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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유혹', 짜증과 울화의 끝은 어디일까

2009-03-26 08:42

 요즘 지상파 3사 TV 드라마 속에는 세상에 짜증나고 울화를 돋우는 일들로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드라마가 SBS 일일극 '아내의 유혹'이다.

 일주일에 두 번 하는 미니시리즈나 주말극도 아니고, 월~금 저녁 가족 시청 시간대에 꼬박꼬박 사이코패스 악녀들의 되로 주고 말로 받기 진흙탕 난투전을 봐야한다니, 할머니와 엄마한테 채널 선택권을 빼앗긴 나머지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다.

 물론 '아내의 유혹'을 꼭꼭 챙겨봐야하는 아줌마들 조차도 "뭐 저런 드라마가 다 있냐"는 원성을 내뱉기 십상이다. 일일드라마의 틀을 깨는 빠른 전개와 진행이 돋보였다는 일부 여론과 달리 실상 '아내의 유혹'에 발려진 사탕은 악녀들 간의 물고 뜯는 난투극 반복에 불과하기 때문.

 은재(장서희 분)가 애리(김서형 분)에게 복수의 칼날을 갈고 휘둘렀던 시점까지는 막장 드라마의 중독성에 어쩔수없이 이끌려간 고정 팬들이 상당수다. 그러나 힘빠진 악녀 애리를 지원코자 우울증 환자를 빙자한 새 악녀 민소희(채영인 분)를 등장시키고 여기에 두 악녀의 연합 전선을 구축하는 대목에서야 웬만한 드라마 중독자들도 혀를 내두를 참이다.

 이처럼 '아내의 유혹'에 온갖 시청자 비난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중징계까지 쏟아지는 데도 SBS는 촬영장으로 사장이 격려 방문을 할 정도로 잔칫집 분위기인 이유는 무엇일까. 높은 시청률이 그 배경이다.

 저질 드라마라는 비난 속에 시청자 짜증을 먹고 사는 '아내의 유혹'은 지난 몇달동안 3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SBS의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한동안 KBS 일일드라마의 위세에 눌려 꼼짝을 못했던 SBS로서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웃을 정도로 기쁠 일이다.

 '조강지처클럽' 등 불륜 전문 드라마로 주말극 시장을 장악했던 SBS가 이번에는 일일극 불륜에 화끈한 복수극을 덧칠해 시청률 띄우기에 성공을 거뒀다. 방통심의위가 "불륜 묘사와 함께 과도한 고성과 욕설, 폭력 등의 내용이 가족 시청 시간대에 방송됐다"며 경고 조치를 내렸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분위기다.

 하지만 과유불급, 모든 게 지나쳐서 좋을 게 아니다. '아내의 유혹'도 막무가내식 짜증 늘이기와 욕설, 고함의 톤이 더 높아지면서 30%대 시청률이 무너지고 하락세가 뚜렷하다. AGB닐슨 조사에 따르면 25일 방송된 아내의 유혹은 27.9%의 전국 시청률을 보였다. 이는 전날 기록한 30%에 비해 2.1%포인트 하락한 수치며 1월 28일 30%를 돌파한 이래로 약 두달 만에 30%대 시청률이 무너졌다.

 지상파 방송국의 드라마 관계자들이 재벌과 서민으로 나누어 엇갈린 불륜과 배신 그리고 고부 및 사돈 간의 갈등, 복수와 음모 등의 신파조 레퍼토리를 단골로 틀어대다 욕을 먹으면서도 "시청률이 보장되니 어쩔수 없다"던 변명이 '아내의 유혹'을 계기로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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