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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 판정' 이봉주 "아직도 고생"→목발 짚고 마라톤 스승과 재회 "억장 무너져"(TV는 사랑을 싣고)[종합]

정유나 기자

입력 2021-05-2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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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 판정' 이봉주 "아직도 고생"→목발 짚고 마라톤 스승과 재회 …


[스포츠조선닷컴 정유나 기자] 'TV는 사랑을 싣고' 이봉주가 30여 년 만에 마라톤 스승님과 재회했다.



26일 방송된 KBS 2TV 'TV는 사랑을 싣고'에는 대한민국의 영원한 마라톤 스타 이봉주가 출연해 자신의 육상 재능을 발굴해 준 코치를 찾아 나섰다.

이날 이봉주는 궁금했던 근황을 공개했다. 앞서 이봉주는 희귀 질환인 '근육긴장이상증'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많은 팬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던 상황.

이에 MC 김원희, 현주엽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몸 상태를 묻자 이봉주는 밝은 미소로 "요즘 달리기를 조금 쉬고 있다. 1년 전에 몸에 불시에 근긴장 이상증이 와서 아직도 고생을 하고 있다"면서도 "그런데 너무 걱정하시지 않아도 될 거 같다. 지금은 통증이 없어 앉아 있는 것은 괜찮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이어 김원희가 "왠지 이봉주 선수는 금방 털고 일어날 것 같다"라며 응원의 말을 건네자 이봉주는 "정신력이 아직 살아있으니까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하며 불굴의 마라토너 다운 굳은 의지를 엿보였다.

이봉주가 꼭 찾고 싶은 사람은 바로 그에게 처음 육상의 기본기를 가르쳐주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리는 법을 알려준 마라톤 스승님이었다. 이봉주는 "그동안은 선수생활 하다보니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몸이 안 좋다 보니 코치님이 더욱 보고 싶어졌다"고 전했다.

어린 시절 이봉주는 축구, 야구를 하고 싶었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돈이 들지 않는 육상을 선택했다고. 당시 특별활동으로 육상을 시작한 이봉주는 그를 눈여겨본 삽교고등학교 복진경 코치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자퇴와 재입학까지 하면서 학교를 옮겼고, 이후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충남 예산 지역 1500M 경기에서 우승을 하는 등 재능을 꽃피웠다.

이봉주는 자신의 뒤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쫓아오던 코치가 "포기하지 말고 태극마크를 꼭 달아라"고 응원하고 끝까지 믿어준 덕분에 지금의 국민 마라토너가 될 수 있었다는데. 이후 삽교고 육상부가 갑자기 해체되면서 은인이었던 코치와 헤어지고 육상을 그만둬야 할 위기에 처했던 이봉주는 천만다행으로 육상 명문 광천고에서 그를 스카우트하면서 마라톤 선수로서의 생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날 이봉주는 김원희, 현주엽과 함께 고등학생 때 생활했던 합숙소를 찾았다. 과거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는 합숙소를 둘러보던 이봉주는 힘들었지만 그리운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렸다. 이봉주에 따르면 당시 학교 재단이 방앗간이었기에 쌀은 떨어지지 않았지만 나머지 반찬들은 학생들이 자급자족해야 할 정도로 훈련 환경이 열악했다고. 이봉주는 "힘든 과정들을 잘 버텼기에 오늘날의 제가 있는거 같다"고 말했다.

이봉주에게는 육상 선수로서 치명적인 약점도 있었다. 현주엽의 요청으로 이봉주가 맨발을 공개하자 김원희는 "완전 평발이네"라면서 놀랐다. 게다가 이봉주는 왼쪽 발이 오른쪽 보다 4 mm 이상 큰 짝발이어서 마라토너로서는 최악의 조건을 갖춘 셈.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9년 은퇴까지 마라톤 풀코스 41회 완주를 포함, 무려 지구 네 바퀴 반의 거리를 달렸던 이봉주는 "평발은 군대도 안 갔었다. 걷는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고통을 다 참고 뛰어냈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봉주의 웃음과 눈물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공개됐다.

고 손기정, 박세리, 김연아 등과 함께 체육인들의 최고 영예인 체육훈장 청룡장을 수상한 이봉주는 단 3초 차이로 아깝게 금메달을 놓쳤던 애틀랜타 올림픽 경기를 회상했다. 그는 "100미터만 더 있었으면"이라며 여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봉주는 4개월 뒤 열린 후쿠오카 마라톤에서 애틀랜타 금메달을 가져간 라이벌 선수와 다시 맞붙게 됐고, 이번에는 당당히 우승을 거머쥐면서 '3초의 한'을 풀 수 있었다. 이때 현주엽이 "아프리카 선수라 날이 추워서 기권했다는데"라면서 조심스럽게 설욕전에 얽힌 비화를 공개하자 추적카 안이 웃음바다가 됐다.

수만명의 하객들이 참석한 결혼식도 언급했다. 이봉주는 "잠실 주경기장에서 결혼식을 했다. 2002년 마라톤 대회가 열렸는데, 시상식을 한 뒤에 결혼식을 진행했다"면서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면서 결혼해서 더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봉주는 결코 잊을 수 없는 또 다른 경기로 반세기 만의 한국인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룬 2001년 '보스턴마라톤'을 꼽았다. 훈련 막바지에 부친상을 당했던 이봉주는 몸과 마음이 모두 엉망이었음에도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죽기 살기로 뛰어서 우승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혀 주위를 감동으로 물들였다. 이봉주는 당시 우승 메달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목발을 짚고 재회 현장에 선 이봉주는 "코치님을 만나면 힘과 에너지를 더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간절함을 드러냈다.

이봉주를 만난 코치는 그의 투병 사실을 알고는 "선생님이 억장이 무너진다. 성실하고 착한 놈이 그러니 어찌냐. 치료는 잘 받고 있느냐"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에 이봉주는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났어야 했는데 죄송하다. 곧 좋아질 거다. 괜찮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얼싸안고 부둥켜 안으며 서로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jyn201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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