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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성적 끼어들 여지 없었다? 34년만에 非PS 팀들서 MVP 탄생

노재형 기자

입력 2021-11-1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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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성적 끼어들 여지 없었다? 34년만에 非PS 팀들서 MVP 탄생
아메리칸리그 MVP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 AF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MVP 선정 기준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과거에는 팀 성적에 대한 선수의 공헌도가 중시된 반면 요즘은 선수 개인의 퍼포먼스가 절대적 평가 잣대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19일(한국시각) 발표된 양리그 MVP는 모두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팀에서 나왔다.

아메리칸리그 MVP 오타니 쇼헤이의 소속팀 LA 에인절스는 올시즌 77승85패를 기록, 서부지구 4위에 그쳤다. 특히 후반기에 32승41패로 더욱 처진 모습을 보여 오타니조차도 시즌 직후 "이 팀이 마음에 들지만 이기는 팀을 원한다"고 했을 정도다. 에인절스가 가을야구를 한 건 7년 전인 2014년이 마지막이다.

내셔널리그 MVP 브라이스 하퍼가 이끄는 필라델피아 필리스도 82승80패로 승률 5할을 겨우 넘기는 고전 끝에 동부지구 2위로 시즌을 마감,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 투표 기자단 30명은 오타니를 만장일치로, 하퍼에게는 1위표 17개를 부여하며 양 리그 MVP로 선정했다.

현재의 MVP 시상 제도가 정착된 1931년 이후 양리그 모두 비포스트시즌 팀에서 MVP가 나온 것은 이번이 9번째이며, 1987년 토론토 브루제이스 조지 벨, 시카고 컵스 안드레 도슨 이후 34년 만이다. '무려' 10개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2015년 이후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물론 투타 겸업으로 광풍을 일으킨 오타니는 설명이 필요없는 MVP다. 하퍼의 경우에도 올시즌 활약상을 들여다 보면 MVP로 손색없다. 하퍼는 OPS 전체 1위(1.044)에, WAR은 6.6으로 리그 2위에 올랐다. 주요 타이틀도 거머쥔 것이 없지만, 전반기 3차례나 부상을 입은 뒤 후반기 73경기에서 3할3푼8리의 타율과 1.188의 OPS, 20홈런, 50타점을 때리며 시즌 막판까지 팀을 지구 우승 경쟁 구도로 이끌었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다만, 올시즌 전체 승률 1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이끈 브랜든 크로포드가 MVP 파이널리스트에서 빠진 것과 토론토 블루제이스 쌍포 블라디미르 게레로와 마커스 시미엔이 1위표를 한 개도 얻지 못한 점, 앞서 양리그 MVP 후보 파이널리스트 6명이 모두 포스트시즌 탈락팀 소속이라는 점은 기자단의 인식 변화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MVP를 꼽는다면 1988년 LA 다저스 커크 깁슨이다. 그해 월드시리즈 1차전서 대타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뒤 아픈 다리를 절룩거리며 베이스를 돌던 '그 깁슨'이다.

BBWAA 투표에서 깁슨은 13개의 1위표를 포함해 272점을 받아 뉴욕 메츠 외야수 대럴 스트로베리(236점)을 제치고 내셔널리그 MVP에 올랐다. 그해 다저스는 서부지구 1위, 메츠는 동부지구 1위로 각각 정규시즌을 마친 상황. 기록으론 스트로베리가 유력한 MVP로 꼽혔지만, BBWAA의 선택은 깁슨이었다. 깁슨은 타율 2할9푼, 25홈런, 76타점, 31도루를 기록했다. 개인 타이틀은 없었다. 스트로베리는 타율 2할6푼9리, 39홈런, 101타점을 올려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왕에 장타율과 OPS도 내셔널리그 1위였다.

당시 LA 타임스는 '깁슨의 MVP 등극은 심전도가 심장의 기능을 나타내는 유일한 지표가 아니란 걸 증명한 것'이라며 '깁슨은 다저스의 마음과 정신에 중대한 영향을 미쳐 기록상 훨씬 앞선 많은 선수들을 투표에서 이겼다'고 논평했다. 변변한 타이틀 하나 없었지만, 다저스 선수단을 하나로 묶는데 구심점 역할을 했다는 점이 기자단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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