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연기상을 거머쥐며 새 역사를 쓴 윤여정은 1971년도 스크린 데뷔작인 '화녀'를 연출한 김 감독을 수상 소감의 말미, 하이라이트 부분에 언급했다. "나의 첫 번째 영화를 연출한 김기영 감독님. 그는 천재적인 분이었다. 살아계셨다면 기뻐해주셨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미국 LA총영사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도 "김기영 감독님을 만난건 일종의 '사고'였다"면서 "스물한살 때 그를 처음 만났고 모두가 그를 천재라고 하는데, 당시 나는 이상한 그가 싫었다. 그를 향한 감사함을 50살이 넘어서야 뒤늦게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윤여정의 말에 김 감독에 대한 젊은 관객들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윤여정 오스카 수상을 기념해 1일부터 CGV 시그니처관에 재개봉하는 '화녀'의 예매율이 증가하는가 하면, 더 나아가 김 감독의 대표작들이 각종 OTT 플랫폼과 VOD를 통해 재조명받고 있다.
김 감독은 아내와 함께 1998년 명륜동 집 화재 사건으로 인해 세상을 떠났는데, 당시까지만 해도 미공개 유작이었던 '죽어도 좋은 경험'의 마지막 장면이 주인공 부부가 화재로 사망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김 감독은 지금까지 보여왔던 행보 만큼이나 더 기이한 죽음으로 기록되게 됐다.윤여정 뿐만 아니라 현재 충무로 최고의 거장이라고 꼽히는 봉준호 감독 역시 오스카 레이스를 비롯해 여러 공식석상 자리에서도 수차례나 김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해 왔다.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직후 열린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서 어느날 갑자기 내가 이런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김기영 감독님처럼 한국 역사 속에는 많은 위대한 감독님이 계시다"고 말했다. 이후 국내 매체들과 진행한 '기생충' 홍보 인터뷰에서는 "김기영 감독님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다. 그분의 영화를 보고 광분했다. 감독님이 살아계셨다면 '기생충'을 꼭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고, 오스카 캠페인 기간 진행된 인터뷰나 GV에서도 늘 "한국에 김기영 감독이라는 매우 훌륭한 감독이 있고 난 그의 영향을 받은 연출자다"고 강조했다. 앞서 '옥자'로 칸 영화제를 찾았을 때도 "한국에서 '하녀'를 만든 김기영 감독님을 영화적 멘토로 모신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