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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우리 편성팀의 전화기는 하루에도 수십통 시청자의 전화가 빗발친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빈도수를 자랑하는 단골 아이템(?)은 단연 편성시간에 대한 문의(혹은 항의) 전화다.
"네, KBS N 편성팀입니다."
"거기 방송국이죠? 제가 ○○○ 프로그램을 좋아하는데, 제가 늘 못 보는 시간에 편성이 돼 있더라고요. 편성이 잘못된 거 아닌가요? 다음주부터 시간 좀 바꿔 주세요."
참 난감하다. 이럴 땐 정말 딱히 드릴 말씀이 없다. 이미 수많은 회의를 거쳐 한달, 혹은 그 이전부터 계획된 편성을 전화 한통으로 순식간에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실 편성의 유연성은 초기 케이블 채널에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이자 장점 중 하나였다. 프로그램 편성 패턴이 고정적인 지상파채널과는 달리, 한 프로그램을 요일별, 시간대별로 다양하게 순환 편성함으로써 각기 다른 시청자의 시청패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지금에도 가장 유효한 편성정책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케이블은 100개가 넘는 채널들의 경쟁 속에 독자적인 정체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자체 프로그램 제작에 나서면서, 케이블 편성은 단순한 시청패턴 분석에 머무를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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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케이블을 지상파의 보완재(?)로 여기며, 자신이 놓친 지상파 프로그램의 재방 편성을 '강요'하는 시청자의 전화를 받을 때면 씁쓸하긴 하지만, 이는 앞으로 우리 채널이 당당한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방송사로 발전하도록 노력하라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오늘도 '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케이블 편성담당자를 상상하며, 각 채널의 편성전략을 비교해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있는 시청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 KBS N 편성팀 강나래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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