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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이성민 "푹 빠진 양자역학과 비슷한 세계관 매료"..운명적인 '제8일의 밤'

조지영 기자

입력 2021-07-06 11:04

수정 2021-07-0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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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민 "푹 빠진 양자역학과 비슷한 세계관 매료"..운명적인 '제8일의…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충무로의 대표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 '연기 신(神)'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다. 매 작품 속 캐릭터를 연구하고 고뇌하는 열정과 진심을 가진 이성민(53)이기에 가능했던, 응당 어울리는 수식어다.



7개의 징검다리를 건너 세상에 고통으로 가득한 지옥을 불러들일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의 봉인이 풀리는 것을 막기 위해 벌어지는 8일간의 사투를 그린 넷플릭스의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제8일의 밤'(김태형 감독, 곰픽쳐스 제작). 극 중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의 봉인이 풀리지 않도록 지키는 박진수를 연기한 이성민이 6일 오후 스포츠조선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제8일의 밤'에 쏟은 열정과 작품에 담은 진심, 애정을 고백했다.

'제8일의 밤'은 2500년 전, 인간들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지옥문을 열려고 했던 요괴를 붉은 눈과 검은 눈으로 나눠 봉인했다는 부처의 전설을 모티브로 했다. 금강경 32장을 주제로 독창적인 세계관을 펼친 '제8일의 밤'은 악을 퇴마하는 오컬트 장르로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이 만들어낸 숙명으로 얽히고설킨 인물들이 선사할 촘촘한 서스펜스와 스릴러로 지난 2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에 공개됐다. 넷플릭스에서 선보이는 가장 한국적인 미스터리 스릴러로 전 세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중.

또한 '제8일의 밤'은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믿고 보는 배우'들이 총출동해 많은 기대를 모았다. 특히 '공작'(18, 윤종빈 감독)의 리명운, '남산의 부장들'(20, 우민호 감독)의 박통 등 어떤 캐릭터건 그 인물 자체로 변신하며 스크린으로 생생하게 불러낸 대체 불가한 배우 이성민이 '제8일의 밤' 중심축을 맡아 눈길을 끈다. 이성민은 죽은 자의 영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전직 승려였지만 귀신을 천도해야 하는 운명을 거부하고 은둔해 사는 인물 박진수를 연기했다. 동자승 청석(남다름)으로부터 '그것'이 깨어나려고 한다는 사실을 듣고 봉인 해제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박진수로 변신, 다층적이고 예측 불가한 미스터리를 명품 연기로 더욱 밀도 있게 완성했다.

이성민은 '제8일의 밤'을 선택한 이유로 신선하고 독특한 세계관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그는 "영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금강경 구절이 쓰여 있었다. 펑소 관심이 있었던 분야가 있었는데 그 부분이 금강경에 나온 이야기와 맞닿은 부분이 있더라"며 "그 당시 관심 있었던 분야는 입자물리학, 양자역학 등 관심이 있었다. 비록 유튜브를 통해 찾아보는 수준이지만 영화 속 내용 중 불교의 세계관과 비슷한 지점이 있다고 느꼈다. 만약 '그런걸 볼 수 있는 초인, 초능력자가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싶었다. '우리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과연 진짜일까' '우리가 보는 것이 전부일까' 등에 대한 관심이 컸다. 그때 '제8일의 밤' 시나리오를 받게 됐다. 마침 내가 궁금해하는 캐릭터가 '제8일의 밤'에 나와 매력적이었고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김태형 감독을 만나고 싶었고 실제로 김 감독을 만나기 전 이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감독이 책을 100권 정도 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욱 궁금증이 생겼다. 처음 만나 서로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굉장히 흥미진진한 작업이 될 것 같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컬트 장르 도전 또한 막연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이성민은 "우리 영화에 오컬트라는 생각은 크게 하지 않았다. 나 역시 새로운 장르였지만 지금은 여러 플랫폼을 통해 오컬트 장르가 많이 나와 익숙하다. 다만 내가 촬영할 때만 해도 오컬트 장르가 대중적이지 않았다. 그런 부분에서 오는 기대감은 있었다. 그리고 늘 신인 감독들과 작업을 많이 해왔고 김태형 감독이 준비를 워낙 많이 해서 좋은 작품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작품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새로운 도전이었던 '제8일의 밤'에 대한 만족감도 높았다. 이성민은 "감독으로서 작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배우로서 작품이 만족스럽다"며 넷플릭스로 공개된 것에 "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영화가 공개됐는데 그 부분은 아직 실감이 잘 안 난다. 영화가 공개된 날 집에서 아내가 영화를 보던데 지인들로부터 많은 연락을 받더라. 확실히 극장 개봉과 다른 느낌이었다. 낯설고 새로운 경험을 한 것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실제로 '제8일의 밤'은 스트리밍 사이트 랭킹 전문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 기준 공개 직후 한국에서 1위를 기록, 이밖에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 등에서 5일 기준 1위를 지키고 있다. 또한 홍콩, 일본, 싱가포르에서 2위에 오르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중. 이와 관련해 "반응을 어떻게 찾아봐야 할지 모르겠다. 영화가 극장에 개봉했을 때에는 관객이 얼마나 봤는지 찾아볼 수 있는데 OTT 플랫폼 공개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한국에서 1위를 하고 아시아권에서도 반응이 좋다고 하니 신기하다"고 머쓱해 했다.

물론 낯선 세계관과 스토리로 호불호를 가지는 관객에 대한 걱정과 반대로 자부심도 함께 공존했다. 이성민은 "'제8일의 밤'은 솔직히 쉽게 설명되는 구조의 영화는 아닌 것 같다. 시나리오를 받고 나 역시 김태형 감독에게 이야기의 구조와 흐름이 친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신 조금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찾아볼 수 있는 인물과 사건의 비하인드를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영화다. 더불어 김태형 감독의 연출 중 자세히 보면 누가 살아있는 사람이고 누가 살아있지 않은 사람인지 구별하는 숨은 비하인드도 있다. 그런 부분을 찾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고 애정을 쏟았다.

충무로 대표 '믿보배'라는 수식어에 대한 겸손도 보였다. 이성민은 "실제로 '믿보배'라는 수식어를 즐기진 않는다. 다만 새로운 작품을 선택할 때마다 실수하지 않도록 늘 고민하는 것 같다. 아마 모든 배우들의 근원적인 고민, 고뇌일 것 같다. 또한 책임일 수도 있다"며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고 작품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그런 부분을 신중하게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이 또한 배우로서 숙명이기 때문에 잘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런 부담감에 대해 크게 스트레스 안 받으려고 한다. 이러한 고민과 고뇌가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제8일의 밤'은 이성민, 박해준, 김유정, 남다름, 김동영 등이 출연했고 김태형 감독의 첫 장편 상업 영화 데뷔작이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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