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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하게 되면…" 기어이 '삼성맨'으로 남은 백정현, 현실이 된 1년 전 다짐[SC비하인드]

정현석 기자

입력 2021-12-15 16:24

수정 2021-12-16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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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하게 되면…" 기어이 '삼성맨'으로 남은 백정현, 현실이 된 1…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1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1회말 삼성 백정현이 역투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1.11.10/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FA 투수 백정현(34)이 소망대로 삼성 라이온즈에 남게 됐다.



백정현은 15일 삼성과 4년 최대 총액 38억원(계약금 14억원, 연봉 합계 20억원, 인센티브 합계 4억원)에 사인했다.

올시즌 14승과 토종 최고 평균자책점인 2.63을 기록한 특급 투수. 시상식 인터뷰마다 "어차피 (다른 팀에 가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삼성과 빨리 계약하고 싶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협상에 불리할 수도 있는 삼성 잔류 희망. 결국 백정현은 바람대로 삼성에 남았다.

전날 몰아친 박건우(6년 총액 100억원) 박해민(4년 총액 60억원)의 거액 계약으로 상대적으로 소박해 보이는 계약 조건. 본인은 어떤 생각일까.

계약 발표 직후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백정현은 "충분하다. 과한 대우를 받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4년 계약까지 바라지 않았는데 배려해 주셔서 기분 좋은 마음과 함께 무거운 마음도 공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시즌 중에도 해탈한 듯한 무욕의 인터뷰로 '정현 대사'란 우스갯소리를 들었던 백정현.

일생일대에 가장 큰 계약에 대해서도 그는 담담했다. 말과 행동에 일관성이 있었다. 삼성에 남아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작년 힘들 때 구단에서 STC(삼성트레이닝센터)에 보내줬어요. 몸과 마음을 다잡는데 도움을 받았죠. 그때 당시 '내년에 혹시 잘 하게 되면 삼성과 좋은 계약을 했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제가 구단에서 많은 걸 받고 있구나 하는걸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결국 제 바람대로, 제 마음대로 됐네요."

삼성에 남는 것도 어쩌면 자신의 선택이 아닐 수 있음을 깨달은 순간도 있었다.

"에이전트가 제게 '혹시 다른 팀에 갈 생각이 있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때 참 이상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다른 팀에 간다고 생각해봤더니 '아, 진짜 사람 일이라는 게 내 바람과 달리 갈 수도 있구나. 여기 남는 것도 내 욕심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에이전트한테는 '잘 모르겠다. 삼성에 남으면 좋겠지만 상황이 되는대로 해달라'고 부탁드렸죠. 삼성에 남고 싶은 생각을 하면서도요."

백정현은 지난해 겨울 FA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부상과 부진 속에 2020년 시즌 성적이 좋지 못했다. 고민 끝에 FA 신청을 1년 미뤘다. 그리고 화려하게 부활해 1년 만에 영광의 순간을 맞았다. 그는 결과보다 과정을 이야기 했다.

"작년에 계약했으면 지금 이런 조건은 꿈도 못꾸는 거잖아요. 과정에 있어서 결과를 만들었다 생각해요. 어쩌면 저는 그 과정을 간직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 만들어낸 전화위복의 스토리. 그의 야구인생은 늘 결과보다 과정이 있어 잔잔하게 감동적이었다.

과한 돈 욕심 보다 스스로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보며 자분자족의 의미를 아는 선수. 커리어하이 시즌을 찍은 올시즌이 정점이 아닌 우상향을 향한 새로운 출발점이 될 공산은 충분하다. 그만큼 내실 있게 스스로를 가꿀 줄 아는 선수. '영원한 삼성맨' 백정현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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