씩, 총 99명의 지원자를 뽑아 최종 9인조 걸그룹을 결성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여진구가 MC를 맡고 원더걸스 출신 선미와 소녀시대 출신 티파니 영이 K팝 마스터로 힘을 보탠다.

프로그램은 이미 1만 30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고, 이중에는 걸그룹 체리블렛, 아역배우 이채윤부터 중국 오디션 프로그램 '창조 101' '창조영 2020' 출신인 수루이치 췌어원메이슈 션사오팅, '청춘유니2'에 참가했던 장루오페이 왕아러 쉬쯔인 푸아닝 윈저 시엔, STAR48 소속 중국 걸그룹 SNH48의 마위링 왕치우루, GNZ48 량쟈오 량챠오 쌍둥이 자매, 중국 싱어송라이터 황씽챠오, 일본 니지 프로젝트 파트1 참가자였던 사쿠라이 미우, 에이벡스 트랙스 레이블 X21 출신 카와구치 유리나, 위에화엔터테인먼트 소속 데이라이트 천신웨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휴닝카이의 친동생인 휴닝비히에 등 기존 오디션 출신부터 현역 걸그룹 멤버까지 포함돼 관심을 끈다.

그러나 시작부터 전조가 좋지 않다. 이왕야러 왕치우루 천신웨이 등이 과거 SNS에 '항미원조' 찬성글을 올린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항미원조'는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에서 중국이 북한을 도와 미국에 맞섰다는 의미를 가진 말이다. 즉 항미원조에 찬성한다는 것은 북한이 대한민국을 침공한 것이 옳다고 하는 것과 다름없는 말이다. 이미 수많은 희생자와 아픔을 남긴 전쟁에서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겠다는 사상을 가진 이들이 대한민국에서 데뷔를 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건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다.

이에 문제적 참가자들의 출전을 막아달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고, 심지어는 방송자체를 금지시켜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서바이벌 오디션은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시청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시청자가 얼만큼의 애정을 갖고 프로그램과 참가자에 몰입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그런데 시작 전부터 국민적 반감을 끌어안은 '걸스플래닛'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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