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1아웃 4볼넷 4실점' 그날, 이승관이 수베로 감독 공 빼앗은 사연은[마캠 인터뷰]

박상경 기자

입력 2021-11-21 21:36

수정 2021-11-22 07:15

'1아웃 4볼넷 4실점' 그날, 이승관이 수베로 감독 공 빼앗은 사연은
◇한화 이승관.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지난 5월 2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이날 KT에 1대8로 패한 한화 이글스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선발 투수 이승관(22)을 감독실로 불렀다. 이승관은 이날 아웃카운트 1개를 잡는 동안 안타 없이 볼넷 4개로 4실점했다. 이승관은 1군 첫 선발 등판이었던 5월 15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⅔이닝 5안타 1볼넷 6실점(4자책점)을 기록한 바 있다. 키움전에선 애매한 볼판정과 실책이라는 변수가 작용했다. 수베로 감독도 "볼은 너무 좋았다. 다음에도 선발로 쓸 것"이라고 말했던 터였다. KT전 결과는 이승관이나 수베로 감독 모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수베로 감독은 호세 로사도 투수 코치와 함께 이승관을 앉혀놓고 1시간 동안 비디오 미팅을 하면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미팅 말미에 수베로 감독은 야구공 하나를 들고 이승관 앞에 섰다. 그러면서 "네가 다음 경기에도 선발 등판하고 싶다면 이 공을 가져가보라"고 했다. 이승관이 손을 내밀었지만, 수베로 감독이 움켜쥔 공은 빠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우격다짐 끝에 이승관이 공을 빼내자 수베로 감독은 "방금 그 마음을 잊지 말아라. 그런 마음으로 마운드에 서라"고 말했다.

서산 마무리캠프에서 훈련 중인 이승관은 당시를 떠올리며 "이후 대전에서 서산으로 오는 길에 별의 별 생각을 다했다. 보여줄 게 있어 1군에 간 건데 정작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창피하게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나 자신이 용납이 안됐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부진이) 한 경기였다면 긴장이라고 포장할 수 있었지만, 몇 경기를 계속 그랬다"며 "어쩌면 퓨처스(2군)를 대표해 1군에 간 것인데, 그동안 배운 것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돌아간다는 생각에 죄송한 마음이 컸다"고 고개를 숙였다.

야탑고 시절 이승관은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리는 좌완 투수로 큰 기대를 모았다. 2018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한화 유니폼을 입고 그해 팀내 상무 지원자 중 유일하게 합격 통보를 받아 군 복무까지 일찌감치 마무리했다. 제대 후 퓨처스에서 꾸준히 몸을 만들며 구속을 되찾았고, 컨트롤도 가다듬으면서 수베로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1군에서는 퓨처스에서 보여준 기량과는 딴판의 불안한 모습에 그쳤다.

이승관은 "1군 콜업 뒤 부진한 경기 뒤에도 모두 좋은 말씀만 해주셨다. 부진에 대한 질책보단 '더 나아질 것'이라는 격려가 대부분이었다. 퓨처스 코치님들도 '내년에 더 잘하면 된다'고 격려해주셨다"며 "그런데 나는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혼자 약해지고 망가졌다"고 고백했다.

한화가 여전히 이승관에 걸고 있는 기대는 크다. 퓨처스 박정진, 마일영 코치 뿐만 아니라 최원호 감독까지 틈날 때마다 이승관의 투구를 분석하고 피드백을 주면서 발전을 돕고 있다. 로사도 코치도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쓰면서 이승관을 단련시키고 있다. 이승관은 "퓨처스로 내려갈 때 로사도 코치님이 '너 때문에 잠이 안온다.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고 하시면서도 다음날 '넌 충분히 좋은 공을 갖고 있다. 반드시 할 수 있다. 너 자신이 문제'라고 말씀을 해주시더라"며 "퓨처스 코치님들도 '한끗차이'를 강조하신다. 내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결과로 말하는 프로의 세계. 부진한 선수가 설 자리는 없고, 비판도 필연적으로 따르는 부분이다. 올 시즌 숱한 비난을 짊어졌던 이승관이지만 "비난도 관심이 있어야 해주시는 것 아닌가. 그만큼 관심을 주셨는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기만 하다. 그래서 내년엔 더 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승관은 "내년 시즌이 끝난 뒤엔 '이승관은 정말 잘했다. 작년보다 훨씬 나아졌다',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다짐했다. 올 시즌을 통해 이승관은 한 뼘 더 성장했고, 반등의 해답도 이미 찾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