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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택 총재의 부적절한 몰아가기, 변명의 여지 없다[SC시선]

정현석 기자

입력 2021-11-14 16:41

수정 2021-11-15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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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택 총재의 부적절한 몰아가기, 변명의 여지 없다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두산과 키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경기가 열렸다. 경기장을 찾은 황희 문체부장관과 정지택 총재가 함께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11.01/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KBO는 14일 오전 '긴급 이사회 녹취록 관련 보도에 대한 KBO 입장'이란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두 번째 반박문.



문체부에 제출된 녹취록이 어떤 경로로 언론에 유포됐는지, 회의과정이 모두 공개되는 것이 옳고 그른지 여부와는 별개로 반박문은 회의록 공개로 인해 궁지에 몰린 정지택 총재를 위한 변명처럼 보인다.

KBO는 긴급 이사회 개최 배경에 대해 '실행위원회에서 리그 중단을 결정하고 발표하려 했으나, KBO 총재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하여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행위 결정 만으로 리그 중단 발표를 고려했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절차다. KBO가 '리그 순연'이란 표현으로 순화(?)한 '리그 중단'은 이사회 의결이 당연한 중차대한 사안이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단 한번도 없었던 코로나19발 리그 중단. 단장들의 조정 기구인 실행위원회의 결정은 결코 최종결정이 될 수 없었다. 최종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제로베이스 토의 속에 도출되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결론이 필요했다.

가뜩이나 이 사안은 '대체선수로 중단없이 운영된다'는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을 뒤집는 결정이었다.

그런 면에서 정지택 총재가 실행위 결정사안임을 들어 회의 초반 "NC, 두산을 강행시키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 의장으로서 저는 반대"라는 분명한 방향성을 앞세우며 '리그 중단'이란 결론을 향해 몰아가려는 시도는 부적절 했다.

실제 KBO는 이번 보도자료에서 '이사회 초반 총재는 NC, 두산의 경기를 강행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몇몇 이사들의 반대가 있었다'고 명시했다.

이 부분은 명백히 총재의 중립의무를 벗어난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총재는 중립적 입장에서 회의를 진행하려 최대한 노력했어야 했다.

KBO는 '총재가 리그 중단을 몰아갔다'는 주장에 대해 '총재는 이사회 초반 발언 이후에는 찬반의사를 표명을 하지 않았고, 표결에도 참여하지 않았으며, 최종 표결 전 리그 중단을 찬성한 이사들에게 번복의 의사가 없는지를 재차 확인했다'며 중립적 사회자로서의 의무를 다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사회 초반이든, 막판이든 중립적이어야 할 총재가 특정 팀에 유리한 방향으로 분위기를 유도한 처신은 부적절 했다. '총재의 의중'이란 무게감을 감안하면 일부 중립적인 팀들의 결정 과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게다가 총재는 리그 중단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볼 두 팀 중 하나인 두산그룹 출신 인사다. 더더욱 중립적 입장을 견지했어야 하는 이유다. 리그 중단에 반대한 모 구단 대표이사의 "일단 두산, 특정 편애가 되는 것 같다. 규정대로 강행하는 게 원칙적으로 맞는 것 같다"는 항변은 충분히 존중됐어야 할 의견이었다.

그런 가운데 리그 중단을 반대한 팀이 4팀이나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시즌에 앞선 지난 3월 24일 KBO는 '2021 KBO 리그 코로나19 매뉴얼'을 통해 '지난해와 달리 올 시즌에는 자가격리 대상자를 제외한 대체 선수로 중단 없이 운영 된다'는 대원칙을 천명했다. '단 엔트리 등록 미달 등 리그 정상 진행에 중대한 영향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긴급 실행위원회 및 이사회 요청을 통해 리그 중단여부를 결정한다'고 예외 규정을 달았다.

'정상 진행' 여부에 대한 각 구단의 합의된 의견이 중요했다. 지난해 한동안 2군 없이 경기한 한화 이글스, 올해 2군 포수로 갑작스레 경기를 치른 KIA 타이거즈와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원칙을 뒤집어 예외를 적용할 때는 보다 더 엄격하게 강화된 절차가 필요하다. 역대 이사회의 중대 결정은 충분한 토의 속에 대부분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반대 팀들도 납득할 수 있는 결론도출을 위한 보다 공정한 토의과정 유도. 그것이 바로 두산 출신 커미셔너의 의무였다.

그런 면에서 이번 회의록 공개로 드러난 정지택 총재의 처신은 부적절 했다. 변명이 아닌 납득할 만한 책임 있는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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