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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병 투병 김영희 “70만원 생활...서장훈·허재의 도움 감사”

박아람 기자

입력 2021-11-02 16:46

수정 2021-11-02 16:46

거인병 투병 김영희 “70만원 생활...서장훈·허재의 도움 감사”


[스포츠조선닷컴 박아람 기자] 거인병(말단비대증) 투병 중인 전 국가대표 농구선수 김영희가 자신에게 금전적 도움을 준 서장훈과 허재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지난 1일 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에는 '[김영희를 만나다] 거인병 걸린, 女농구 은메달리스트..매일 놀림 받는 영웅'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영상에서 김영희는 근황을 묻는 질문에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 얼마 전에 크게 아파서 2개월 동안 입원을 했다. 너무 힘든 고비를 병원 안에서 많이 넘겼다"고 답했다.

거인병을 앓고 있다는 김영희는 "증상이 장기가 커지는 병이기 때문에 예전에 수술했던 자리에 피가 많이 고여 있었나 보다"며 최근 후유증으로 고생을 했다고 털어놨다.

1984년 LA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은메달을 거머쥐었던 영광의 순간도 떠올렸다.

김영희는 "선수들 중 키가 제일 컸었다. 옆에서 다른 나라 선수들이 저를 의식해서 쳐다보곤 했다. 큰 키로도 위압감을 줄 수 있으니까. 키가 2m 5㎝다. (상대편도 안 지려고, 저희한테)강하게 보이려고 팔짱을 끼고 있었다. 우리는 '쟤네들 왜 저래?'라며 그걸 내려다 봤다"고 웃었다.

그렇게 전성기를 누리던 중 1987년, 88올림픽 준비 중에 김영희는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김영희는 "1986년 아시안게임까지 뛰고 1987년 11월 훈련 도중 반신 마비가 오고 앞이 안 보였다. 두 눈 모두 실명할 뻔 했다더라. 머리에 큰 혹이 시신경을 누르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한기범 선수는 몸이 마르는 증상이고, 나는 커지는 증상이다. 1984년 LA올림픽 끝날 때도 몸이 커져있었다. 당시 소속팀 감독님은 내게 '미국 가서 많이 먹고 왔네'라며 살이 찐 것으로 오해하셨다"며 당시에는 말단비대증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몸이 아픈 이유를 몰랐던 김영희는 하루에 진통제만 15알 이상을 먹으며 고통을 버텨냈다고 했다.

또 사람들의 안 좋은 시선에 상처를 받은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김영희는 "1987년 뇌수술을 받은 후 집에 있으니 답답해서 문밖으로 나서면 등 뒤에서 남자들이 '와 거인이다.. 저게 남자야 여자야', '와 저것도 인간이냐'라고 하며 큭큭 웃더라. 그러면 바로 집으로 들어간다. 그런 소리가 듣기 싫더라. 어떤 할머니는 저를 보고 흉측한 동물 보듯 놀라더라. 그러면 제가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저 사람이에요. 제가 이렇게 크지만 마음은 솜사탕이다'고 말해준다. 어느 날은 중학생 20명이 대문 앞에서 문을 두들기며 '거인 나와라'라고 소리 질렀다. 그래서 제가 나가 '안녕하세요, 키가 너무 커서 죄송합니다. 놀리지 마세요'라고 하면 자기들끼리 '보기보다 착한데?'라고 자기들끼리 수군수군하더라"며 "한 3~4년 정도 집 밖으로 안 나갔다. 불안증과 우울증 때문에 밤새 혼자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영희는 봉사활동으로 마음을 채웠다고 했다.

그는 "장애인 봉사활동을 다녔다. 어린 애기가 기어 와서 제 무릎 위로 올라오더라, 그러면 눈물이 난다. '내가 겪는 아픔은 아무것도 아니구나' 싶었다"고 전했다.

자신에게 도움을 준 서장훈과 허재 감독을 향한 고마운 마음도 표했다.

김영희는 "LA올림픽 은메달 연금으로 한 달 생활을 하고 있다. 70만원 씩 나오고 있다. 어떤 때는 보름도 안돼서 다 써버린다"며 "후배 서장훈이 몇 번 도움을 줬다. 은행 통장으로 입금을 해줬다. 마음이 너무 따뜻하다. 고마웠다. 허재 감독도 돈을 보내줬다. 과거 대표팀에서 같이 운동을 했었다. 힘내라고 돈을 보내줬다. 정이 많다. 겉모습만 보면 안 된다. 이렇게 따뜻한 마음도 가지고 있다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었다"고 고마워했다. tokki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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