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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 대신 FA 이적' 33세 손아섭, 15년 애정보다 간절했던 우승 도전 [SC초점]

김영록 기자

입력 2021-12-26 13:41

수정 2021-12-2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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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 대신 FA 이적' 33세 손아섭, 15년 애정보다 간절했던 우승 …
이대호(왼쪽)와 손아섭은 내년에도 롯데에서 함께 뛸 수 있을까.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부산에서 좋은 추억이 참 많았는데, 롯데 팬들께 죄송한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할지…"



손아섭(33)이 NC 다이노스 입단 기념 인터뷰에서 꺼낸 말이다. 새 팀 NC에 대한 감사와 더불어 전 소속팀 롯데에 대한 미안함과 추억이 짙게 어려있었다.

그는 왜 15년 정든 롯데 자이언츠를 떠났을까. 금액의 차이는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우승을 향한 열망이 더 컸다.

개성중-부산고를 졸업한 손아섭은 부산에서 태어나 자라온 토박이다. 부산과 롯데를 향한 애정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선수다.

2007년 처음 롯데 유니폼을 입은 이래 15년간 헌신했다. 통산 1696경기에 출전, 타율 3할2푼4리 OPS(출루율+장타율) 0.867, 2077안타 165홈런 873타점 204도루 을 기록했다. 역대 최연소 2000안타, 롯데 역사상 유일한 도루왕(2016 42개)도 손아섭의 몫이다.

무엇보다 손아섭의 최대 가치는 꾸준함이다. 시즌 중 잠시 부진하더라도 끝나고 보면 어느새 '자기 자리'로 돌아가있다. 기록상 부진을 걱정할 필요 없는 대표적인 선수로 꼽힌다.

손아섭의 에이전트와 NC 다이노스의 협상이 본격화된 건 약 2주전부터, 최종적으로 계약에 접근한 건 지난 주말이다. 손아섭에겐 24일 4년 64억원의 최종 제안에 도장을 찍기 전까지 사흘의 시간이 있었다. 손아섭은 "잠도 제대로 못자고 밥도 제대로 못먹으면서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대호와 전준우 등 손아섭이 평생 함께해온 동료들이 있는 팀이 롯데다. 손아섭을 아끼고 응원해준 팬들도 잊을 수 없다. 만약 2번째 FA마저 잔류한다면 영구결번도 노려볼만한 성적과 존재감을 지닌 선수였다.

하지만 손아섭의 마음 한켠엔 허전함이 있었다. 롯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는 주형광과 박정태, 펠릭스 호세가 이끌던 1999년이다. 손아섭과 전준우는 물론 2001년 데뷔한 이대호조차 아직 밟아보지 못한 무대가 바로 한국시리즈다.

반면 NC는 비록 올해는 가을야구에 실패했지만, 바로 지난해 통합 우승팀이다. 또 이번 겨울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거포인 나성범을 놓치긴 했지만, 곧바로 방향을 돌려 박건우를 영입했고 뒤이어 손아섭마저 러브콜을 보낼 만큼 움직임이 기민하고, 우승을 향한 열망이 강한 팀이다.

손아섭이 롯데 팬들을 향한 미안함과 더불어 여러차례 강조한 점이 바로 "NC의 매시즌 우승에 도전한다는 강력한 의지"다. 젊은 선수들의 육성과 더불어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한국시리즈, 더 나아가 우승을 진심으로 노리는 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 손아섭이 가장 흔들린 것은 바로 이 지점이었다. 아쉽지만 롯데는 가까운 시일내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고는 볼 수 없다. 내년이면 34세가 되는 손아섭의 마음은 급할 수밖에 없었다.

손아섭은 '장타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대해 "마음이 아프지만 사실"이라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하지만 그로선 서운한 점도 없지 않다. 2018년 공인구가 바뀐 이후 리그 전체적으로 홈런 개수와 장타율이 크게 떨어진 게 사실이다. 손아섭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고, 손아섭의 타구질을 감안했을 때 그 자신의 타격 실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도 아니라는 반박이다. 그리고 애초에 손아섭의 장점은 홈런이 아니다.

"난 타석에서 끈질기게 승부할 줄 아는 타자다. 안타와 볼넷으로 많은 출루를 하고, 나가서는 베이스를 휘젓고, 중요할 때 안타로 타점을 올리는게 내 역할이다. NC가 내게 많은 홈런을 기대하고 영입한 것은 아닐 것이다. 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열심히 하겠다. (양)의지형이 타점왕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NC가 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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