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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우리은행 위성우 vs 신한은행 구나단 감독, 두 사령탑 치열한 전술대결 만든 올 시즌 최고 명승부

류동혁 기자

입력 2021-11-2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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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은행 위성우 vs 신한은행 구나단 감독, 두 사령탑 치열한 전술대결…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과 김소니아. 사진제공=WKBL

[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두 사령탑의 반응은 똑같았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과 신한은행 구나단 감독.

"어렵다"고 했다. 상대의 수를 읽기 쉽지 않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두 사령탑의 '전술과 지략 대결'은 명승부를 만들었다.

마지막에 웃은 것은 우리은행이었지만, 신한은행도 정말 잘 싸웠다.

20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21~2022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연장 혈투 끝에 우리은행이 75대74로 극적인 승리를 따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양팀의 전술과 선수들의 움직임이었다.

신한은행은 거칠 것이 없는 농구를 하고 있다. '일타 강사'라는 별칭을 얻은 구나단 감독은 두려움없는 농구를 강조한다. 3점슛과 거침없는 돌파를 중심으로 한 공격 농구다.

섬세한 포지션 조정과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부분 전술로 상대를 괴롭힌다. 1990년대 농구 명작 '슬램덩크'에서 북산고 안 선생님이 최강 산왕공고에서 썼던 '국지전 전술'을 실사화했다.

그는 기존 '화법'에 얽매이지 않는다. 3점슛의 효율성에 대해 강조하고, 끊임없는 컷인, 백도어로 패턴의 창의성을 얘기한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도 만만치 않았다. 서로 맞물리는 전술의 대결을 이날 보여줬다.

신한은행은 거침없는 3점슛을 쏜다. 우리은행은 거기에 대한 대비를 했다.

일단 우리은행은 팀 전력이 온전치 않다. 박지현은 부진에 빠져 있고, 김정은은 몸이 좋지 않다. 박혜진 최이샘 김소니아 등도 대표팀 차출과 오랜 휴식으로 컨디션이 100%는 아니다. 베스트 5의 손발을 맞춘 지 얼마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신한은행의 3점슛 공간을 주지 않았다. 여기에 디테일이 있었다. 장거리 3점포는 허용하되, 스크린을 이용한 신한은행의 순간적 스페이싱에 의한 3점포는 철저하게 막았다.

2대2 수비의 기본인, 헷지(스크리너가 상대 볼 핸들러의 스크린 이용한 3점슛을 막기 위해 순간적으로 튀어나가는 움직임)와 스위치 디펜스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신한은행의 3점슛 효율성을 떨어뜨렸다.

아직 조직력이 완전치 않아 순간순간 허점이 보이기도 했지만, 큰 틀에서 이 수비는 신한은행의 3점슛 효율을 떨어뜨렸다. 그러자, 신한은행은 곽주영 김연희 등 빅맨을 활용한 2대2 픽&롤로 우리은행의 이 수비에 균열을 일으켰다.

후반, 신한은행은 순간적 핸드 오프 플레이(손에서 손으로 이어지는 패스로 드리블 없이 볼을 이어받으며 공간을 창출하는 움직임)로 팀 장점을 극대화했다. 구나단 감독 대행은 "패턴은 있지만, 우리 공격은 옵션의 성격이 강하다. 기본적 패턴 속에서 순간순간 베테랑들의 눈빛이 맞는 시점에서 창조적 플레이를 강조한다"고 했다. 실제, 김단비는 자신의 주특기 미드 점퍼의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스크린을 이용한 핸드 오프 플레이로 순간적 오픈 찬스를 만들었고, 적중률높은 미드 점퍼를 꽂아 넣었다.

우리은행이 당할 수밖에 없었던 플레이. 단, 우리은행의 수비 조직력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철저하게 디나이 디펜스와 집중력으로 신한은행의 컷인, 백도어 컷을 최대한 막는데 주력했다. 신한은행이 3점슛의 대안으로 이같은 부분 전술을 사용했고 효과를 봤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거기에 따른 파생 공격을 막는데 집중하면서 수비 손실을 최소화했다.

마지막 전술도 인상적이었다. 경기 전 위성우 감독은 "박지현이 많이 좋지 않다. 신인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혼란함이 있다"고 했다. 그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4쿼터 동점 상황 마지막 공격에서 박지현이 메인 옵션이 된 핸드오프 2대2 플레이를 지시했다. 박지현은 골밑을 돌파했고, 레이업 슛은 실패했다. 하지만, 시도 자체가 매우 강렬했다. 경기가 끝난 뒤 위 감독은 "박지현에게 돌파구를 마련해 주고 싶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박지현이 승부처에서 골을 넣게 된다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1경기를 버려도 좋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물론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 '시도'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결국 신한은행의 8초 바이얼레이션과 우리은행 최이샘은 극적 3점포로 우리은행이 결국 웃었다.

올 시즌 최고의 명승부. 우리은행이 값진 1승을 거뒀지만, '패자' 신한은행도 웃을 수 있었던 경기. 명승부였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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