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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혁의 이슈분석] '라트비아 참사', 불공정한 대표팀 발탁, 한국농구 전반에 뻗은 '인맥농구'

류동혁 기자

입력 2021-07-14 15:53

수정 2021-07-15 07:57

 '라트비아 참사', 불공정한 대표팀 발탁, 한국농구 전반에 뻗은 '인맥…
사진제공=대한민국농구협회

[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대표팀 선발 과정은 '불투명'의 연속이었다. 감독의 재량으로 밀어부쳤고, 확실한 판단 기준은 없었다.



이무진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남자농구 19세 이하(U-19) 대표팀.

최근 라트비아에서 막을 내린 2021년 국제농구연맹(FIBA) U-19 월드컵에서 15위를 기록했다. 대회에 참가한 16개국 중 15위.

객관적 전력은 중하위권. 하지만, 경기력이 너무 좋지 않았다. 승리한 15~16위전 일본과의 경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일방적 패배였다. 상대 압박에 가드진은 당황했고, 공수에서 조직력 허물어졌다. '여준석 GO' 외에는 특별한 전술 전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총력전을 펼쳐고 이기기 힘든 상대. 하지만, '최상의 전력'을 구축하지 못했다. 대표팀 선발에 '기준'이 없었다. 1차적으로 대표팀 선발을 주도했던 이무진 감독의 책임, 이를 방치하고 선발에 보이지 않는 '인맥농구'를 보인 중고 농구연맹의 책임도 있다. 스포츠조선은 13일 '공정하지 못했던 대표팀 선발, 라트비아 참사는 예견됐다'라는 제목으로 왜 19세 이하 대표팀 선발이 공정하지 못했는 지에 대해 취재보도했다. 요약하면 문제가 됐던 고교 랭킹 1, 2위 선수를 뽑지 않았고, 대학진학 시 엄청난 '스펙'이 될 수 있는 대표팀 선발을 이무진 감독 주도 하에 중고 농구연맹이 '비상식적 기준'으로 발탁했다는 내용.

이 명단을 살펴본 수많은 관계자들이 "최종 12명 중 7명 정도만 대표팀 자격이 있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할 정도.

후속 취재 결과는 더욱 자세한 내용이 있다. 아마농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무진 감독의 주도 하에 중고연맹 고위 수뇌부와 수도권 A고교의 농구관계자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들었다'며 '중고연맹 기술위원회에서 계속 의문을 제기했고, 최종 승인 과정에서 이 감독과 김동광 경기력향상위원장도 격론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김동광 위원장은 수도권 랭킹 1, 2위 선수, 지난해 프로에 진출한 A, B 선수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팀워크의 문제를 들어 이무진 감독이 거부하자 의견일치를 보이지 못한 채 최종승인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U19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예전 여자농구 대표팀 이문규 감독 선임 시에 적용됐던 '커리어 점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이번 사태는 아마농구를 좀먹는 독버섯같은 '인맥 농구'의 실체가 제대로 드러났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과연 이번에만 일어난 문제일까. 아마농구는 연령별 대표팀을 뽑을 때 관행처럼 '불공정 논란'에 시달렸다.

농구인 2세와 농구 관련 2세들이 '감독의 전술, 팀워크에 필요하다'는 추상적 이유만으로 뽑힌 사례가 적지 않다. 물론 선수선발에 감독의 권한을 충분히 인정해야 하지만, 그동안 아마농구는 기량이 검증되지 않은 선수를 단지 감독이 원한다는 이유로 뽑은 사례가 부지기수다. 여기에는 '특수한 인맥'이 의심되는 사례가 차고 넘친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연중행사로 일어나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농구인'들이 여전히 현실 인식이 부족하다. 특히, 관심이 적은 '아마농구'의 경우, 대학 진학을 위해 일부 지도자와 농구 선수를 자식으로 둔 농구계 영향을 미치는 인사들의 '검은 커넥션'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물론, 과거에 비해 많이 정화됐고, 선수들의 기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지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부 지도자와 학부모의 일탈로 인해 아마 농구계 전체가 '인맥 농구'로 의심받고 있다.

대학 진학을 위해 '아마추어 정신'은 실종됐다.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다. 실제, 중고연맹의 기록이 전산화된 2005년부터 2016년까지 단 26차례만 나왔던 트리플 더블 기록은 2017년 20회, 2018년 31회, 2019년 55회가 나왔다. 대학 진학을 위해 특별한 기록이 필요, 상호 합의 하에 '짬짜미'를 했다. 2019년 이같은 현상이 워낙 심해지자 일부 매체에서 '짜고 치는 경기'라는 보도가 나왔고, 이후 잠잠해졌다.

이 뿐만 아니다. '초고교급 선수'들을 보유한 고교 지도자와 학부모들은 프로 조기 진출을 이용, 대학 진학 시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들도 최근 여러차례 제보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본적 '아마추어 정신'은 실종된 상황이다.

이같은 '도덕적 해이'에 따른 '인맥농구'는 중고 연맹 뿐만 아니라 대학, 그리고 프로에서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학 진학과 프로 신인드래프트 선발에서도 '감독의 재량'이라는 이유로 '불분명한 기준'으로 선수를 발탁하는 경우도 있다. 워낙 은밀하게 진행되는데다, 결정적 물증이 없기 때문에 입증하기 쉽지 않은 문제라는 점도 '인맥 농구'를 부추킨다. <2편에서 계속 됩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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