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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도입될까? '충돌 위험+3피트 방지' 타자용 1루, 무한 가능성

김영록 기자

입력 2021-12-22 19:42

수정 2021-12-23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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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도입될까? '충돌 위험+3피트 방지' 타자용 1루, 무한 가능성
3회말 LG 홍창기가 투수 앞 땅볼을 치고 1루로 전력질주 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10.01/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1루 파울라인 바깥쪽에 '타자용' 베이스가 생긴다면 어떨까? 일본프로야구에서 제기된 혁신적인 아이디어다.



1루로 뛰는 주자와 마운드에서 달려오는 투수의 충돌은 야구에서 가장 위험한 장면 중 하나다. 전력질주하는 두 선수의 운동에너지가 잘못 충돌하면 큰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 단순한 충돌 외에 넘어지는 과정이나 야구화의 날카로운 스파이크로 인한 부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빗나간 송구를 잡느라 공에만 정신이 팔린 1루수와 타자 주자의 충돌, 혹은 1루 베이스에 접촉한 수비수의 다리를 밟고 지나가는 타자의 아찔한 장면도 매년 수차례 연출된다. 2013년 조동찬, 2015년 서건창처럼 1루에서의 충돌로 인해 선수 생활에 큰 지장이 생긴 사례도 적지 않다.

스포츠닛폰 등 일본매체들에 따르면 일본프로야구(NPB)는 지난 10월 파울라인 바깥쪽의 '타자용' 1루 도입을 논의했다. 일단 도입은 불발됐지만, 추가 논의가 가능하다는 여지를 남겨뒀다.

1루 베이스는 파울라인을 중심으로 놓여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파울라인 안쪽과 바깥쪽에 1루 베이스를 딱 붙여 하나씩 설치하고, 수비수는 안쪽 베이스, 공격 측은 바깥쪽 베이스를 활용하자는 것. 선수들의 안전을 위한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타자와의 충돌은 물론, 타자가 수비수의 발이나 다리를 밟는 사고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이미 소프트볼의 전례가 있어 야구에 도입이 추진된 것.

또한 1루 경합시의 3피트 논란도 줄일 수 있다. 대부분의 3피트 논란은 타격 후 1루로 달리던 타자가 라인 안쪽으로 들어와 포수 또는 투수의 송구를 방해하는 데서 발생한다. 수비수가 타자를 피해 송구하다 실책이 나오기도 하고, 타자의 등이나 머리에 맞으면서 책임 소재를 묻게 되는 식이다.

논란의 여지도 적지 않다. 우선 1루심의 아웃-세이프 판정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 흔히 1루심은 눈으로는 포구하는 글러브, 귀로는 타자가 베이스를 밟는 소리를 듣고 판정한다고 한다. 하지만 야구계에 따르면 심판 판정의 기본은 어디까지나 눈이다. 귀는 보조적 수단일 뿐이다. 만약 베이스가 2개가 되고, 심판의 눈으로 커버해야하는 범위가 넓어지면 오심의 가능성이 커진다. 베이스의 측면, 발이 닿고 안 닿고를 판정해야함을 감안하면 단순히 시야가 2배로 넓어지는 것과는 다르다.

타구의 변수가 늘어난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1루 베이스가 2배로 커지면, 수비 입장에선 1루 쪽 타구의 불규칙 바운드 가능성이 함께 올라간다. 1루 쪽 불규칙 바운드는 필연적으로 추가 진루가 포함된 장타로 이어지기에 더욱 예민한 부분.

또 1루타의 경우에는 좋아보이지만, 2루타 이상의 장타가 나왔을 때 바깥쪽 베이스를 밟아야하는 규정은 오히려 타자의 부상을 부르거나 플레이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심판이 '누의 공과'를 따지기 위해 지켜봐야할 사안도 하나 더 늘어난다.

일본 야구계가 '선수 부상 방지에 좋다'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반려한 것은 '전례가 없다' 등 반대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미국프로야구(MLB)는 앞서 2014년 홈충돌 방지법, 2016년 2루 충돌 방지법을 도입한 바 있다. 올해는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1루와 3루의 크기를 기존(15인치, 약 38.1㎝)보다 3인치 늘려(약 45.72㎝) 사용하는 테스트를 하기도 했다. 즐거운 스포츠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수의 안전이 우선돼야한다는 논리다.

KBO 관계자는 "산하 규칙위원회 등을 통해 해외야구의 규정 변경 사례는 다양하게 수집하고 있다. 다만 1루 이중 베이스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규정 변경 여부를 논의한 적은 없다. 여러가지로 검토할 부분이 많은 문제"고 답했다. 선제적 도입도 고려해볼 수는 있지만, 일단은 야구계 전례가 없는 규칙 변경은 조심스럽다는 입장.

한국 역시 도입을 검토할 경우 퓨처스리그에서 1~2시즌 테스트를 거치게 될 전망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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