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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배혜윤, 주장의 길을 제시하다!

남정석 기자

입력 2021-11-02 12:43

수정 2021-11-02 12:44

삼성생명 배혜윤, 주장의 길을 제시하다!
삼성생명 주장 배혜윤(가운데)이 1일 용인실내체육관서 열린 '2021~2022 삼성생명 여자 프로농구' BNK전에서 경기 중 후배들을 모아놓고 얘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WKBL

'캡틴, 오 마이 캡틴!'



여자 프로농구 삼성생명은 디펜딩 챔피언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KB스타즈를 물리치며 2006여름리그 이후 무려 15년만에 우승컵을 안았다.

하지만 정규리그 순위는 4위에 그쳤다. 3위까지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이전 시즌이었으면 아예 포스트시즌 초대권조차 발부받지 못한 '언더독'이었다는 얘기다. 정규리그에서 힘을 비축한 후 포스트시즌에서 승부를 본 전형적인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이면에는 30경기를 치르면서 상위권을 차지하기 힘들만큼 허약한 전력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담겨져 있다.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도 삼성생명을 우승 후보로 손꼽는 사람은 거의 없다. 디펜딩 챔프로서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그게 냉정한 평가다. 부상을 늘 달고 살며 풀타임을 뛰기 힘들지만 승부처에서 저력을 발휘하는 김한별이 BNK썸으로 이적했고,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초인적인 힘을 보여준 김보미가 은퇴하는 사이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이 없었기에 오히려 더 전력이 약해진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 삼성생명의 저력을 무시하는 팀은 거의 없다. 잠재력이 큰 어린 선수들로 라인업이 짜여져 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묶는 캡틴 배혜윤의 존재감 때문이다. 배혜윤은 1990~2000년대생이 즐비한 팀에서 주전 라인업 중 유일한 30대(1989년생)이다. 베테랑 김한별 김보미가 없어지고, 무릎 부상을 달고 살며 올 시즌 복귀조차 불투명한 슈터 박하나(1990년생)의 부재로 졸지에 팀 최고참이 됐다.

배혜윤의 역할을 제대로 보여준 경기는 1일 BNK전이었다. 이날 BNK는 김한별 강아정 등 두 베테랑을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출전시키며 초반부터 기선 제압에 나섰다. 레전드 스타에 이어 코치까지 삼성생명에서만 21년을 활약한 박정은 BNK 신임 감독의 데뷔 후 첫 승 도전이었기에 팀으로서도 부담감은 컸다. 박 감독의 전략대로 BNK는 1쿼터부터 거칠게 몰아붙이며 삼성생명의 젊은 라인업을 힘들게 했다. 3쿼터 중반까지 52-33, 무려 19점차로 리드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배혜윤은 이 순간에서 자칫 동요할 수 있는 후배들을 다독였다. "끝까지 후회하지 말고 하나씩 다시 해보자. 만약 지더라도 끈덕지게 따라간다면 좋은 경험과 연습을 하는 것이다." 물론 배혜윤은 이를 위해 스스로 더 뛰었다. 전반에는 수비와 리바운드에 치중했다면, 점수가 벌어진 3쿼터 중반부터는 집요하게 골밑을 파고 들며 점수를 보탰다. 3쿼터에만 8득점. 배혜윤을 막기 위해 수비가 몰리자 외곽에 찬스가 났고, 이를 박혜미 이명관 윤예빈 등의 후배들이 3점포로 메이드를 시키며 추격의 원동력이 됐다.

기세를 탄 배혜윤은 경기 종료 3분여를 앞두고 59-58로 재역전하는 골밑슛을 시작으로 내리 7득점, 팀의 68대62 대 역전극의 마침표를 찍는 주인공이 됐다.

경기 후 배혜윤은 "어린 선수들이 많아 경기 흐름 그리고 에너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먼저 토킹하고 에너지를 불어 넣어주려 세리머니도 일부러 크게 한다. 흥이 나면서서 너무 잘 따라와줬기에 과정뿐 아니라 결과까지 좋았다"며 웃었다. 이어 "디펜딩 챔프라고는 하지만 올 시즌도 역시 주위의 평가는 중위권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오히려 챔프라는 부담없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한 경기 한 경기를 재미있게 뛰게 해주는 것 같다"며 "이러는 과정에서 젊은 라인업이 성장할 것이고, 그것이 주장의 역할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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