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KBO리그 한국시리즈 3차전 두산과 KT 경기. 4회말 2사 강승호의 파울 타구를 강백호가 1루 덕아웃 펜스 위로 팔을 뻗어 잡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1.11.17/
[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연속 출루 기록은 끊겼다. 안타도 치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KT 위즈는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3대1로 승리, 3연승을 달렸다. 이제 창단 첫 우승까진 1승밖에 남지 않았다.
두산 미란다와 KT 데스파이네, 양팀 외인 에이스의 치열한 투수전이 펼쳐졌다. 야구는 흐름의 경기다. 투수전의 분위기는 홈런 한방, 그리고 수비 하나에 바뀐다.
이날 KT의 가슴에 불을 지른 선수는 강백호였다.
0-0의 승부가 이어지던 4회 2사, 이번 시리즈 답답한 두산 타선에서 오아시스 역할을 하던 강승호의 타석이었다. 빗맞은 타구는 1루 KT 더그아웃 위로 낮게 떴다.
강백호는 기민하게 달려갔다. 하지만 좀처럼 팔이 닿지 않을 위치. 망설이지 않았다. 더그아웃 철망 담장 위로 몸을 던졌다. 강백호의 허리가 담장 끝에 살짝 걸쳐지며 정확하게 글러브 속에 공이 안착했다.
이날 데스파이네는 5⅔이닝 2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흔들리던 상황도, 위기도 아니었다. 잡지 못한다고 누가 뭐라할 수 없는 까다로운 타구였다.
심지어 KT의 1루수는 팀의 간판타자인 강백호다. 이닝을 끝내는 아웃카운트 하나보다 강백호의 건강이 훨씬 소중하다. 강백호 스스로 이를 모를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었고, 잡아냈다.
강백호의 이 플레이 하나가 분위기를 바꿨다. 곧바로 5회초 잘 던지던 미란다를 상대로 박경수가 선제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이날의 결승타였다.
박경수는 6회에도 몸을 던지는 수비로 박건우의 안타성 타구를 아웃으로 연결했고, 이강철 감독은 무실점 중인 데스파이네를 내리고 '김재환 저격수' 조현우를 투입하는 초강수로 승리를 지켜냈다. 8회 박경수가 갑작스런 부상으로 볼을 떨어뜨렸을 땐, 뒤를 받치고 있던 호잉이 재빠르게 대처해 우익수앞 땅볼을 만들어냈다.
강백호는 2차전까지 8타석 모두 출루에 성공했다. 1차전 3타수 3안타 1볼넷, 2차전 2타수 2안타 2볼넷을 기록했다. 종전 한국시리즈 타이(2020 김재호, 8타석) 기록이다.
이날은 안타도 출루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강백호는 KT의 심장다운 방법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병살타 3개를 치고도 승리한 KT는 이제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단 한걸음을 남겨두게 됐다.
고척=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