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노시환(왼쪽)과 하주석.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리빌딩 첫 시즌을 보낸 한화 이글스에게 2021년은 변화의 해였다.
그 중 파격적 수비 시프트는 '히트상품'이라 부를 만했다. 타자 위치와 성향, 데이터에 맞춰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를 활용했다. 시범경기 때만 해도 한때 실험 정도로 치부됐던 수비 시프트를 시즌 내내 활용했다. 타자 순서 뿐만 아니라 볼 카운트, 주자 상황에 따라 내-외야 수비진이 시시각각 움직였다. 그동안 KBO리그에서 시도된 수많은 수비 시프트와 비교해도 한화의 방식은 특이했다. 시즌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한화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팀이 수비 시프트를 활용하는 등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그라운드에서 실제로 시프트를 전개했던 한화 내야수 3인방의 생각은 어떨까.
3루수 노시환(21)은 "처음엔 적응이 안됐고, 선수들이 당황할 때도 많았다. 수비에서 복잡한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시즌 초반엔 벤치를 보면서 수비 시프트를 전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호흡이 잘 안 맞는다는 느낌도 들었다"며 "하지만 시즌 중반부터 수비 시프트에 적응하면서 선수들이 알아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수비 시프트가) 편해졌다"고 돌아봤다.
내야 수비 시프트를 실질적으로 지휘한 유격수 하주석(27)도 "솔직히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비 시프트는 템포를 끊지 않고 빨리 가야 하는데, 범위가 생각보다 넓었다"며 "제일 무서웠던 건 수비 시프트의 성공-실패가 아니라 피로 누적으로 인한 부상이었다. 때문에 건강한 몸으로 시즌을 마칠 수 있게 된 게 가장 큰 소득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2루수 정은원(21) 역시 노시환, 하주석 못지 않게 수비 시프트 때마다 여러 위치를 돌았다. 후반기 한때 타격 부진이 이어질 때 수비 부담이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은원은 "주변에선 체력적인 부분에 대해 말씀하시지만, 육체적으로 힘들단 느낌은 없었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한화 내야진의 화두는 수비 시프트다. '진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올 시즌 한화의 수비 시프트를 경험했던 팀들의 타석 전략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한화도 이들의 변화에 맞춰 더 세밀하고 정확한 수비 시프트를 만들어야 한다.
하주석은 "KBO리그에서 이렇게 극단적으로 수비 시프트를 펼친 팀이 없었기에 처음엔 의구심도 들었다. 하지만 다른 팀이 우리 시프트를 따라하는 것을 타석에서 느끼고, 벤치에서도 그런 장면을 보면서 '우리 방식이 맞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내년에도 이어질 수비 시프트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노시환은 "올 시즌을 통해 상대팀 타자 성향이나 타구 방향을 파악했다는 점을 더 잘 알게 됐다. 그래서 내년에 (수비 시프트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