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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연속 KS는 우리뿐" 위대한 조연. 18일 간의 '미라클 여정' [KS]

이종서 기자

입력 2021-11-18 21:49

수정 2021-11-19 06:51

"7년 연속 KS는 우리뿐" 위대한 조연. 18일 간의 '미라클 여정'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KT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2차전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두산 선수들. 고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1.11.15/

[고척=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졌지만 잘 싸웠다. 2021년 두산 베어스는 충분히 박수받을만한 마무리였다.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친 두산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포스트시즌을 맞이했다. 외국인 투수가 모두 부상으로 이탈했다. 워커 로켓은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가 수술을 받았다. 아리엘 미란다는 어깨 통증으로 한국시리즈가 돼서야 나올 수 있었다.

2015년 부임 이후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두산 김태형 감독은 단기전 승부사다운 모습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

최원준-곽 빈-김민규로 이뤄진 선발진의 부족한 점은 이영하 홍건희라는 파이어볼러 필승조 활용으로 지웠다. 선발이 흔들리면 이들을 올렸고, 이들이 무너지면 다음 경기를 준비하며 체력을 아끼는 전략으로 풀었다.

1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패배한 두산은 2차전에서 16점을 내면서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준플레이오프 상대는 '잠실 라이벌'. LG 트윈스는 정규시즌 팀 평균자책점 1위(3.57)를 자랑한 투수 왕국이었더.

케이시 켈리와 앤드류 수아레즈라는 외국인 원투펀치가 건재했고, 정우영 진해수 고우석 등 불펜 역시 리그 최고라 불려도 부족함이 없었다.

두산은 투수력 싸움에서는 밀렸지만, 승부처마다 집중력을 발휘했다. 결국 1승1패로 맞선 3차전에서 다시 한 번 승리를 잡아내면서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일궈냈다.

상대는 점점 강해졌다. 2위 삼성 라이온즈 역시 LG 못지 않은 투수력이 강점이 있었다.

데이비드 뷰캐넌-백정현-원태인 등 14승 이상을 거둔 선발투수만 3명이 있고, 세이브왕 오승환도 굳게 버티고 있었다.

이번에는 방망이가 화끈하게 불탔다. 팀 타율 3할8푼을 기록하면서 2승으로 가볍게 삼성을 제압했다.

결국 두산은 다시 한 번 한국시리즈의 문을 열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1982년 KBO리그 출범 이후 아무도 가지 못했던 길이었다.

두산의 광폭 행보에 올해 입단한 신인들은 "지명받을 무렵 5위와 7위를 왔다갔다 했는데 선수단에 합류하니 어느덧 한국시리즈를 하고 있더라"고 입을 모아 감탄했다.

힘겨운 싸움을 펼치면서 정상에 도전했지만, 두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조연으로 마쳤다. 플레이오프를 2차전에서 마치면서 3일의 휴식을 얻었지만, 체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승부처 카드로 꼽혔던 이영하 홍건희는 잔뜩 지친 모습을 보이며 고비의 순간을 넘기지 못했다. 야수진에서는 부상자도 속출했다.

'가을 타짜' 김 감독도 어쩔 수 없었다. 1차전 기선제압에 실패하고, 2차전 초반 찬스를 살리지 못하면서 '여기까지'라는 것을 직감했다.

김 감독은 18일 4차전을 앞두고 "체력적인 요인도 무시 못한다"라며 "올해같은 경우는 잘 싸워서 이겨왔다. 부상 등으로 잘되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잘 올라왔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두산은 결국 막내의 첫 우승을 내준 '조연'이 됐다. 2년 연속 씁쓸한 마무리.

비록 마지막 순간 웃지 못했지만, 2021년 시즌은 두산은 실패가 아닌 '준우승'을 달성한 성공한 시즌이라고 불리기에 충분했다.고척=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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