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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ML 포스팅비만 152억인데…'라스트맨 히어로'는 없다 [SC초점]

김영록 기자

입력 2021-12-30 11:13

수정 2021-12-3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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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ML 포스팅비만 152억인데…'라스트맨 히어로'는 없다
더이상 키움 선수가 아닌 박병호(왼쪽)와 서건창.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2019년 1월, 키움 히어로즈는 새 유니폼을 발표했다. 키움의 간판 스타 5명이 현장에 '모델'로 나섰다. 박병호와 서건창을 비롯해 김하성 이정후 최원태가 무대에 섰다. 하지만 이들 중 아직 버건디 유니폼을 입은 선수는 젊은 이정후와 최원태 뿐이다.



키움 히어로즈는 KBO 역사상 가장 메이저리그(MLB)와 가까운 구단이다. 강정호, 박병호, 김하성이 차례로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세 선수의 공통점은 소속팀 외에 또 있다. 모두 '포스팅' 형식으로 진출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모두 소속팀 키움에 '이적료'를 안겼고, 국내로 돌아올 경우 다시 FA 자격을 획득하려면 키움에서 4년을 더 뛰어야했다.

박병호가 2016년 메이저리그(MLB)로 떠날 당시 소속팀에 안긴 이적료는 무려 1285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52억원이었다. 대형 모기업 없이 자체 스폰서로 구단을 운영하는 히어로즈가 적극적인 빅리그 진출을 장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년만에 돌아온 박병호는 키움에서 4년을 더 뛰었고, FA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히어로즈 그 자체'였던 박병호는 29일 3년 총액 30억원에 KT 위즈 이적을 결정했다. 히어로즈는 박병호의 보상금 22억 5000만원을 얻고, 구단 첫 영구결번에 가장 가까웠던 상징적인 스타를 잃었다.

박병호를 떠나보내는 입장에서 더욱 안타까운 건, 키움과 기분좋게 이별한 '라스트맨 히어로'가 한명도 없다는 점이다.

키움을 대표하는 원조 스타는 이택근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 유니콘스 출신은 이택근은 2군 선수 2명 및 38억원과 맞트레이드되며 히어로즈의 아픔을 대표하는 선수이기도 했다. 2011년 11월 이택근을 무려 4년 50억원에 재영입한 키움의 행보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당시 이장석 구단주는 '이택근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다'는 말로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하지만 이택근은 구단과의 갈등 끝에 2020시즌이 끝난 뒤 허무하게 유니폼을 벗었다.

강정호와 유한준, 오주원 역시 현대 출신이지만, 히어로즈색이 강한 선수들이다. 미국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진출했던 강정호는 음주운전으로 출국 길이 막힌 뒤 어이없이 은퇴했다. 2015년 KT로 FA 이적한 유한준은 KT 캡틴의 이미지가 훨씬 강하다. 히어로즈의 마지막 현대 선수였던 오주원은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뒤 심수창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나는 아직 공을 던지고 있는데, 구단 직원들은 짐을 싸고 있더라"는 충격적인 고백으로 서운함을 드러냈다.

손승락은 2015년 겨울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한 뒤 4년간 사직 마무리로 활약하다 은퇴했다. 김민성은 2019시즌을 앞두고 사인앤트레이드, 서건창은 올시즌 도중 정찬헌과의 맞교환으로 각각 LG 유니폼을 입었다. 특히 서건창은 KBO리그 역사상 첫 200안타를 달성한, 박병호를 제외하면 키움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그래서 생애 첫 FA를 맞이한 박병호의 행보가 중요했다. 2년 연속 50홈런을 쏘아올리던(2013~2014) 과거만은 못해도, 여전히 20홈런을 넘기는 장타력이 살아있었다. 22억 5000만원의 보상금도 크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키움을 상징하는 선수이자 팀의 정신적 지주였다.

하지만 키움은 박병호마저 잡지 않았다. 키움의 '현재'를 대표하는 이정후는 박병호가 떠나자 멘붕한듯 SNS를 통해 서건창-박병호와 함께한 추억이 담긴 사진들을 쏟아내며 아쉬움과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제 키움을 대표하는 베테랑 선수는 미국으로 떠난 김하성을 제외하면 입대한 조상우, 시즌 도중 방역수칙 위반 파문에 휘말렸던 한현희, 그리고 끊임없이 스윙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박동원 뿐이다. 그나마 한현희와 박동원은 내년 시즌이 끝나면 FA가 된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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