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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집중" '강민호 딜레마' 속 주목받는 톱랭커 예비역 포수[SC인터뷰]

정현석 기자

입력 2021-11-18 12:00

수정 2021-11-1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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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집중" '강민호 딜레마' 속 주목받는 톱랭커 예비역 포수
지난 2019년 올스타전을 찾은 이병헌.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는 세 번째 FA를 앞둔 '강민호 딜레마'에 빠져 있다.



곧 열릴 FA 시장을 앞두고 고심이 크다. 방침은 당연히 잔류다. 다만, 기간과 액수 등에 있어 눈높이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내년이면 만 서른일곱이 되는 노장 포수. 시장에서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마지막해 연봉을 5억원으로 줄인 탓에 선수 보상 없이 연봉의 150%인 7억5000만 보상하면 출혈 없이 데려갈 수 있다.

포수난에 시달리는 시장은 강민호에 유리한 환경. 반면, 삼성은 내년에도 강민호가 꼭 필요하다. 아직은 안방 홀로서기가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참 트리오 김민수(30) 김응민(30) 권정웅(29) 등 수준급 포수들이 있지만 완성도가 강민호에 미치지 못한다.

'차세대 주전 포수'로 각광 받던 3년 차 김도환(21)은 상무 입대를 결정했다.

그런 가운데 병역을 일찌감치 마친 동기생 이병헌(22)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병헌은 2019년 드래프트에서 김도환과 함께 포수 최대어 자원으로 꼽혔던 선수.

팀 내 유망주 순환 차원에서 빠른 현역 입대를 결정했다. 군 시절 사회복무요원으로 전환돼 지난해 9월 8일 병역을 마친 그는 홀가분하게 내년 시즌을 향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라운드와 잠시 멀어졌던 1년 반의 군 생활. 성숙의 시간이었다.

인천 숭의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이후 엘리트 선수로서 오직 앞만 보고 달려왔던 나날들.

조용히 자신을 돌아볼 소중한 시간이 됐다. 야구의 소중함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스스로 느끼는 게 많았어요.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게 행복한 일이구나. 훗날 벗는 순간이 올 때 잘하든 못하든 적어도 후회는 하지 말자는 다짐을 했죠."

이병헌은 고교 시절 1년을 유급했다. 그래서 KT 강백호, 키움 안우진, 롯데 한동희 등 2018년 고졸 입단 선수들과 같은 나이다. 팀 내에서는 원태인 박승규 등과 동기생인 그는 군 복무 시절 또래들의 활약을 멀리서 지켜봤다.

"TV로 친구들을 봤어요. 고교 시절 때보다 더 잘하는 친구들도 많고, 잘한다 싶었는데 안되는 선수도 있더라고요. 진지하게 저를 객관적으로 되돌아보게 됐어요. '외부환경에 신경 쓰지 말고 제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자'는 결론에 도달했죠."

팀 내 경쟁 구도, 향후 주전 도약의 기회 등은 이병헌에게 그저 '외부환경'일 뿐이다.

준비된 포수로서 내실을 갖추지 못하면 찾아온 기회는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이다. 이 중요한 깨달음을 예비역 청년 포수가 깨달았다.

이병헌은 차세대 대형 포수가 될 재능을 갖춘 선수다. 본인은 "3학년 때만 잘 쳤다"며 겸손해 하지만 이미 고교 시절 장타력과 함께 정상급 타격 솜씨를 충분히 인정받았다. 포수로서도 강한 어깨의 소유자. '공격형 포수'란 세간의 평가에 대한 이병헌의 생각은 달랐다.

"저는 타격이 특별한 장점이란 생각을 하지 않아요. 오히려 수비하고 막고 하는 부분에 더 자신이 있었거든요."

수비적 측면에서 좋은 포수가 될 자질이 많다.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포지션인 포수로서 무척 영리하다. 표현력과 붙임성도 좋아 누구와도 두루 잘 어울린다. 마운드에서 예민한 투수들을 다독이며 이끌어갈 만한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

올 겨울은 '포스트 강민호'로서 입지를 다져야 할 출발선상이다. 프로선수로서 중요한 기로에 선 그는 마인드 컨트롤에 한창이다.

"신인 때는 '찬스니까 잘 해야 한다'는 조바심 같은 게 있었어요. 시간 지나고 나니 바보 같은 거였더라고요. 제가 해야할 것을 먼저 해야 하는 거였는데…. 이제는 제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외부상황은 더이상 신경 쓰지 않습니다. 꾸준히 제가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언제 어떻게 기회가 찾아올지 모르니까요."

삼성을 넘어 리그를 이끌 대형 포수로 성장할 재능이 올바른 마인드 셋 속에 방향을 잡았다.

겨우내 노력의 땀방울이 가미되면 내년 봄 어떤 폭풍 성장의 결과를 만날 수 있을지 예단하기 어렵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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