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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가 중요" 질롱에서 얻은 깨달음…'3년 차'에 찾아온 데뷔전

이종서 기자

입력 2021-11-16 13:05

수정 2021-11-1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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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가 중요" 질롱에서 얻은 깨달음…'3년 차'에 찾아온 데뷔전
김인범.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호주에서 멕시코까지.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이 3년 차 김인범(21·키움 히어로즈)에게는 빠르게 쌓이기 시작했다.



2019년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한 김인범은 첫 해를 퓨처스리그에서 마친 뒤 호주로 떠났다.

2019~2020시즌 호주프로야구에 질롱코리아 소속으로 뛰게 됐고, 10경기에 등판했다.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48⅓이닝 던진 그는 2승4패 평균자책점 9.87로 고전했다. 김인범은 "당시엔 경험이 많이 부족한 상태였다. 그래서 말 그대로 난타당했다. 홈런도 많이 맞고 점수도 많이 내줬다"다고 돌아봤다.

어려움이 많았던 만큼, 확실하게 배움의 장은 됐다. 그는 "그렇게 얻어맞으며 많이 배웠다. 외국 선수들은 스트라이크 존과 상관없이 눈에 보이면 일단 방망이가 나가는 스타일이 많았다. 그래서 타자를 속이기 위해 변화구를 많이 던졌다. 여러 유형의 타자를 상대하며 어디로 던지면 타자가 잘 속는지, 못 치는지 생각하면서 던지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어 "자연스레 제구의 중요성을 배웠다. 그러면서 마운드에서 더 집중하게 됐고, 연습량도 늘어났다. 그런 부분이 좋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질롱에서 깨달은 제구의 중요성을 바탕으로 퓨처스리그에서 1년을 더 담금질한 그는 3년 차인 올해 8월 17일 1군에 첫 콜업됐다.

김인범은 "처음 1군에 합류했을 땐 등록된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부산 원정을 따라갔는데, 송신영 코치님이 등록될 거라고 말씀해주셨다"라며 "프로 생활 3년 만에 처음으로 등록됐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고, 부모님께도 연락드렸다. 부모님 친구분들께서 제가 언제 나오냐고 많이 물어보셨는데,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어서 기뻤다"고 당시 순간을 떠올렸다.

김인범은 자신의 장점으로 변화구 구사를 꼽았다. "주무기는 커브"라고 한 그는 "결정구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주로 포크볼을 많이 쓴다. 슬라이더는 카운트를 잡을 때 사용한다. 특히 내 장점은 커브와 슬라이더가 각각 2개라는 거다. 느린 공과 빠른 공을 가지고 있다. 공을 던질 때 폼도 비슷해서 친구들도 제 변화구에 대처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하곤 했다"고 자신했다.

자신감은 1군에서도 통했다. 첫 1군 등록은 데뷔전으로도 이어졌다. 좀처럼 등판 기회가 닿지 않았던 가운데 8월 29일 LG 트윈스전에 데뷔전이 성사됐다. 2-11로 지고 있던 6회말 등판한 그는 3이닝을 던지며 경기를 책임졌다. 1안타 1볼넷으로 출루를 허용하기도 했지만, 삼진 4개를 잡아내는 등 완벽하게 첫 등판을 마쳤다.

김인범은 "첫 타자가 김현수 선배님이었는데, 마운드에 올라가기 전부터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등판했다. 신기하게 내 생각대로 잘 풀렸다. 그러다 보니 다음 타자부터는 공을 던지는 게 재미있었다"라며 "마음이 안정되니까 수비나 그라운드도 살펴보는 여유가 생겼다. 첫 등판은 정말 재미있게 마무리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김인범은 "긴장을 하면 머릿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하는 편이다. 이 타자에게 이 카운트에 어떤 공을 던질지 등판하기 전부터 생각한다. 그게 잘 맞아떨어지는 날은 모든 게 잘 풀리는데 뜻대로 안 될 때면 힘든 투구를 이어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9월 1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그는 5일 SSG 랜더스전에서는 1⅓이닝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SSG전은 자신도 만족한 경기. 4-8로 지고 있던 6회 2사 1,3루에서 마운드에 올라와 박성한을 뜬공 처리하며 급한 불을 껐고 7회 삼자범퇴로 막았다.

김인범은 "SSG랜더스와의 경기에서 주자가 있는 상황에 등판했다. 그때 1과 1/3이닝을 잘 막았고, 그다음에 팀이 역전해 이겼다. 경기가 끝나고 홍원기 감독님 기사를 봤다. 감독님께서 제 투구가 팀 역전의 발판이 됐다고 말씀하신 걸 보고 엄청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후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부진이 아닌 U-23 야구 월드컵에 나가기 위함이었다. 김인범은 선발 두 차례 포함 4경기에 나와 8이닝 5실점(2자책)을 했다.

김인범은 "질롱 코리아에서 뛰었던 경험이 있다 보니 많은 도움이 됐다. 호주에서 상대했던 외국인 타자들과 유형이 비슷했다. 그래서 상대하기가 조금 더 수월했다. 원하는 곳에 공이 잘 들어오기도 했고 변화구가 잘 통했다. 계획이 완전히 들어맞진 않았지만 6~70% 정도는 제 뜻대로 투구가 이뤄졌다. 그래서 잘 던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음식이나 물은 진짜 입에 맞지 않았다. 멕시코하면 타코가 유명해서 먹어봤는데, 한국에서 파는 게 제 입맛에는 더 맞았다"고 웃었다.

프로에서의 3년. 김인범은 자신에게 60점을 줬다. 그는 "1, 2년차까진 정말 좋지 못했다. 특히 2년차 땐 정말 성적이 좋지 않아서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송신영 코치님께 도움을 많이 받은 덕분에 1군에서나, 멕시코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옛날에는 변화구보다 패스트볼을 많이 던졌다. 코치님들께선 변화구를 많이 쓰라고 조언해주셨지만, 제가 코치님 말씀을 잘 듣지 않았다. 혼도 많이 났었다. 그런데 송신영 코치님께서 조언도 해주시고 옆에서 계속 알려주시니까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을 차린 셈이다. 그때부터 변화구를 주무기로 썼다"고 했다.

김인범은 전라남도 고흥에서 진행 중인 마무리캠프에서 막바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목표는 구속 올리기. 김인범은 "아직 모든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그중에서도 구속을 올리려고 노력 중이다. 특히 최고 구속을 경신하기보다는 평균 구속을 늘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속 1km 올리기가 정말 힘들다. 수치적 목표를 가지기보다는 올 시즌보다 더 나아지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체력 보강도 함께 신경쓰고 있다. 김인범은 "선발투수 유형이지만 아직 스태미너가 부족하다. 4회까지는 괜찮지만 80구를 넘어가면 구속이 많이 떨어진다. 내년에는 최소한 5회까진 같은 구속이 나올 수 있도록 연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군 데뷔 첫 발을 내디딘 그는 새로운 시즌에는 도약을 목표로 했다. 그는 "올 시즌 1군에서 3경기, 5이닝을 던졌다. 내년에는 한 시즌 내내 1군에서 30이닝 이상 던지는 게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고척=이종서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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