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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 "욕심 없던 나를 움직이게 한 건 연기"

2009-10-23 14:02

 트렌디 드라마를 통해 각인된 '로맨틱 가이'의 이미지는 없었다.

 박찬옥 감독의 영화 '파주'에서 이선균이 연기한 중식은 감당하기 어려운 상처와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남자다. 이 역에 빠져 연기해야 했던 이선균조차 "감정적으로 접근하기 싫을 만큼 큰일을 겪는 인물"이다.

 이선균은 운동권 학생 출신으로 철거대책위원회에서 일하며 처제와 사랑에 빠지는 중식을 연기하면서 그동안 쌓아온 필모그래피에 밑줄을 그을 만한 대표작을 만들었다.



 22일 오후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선균은 첫 주연작인 이 영화를 "가장 애착이 크고 책임감도 큰 작품"이라며 "지금까지 작업한 것 중에 아쉬움이 제일 적었다"고 말했다.

 "좀 더 영화적인 작업을 하고 싶었고 한 번 더 고민하게 하는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진중하게 연기에 접근하고 싶었고요. 박찬옥 감독님은 굉장히 잔잔한 디테일을 가지고 작업하시잖아요. 그런 작업이 하고 싶었고 하게 됐으니 잘해야겠구나 했죠."

 그는 철거가 예정된 아파트에서 촬영하면서 한정된 시간에 일을 마쳐야 하는 압박감 때문에 중요한 장면에서 본질적인 고민을 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했다.

 "은모에게 고백하는 장면은 대본을 보면서도 굉장히 중요하게 느꼈고 걱정됐던 장면이에요. 그런데 빨리 찍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서른여섯 시간 동안 잠도 못 자고 찍느라 본질적인 고민을 하지 못했어요."

 한편으로는 함께 한 스태프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던 장면이기도 하다. 

 "중요한 대사를 하고 OK가 떨어졌는데도 찜찜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다들 밤샘해서 피곤한데 다시 하자고 말을 꺼내는 건 제 욕심인 것 같고. 그런데 찜찜한 마음이 남아 몰입이 안 되는 거예요. 몇 시간 지나서 결국 감독에게 얘기했죠."

 그때 연출부 스태프가 '100번이라도 슬레이트를 칠 테니 부담없이 하라'며 흔쾌히 조명을 바꿨고, 다시 한 장면이 OK 컷으로 들어갔다. 그는 "찡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했다"고 했다.



 박 감독 역시 매번 그를 모니터 앞으로 불러 의견을 말했고, 그의 의견과 감독의 의견 차이가 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소개했다.

 "'파주'란 영화는 감독님을 닮아 있어요. 느리고 조용하지만 경청하게 만드는 힘이 있죠. 감독님은 눈빛이 정말 맑고 수줍음도 많아서 소녀 같기도 한데, 이야기를 진중하게 들어주고 진중한 답변을 해줄 것 같은 큰 형 같기도 해요."

 영화 속에서 중식이 위험해질까 걱정하는 은모(서우)는 중식에게 왜 이런 일(철거대책반)을 하느냐고 묻는다. 중식은 처음엔 멋져보였고 나중엔 갚을 게 많아서였고 지금은 잘 모르겠다고 답한다.

 "그게 중식의 삶인 것 같아요. 자영이란 선배가 멋있어 보여 동아리에 들어가고 투쟁을 하면 무언가 하는 것 같고 마지막엔 은모를 기다렸던 것 같고. 촬영할 땐 시간적인 압박 때문에 그런 부분을 더 깊이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했어요."

 그는 "이런 확신을 하고 이야기했다면 겉으로 보기엔 큰 차이가 없어도 나에게는 많이 달랐을 것 같다"고 했다.

 같은 질문을 중식이 아닌 배우 이선균에게 했다.

 "전 한량을 꿈꾸는 인간이에요. 욕심도 없고요.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을 때 날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한 것이 연기였어요. 연기가 무조건 목표는 아니에요. 행복하고 싶어서 하는 거죠. 연기하는 게 의미가 없어지고 돈벌이라고 느껴지면 하기 싫어질 것 같아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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