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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포커스] 시트콤 '태혜지' 마지막 촬영장 가다

2009-08-31 15:53

 "벌써 내 부동산 책상 뺀 거야?"(박미선) "그거 '맨땅에 헤딩' 유노윤호 갖다줬어요." (제작 스태프) MBC 시트콤 '태희혜교지현이(이하 태혜지)'의 마지막회 녹화현장. 9월 4일 방송을 끝으로 '태혜지'는 시청자들의 곁을 떠난다. '태혜지' 식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기 위해 박미선 정선경 등 전 출연진이 모인 경기도 일산의 MBC드림센터 스튜디오를 찾았다.

정선경 눈물의 비밀은… 프러포즈 감동? 종영 아쉬움?
두자릿수 시청률 시트콤'부활포'4일 최종회
서울광장 집회 불허 등 현실풍자 통쾌한 한방
주인공 박미선 "남편 윤종신씨 그리울거야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태희혜교지현이'의 마지막 장면. '킹왕빵집' 세트에 전 출연진이 모였다. 감독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는 순간 박미선 김국진 선우용녀(사진 왼쪽부터) 등 배우, 제작진이 한데 어우러져 박수를 치며 인사를 나눴다. <일산=권영한 기자>
 ▶"우리 남편 종신씨 그리울 거야"

 촬영은 물흐르듯 진행됐다. 리허설 때 두세번 틀려서 'NG 많이 나겠다' 싶어도 막상 실제 녹화에 들어가면 한 방에 바로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시계 바늘은 오후 다섯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앞으로 남은 건 세 신(scene). 한 제작진은 "오늘 저녁 6시부터 쫑파티를 하기로 해서 어제는 새벽 3시까지 촬영을 했다"고 전했다.

 '태혜지'를 떠나는 배우들의 심정은 어떨까. '박미선부동산' 앞 평상에 혼자 앉아 있는 박미선에게 물어봤다.

 "애들이랑 헤어지는 게 섭섭해요. MT도 가고 운동도 같이 다니고 밥도 자주 먹었는데. 제일 보고 싶은 사람은 역시 우리 남편 종신씨? 근데 아마 예능에서 곧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회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킹왕빵집' 사장님 정선경이다. 그동안 쉬쉬하며 몰래 나누던 사랑이 마침내 열매를 맺는다. 촬영을 모두 마친 정선경은 살짝 눈물을 글썽이는 것 같았다. "저 안울었어요.(웃음) 한창 탄력을 받아서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데 종영이라니 많이 아쉽긴 해요. 물론 좋을 때 떠나는 것도 의미는 있다고 생각하지만요."

◇박성웅(왼쪽)이 정선경에게 작은 상자를 내밀고 있다. 저 안엔 뭐가 들었을까? <일산=권영한 기자>
 ▶시트콤 부활의 신호탄

 방송가에서 시트콤 장르는 한동안 극심한 침체를 거쳤다. '거침없이 하이킥'이 평균 시청률 16.1%를 기록한 이후 하향곡선을 그렸다.

 그나마 마니아층을 거느린 '크크섬의 비밀'이 7.0%(이하 TNS 전국 가구 기준), '그분이오신다'조차 8.1%의 저조한 평균시청률을 기록했다.

 '태혜지'는 시트콤의 무너진 자존심을 살렸다. 평균 시청률 11.3%, 최고 시청률 15.3%(4월 24일)로 두자릿수 시청률을 견인했다. MBC 드라마국 관계자는 "'태혜지'마저 성공하지 못했다면 '하이킥2'는 애초에 방송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출은 맡은 전진수 감독은 "반응도 좋고 시청률도 좋았다. 연장할 수 있었는데 여러가지 사정 때문에 끝날 수밖에 없는 게 제일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한동안 시트콤 장르가 무척 어려웠는데 '태혜지'를 통해 시트콤의 소재와 영역을 넓힐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앞 평상은 '태혜지'의 사랑방. 홍지민 정선경 김희정 박미선이 평상 앞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다. <일산=권영한 기자>
 ▶웃음, 그 이면의 현실풍자

 시트콤이라고 웃음이 전부는 아니다. '태혜지'는 비뚤어진 세태를 향해 가벼운 잽을 날렸다.

 서울광장의 집회 개방 불허는 '태혜지'의 좋은 소재였다. 이를 빗대 상가 주인 최은경은 '상가 앞 마당에 모이려면 허락을 받으라'며 권력을 남용한다.

 '태혜지'의 김현희 작가는 "송윤아, 설경구 커플이 결혼한다고 할 때 네티즌이 찬반투표를 한 적 있다. 남의 결혼에 자기들이 찬반투표를 한다는 게 말이 안되지 않나. 그래서 정선경이 박성웅과 사귀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가지고 동네 주민들이 찬반투표 한다는 설정을 넣기도 했다"고 밝혔다.

 < 일산=권영한 기자 champa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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