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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작정하고 만든 마라맛 오컬트 '랑종', 제2의 '곤지암' 될까

조지영 기자

입력 2021-07-15 09:56

수정 2021-07-1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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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정하고 만든 마라맛 오컬트 '랑종', 제2의 '곤지암' 될까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나홍진 감독이 기획 및 제작하고 태국의 '천재 감독'이 만나 작정하고 만든 공포 영화 '랑종'(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노던크로스·GDH 제작).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 공포라는 장르 한계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심상치 않다.



'랑종'은 태국 산골 마을,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의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을 그린 작품이다. 2016년 개봉한 '곡성'으로 무려 687만명의 관객을 동원, 오컬트 장르 대가로 등극한 나홍진 감독이 데뷔 이래 처음으로 기획 및 제작에 참여했고, 데뷔작 '셔터'(05)로 '태국의 천재 감독'으로 등극한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을, 태국 연극배우 싸와니 우툼마, 태국 신예 배우 나릴야 군몽콘켓이 출연해 만든 한·태 합작 영화다.

태국의 영화를 접하기 쉽지 않은 국내 관객에게 '랑종'은 그야말로 신세계 그 자체다. 낯선 태국 샤머니즘을 소재로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오컬트 장르를 표방한 '랑종'은 여름 무더위에 지친 관객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여기에 잔혹한 장르 영화를 만들어온 나홍진 감독과 태국 공포 장인인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의기투합했으니 작품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상황. 개봉 전부터 '마라 맛 공포' '마라 맛 오컬트'로 관심을 끈 '랑종'은 이런 열기를 입증하듯 개봉 첫날부터 메가 히트를 터트리며 축포를 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4일 개봉한 '랑종'은 12만9917명을 동원해 단번에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랑종'의 누적 관객수는 시사회 포함 17만7602명으로 기록됐다. '랑종'보다 일주일 앞서 개봉한 '블랙 위도우'(케이트 쇼트랜드 감독)는 7일간 1위를 지켜왔지만 '랑종'의 등판으로 곧바로 전세가 역전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블랙 위도우'는 같은 날 8만3405명(누적 162만7610명)을 기록, 2위로 내려앉았다.

'랑종'의 오프닝 스코어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공포 장르 영화(영진위 분류 기준) 중 '박쥐'(09, 박찬욱 감독)의 첫 날 관객수 18만명을 이은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또한 지난해와 올해 통틀어 공포 영화 중 가장 높은 스코어를 기록 중인 '콰이어트 플레이스 2'(존 크래신스키 감독)의 오프닝 관객수(5만3833명)를 두 배 이상 뛰어넘는 수치다. 이뿐만이 아니다. 역대 외화 공포 영화 최고 흥행작인 '컨저링'(13, 제임스 완 감독)의 첫 날 관객수(8만1130명) 또한 가뿐히 뛰어넘었다. 결과적으로 '랑종'은 2009년 이후 청소년관람불가 공포 장르 영화 최고 오프닝 스코어 신기록을 수립하며 쾌조의 출발을 내디뎠다.

현재 역대 한국 공포 영화 흥행 순위는 314만 관객을 동원한 '장화, 홍련'(03, 김지운 감독)이 18년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고 267만 관객을 동원한 '곤지암'(17, 정범식 감독)이 2위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장화, 홍련'은 12세 관람가, '곤지암'은 15세 관람가로 등급 리스크가 적은 편이었고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또한 아니었던, 한국 영화 황금기에 개봉해 흥행에 더욱 불을 지필 수 있게 됐다. 특히 '곤지암'의 경우 한국 공포 장르 관심도가 떨어졌을 때 개봉했고 여기에 간판스타를 내 걸지 않고 신예 배우들을 대거 기용한 캐스팅임에도 흥행에 성공해 한국 공포 장르에 의의를 더했다.

'랑종'의 경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리스크는 물론 낯선 태국 산골 마을과 처음 접한 태국 배우들, 여기에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난관이 예상됐지만 작품성 하나로 밀어붙인 결과 첫 날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우며 신드롬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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