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비하인드 스토리] 드라마같은 '아이리스' PPL

2009-11-18 16:48

 블록버스터 첩보드라마에선 머리핀 하나도 예사롭지 않다. KBS 수목드라마 '아이리스'는 무려 2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다. 제작사인 태원엔터테인먼트가 이 비용을 100% 부담하기는 어렵다. 제작지원 또는 PPL(간접광고: Product Placement)이라는 이름으로 참여하는 기업들이 있다. 자막을 통해 기업명을 노출하는 조건으로 제작비를 일부 부담하기도 하고, 자사의 제품을 드라마 소품으로 지원하기도 한다. '아이리스' PPL의 이면에는 드라마처럼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다.

누구나 협찬? … 묻고 따져 29개만 골라
北 공작원 신상 휴대폰 등 꼼꼼한 실제적 설정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협찬"
 
◇대작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KBS2 수목극 '아이리스'엔 29개 기업이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김선화 역을 맡은 김소연과 김현준 역을 맡은 이병헌이 촬영 중간 대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태원엔터테인먼트>
 ▶남조선 최신폰, 북한공작원의 머스트해브 아이템?

 극중 박철영(김승우 분)은 북한 호위총국 고위간부다. 호위총국 집무실로 등장하는 곳은 서울 도심의 특급 L호텔이다. 지난 10회 방송분에서 남북 정상회담 준비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할 때 박철영은 K사의 최고급 O승용차를 탔고, L사의 최신형 N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아이돌그룹 소녀시대가 광고모델로 출연하고 있는 바로 그 휴대폰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북한 공작원이 어떻게 한국 최신형 휴대폰을 들고 있냐'며 리얼리티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태원측 관계자는 "박철영이 부하직원 도철(장동직 분)과의 비밀통화시에만 사용하는 이른바 작전폰이다. 실제 상황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리얼리티를 살린 설정"이라고 밝혔다. 또 "나중에 한국 요원이 북한으로 가는 장면도 나오는데 이때도 실제 북한 지역에서 통화가능한 휴대폰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극중 최신형 N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박철영 외에 김현준(이병헌 분) 최승희(김태희 분) 등 딱 세명 뿐이다.

 ▶제작지원비 규모는 기존 드라마의 5배

 '아이리스' 제작에 참여한 기업(브랜드)은 29개다. 이 가운데 방송 개시 이후 합류한 기업은 단 2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27개 기업은 방송하기 전 이미 협찬 계약을 마쳤다. 드라마 기획단계부터 꼼꼼하게 준비한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6개 메이저 제작지원사를 섭외했다. 이들 6개 기업은 기존 드라마의 평균 제작지원비의 5배에 이르는 금액을 '직접' 후원했고, '슈퍼자막'(방송 종료시 정지화면에서 브랜드 노출) 형태로 고지된다. 나머지 협찬사들은 '인아웃(In-Out) 자막'으로 등장한다. 태원측 관계자는 "'아이리스'는 확실한 캐스팅 파워를 가진 드라마다. 협찬사의 수준이나 밸류가 제작사가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하는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는 제작지원'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70분 드라마만큼 짜릿한 20초 자막 레이스

 간접광고 관련 규정에 따르면 매회 방송 종료 후 자막을 통해 협찬사를 고지할 수 있는 시간은 20초 이내다.

 협찬사가 10개라면 산술적으로 각사별 2초씩 노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협찬사를 무작정 늘리면 개별업체에 할당되는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이리스' 방송이 끝나면 엔딩 자막이 매우 빠른 속도로 올라간다. 하지만 여기엔 협찬사가 100% 반영된 게 아니다. 제한시간 내에 모두 고지하기엔 각종 협찬사 숫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략된 브랜드들도 있다. '아이리스'의 경우 슈퍼자막(현재 6개)으로 노출할 수 있는 기업을 두자릿수까지 늘릴 수도 있지만 '기존 스폰서 보호' 차원에서 추가 협찬 제의를 사양하고 있다.

 ▶깜짝 놀랄만한 '장비' 곧 나온다?

 '아이리스'의 제작지원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박미령 실장은 "그동안 미국드라마 '24'나 'CSI'에서만 볼 수 있던 최첨단 장비가 곧 등장한다. 할리우드 영화제작에만 참여했던 미국 시스코사의 특수장비를 지원받기로 했다. 요원들의 증명사진이 담긴 영상폰도 그중 하나"라고 밝혔다. 박 실장은 또 "노골적인 신제품 홍보를 목적으로 한 제작지원 협찬은 지양한다.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PPL 품목이 매우 많지만 다른 드라마에 비해 크게 튀어보이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다. 자동차나 휴대폰은 첩보드라마의 특성상 주목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아이템"이라고 설명했다.

 < 곽승훈 기자 europe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많이 본 뉴스

 
Copyright sport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