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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 향방 가른 '고척 악몽', 어디로 튈지, 어디로 사라질지 모른다[SC줌인]

정현석 기자

입력 2021-11-1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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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 향방 가른 '고척 악몽', 어디로 튈지, 어디로 사라질지 모른다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과 KT의 경기가 1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4회말 무사 1루 두산 3루수 허경민이 KT 유한준의 타구를 뒤로 빠뜨리고 있다. 고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11.14/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남의 땅에서 최고 무대를 펼치고 있는 두 팀.



낯 선 환경에 익숙치 않은 수비수에게 고척은 악몽의 땅이다.

올 시즌 초 삼성 허삼영 감독은 신인 외인 호세 피렐라의 좌익수 수비 투입 계획을 밝히면서 "고척만 제외하고 일주일에 두차례 씩 포지션 플레이어로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척에 처음 수비해보는 선수는 천장 색깔로 인해 타구 판단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비 달인 삼성 박해민도 "고척은 속도가 죽으면서 오는 천연잔디와 달리 땅볼 타구가 빠르다. 외야 수비할 때 안 보고 뒤로 달리는 편인데 고척은 천장 색깔 때문에 간혹 뛰다가 돌아봤을 때 안보이는 순간이 있다. 그런 부분을 조심해야 해서 외야수들은 썩 좋아하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내야수에겐 총알 땅볼 타구나 날아오고, 외야수에게는 천장과 조명 속에 공이 수시로 사라지는 곳, 국내 유일의 돔구장 고척스카이돔이다.

그나마 시즌 절반을 고척에서 치르는 키움 선수들에게는 나름의 대응 노하우가 쌓여있다. 하지만 다른 팀 선수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하다. 코로나19와 도쿄올림픽 브레이크로 길어진 시즌. 올 시즌도 2년 연속 한국시리즈가 중립 경기로 펼쳐지고 있다. KT와 두산 모두 남의 안방에서 시리즈를 치러야 하는 고충.

두 팀 모두 2년 째 고척에서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지만 생소함은 여전하다.

1차전은 수비 측면에서 비교 우위가 있던 두산이 당했다. 결정적 순간 터진 실책 2개가 패인이 됐다.

0-0이던 4회말. 호투하던 두산 선발 곽 빈이 선두 강백호에 7구 승부 끝에 안타를 허용했다. 유한준에게 땅볼 타구를 유도했지만 3루수 허경민이 뒤로 빠뜨렸다. 제라드 호잉의 기습적 희생번트에 이은 장성우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내줬다. 수비 장인 허경민의 실책이 아쉬웠지만 이면에는 딱딱한 그라운드의 빠른 타구 영향이 있었다.

두 번째 실책도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터져나왔다. 1-1이던 7회 배정대의 솔로포로 타이 균형이 깨졌다. 이어 심우준의 안타와 도루로 1사 2루. 조용호의 땅볼을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가 더듬으며 1,3루가 됐다. 속도가 죽지 않으면서 온 측면타구를 한번에 글러브에 넣지 못한 결과였다. KT는 벤치는 상대 실수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황재균에게 히트앤드런을 걸었고, 내야땅볼로 추가점이 이뤄졌다. 강백호의 추가 적시타는 4-1을 만드는 쐐기타였다.

땅볼 뿐만이 아니었다. 1-1로 팽팽하게 맞선 5회말 1사 후 심우준이 좌중간 쪽으로 큼직한 타구를 날렸다. 펜스까지 쫓아간 두산 좌익수 김재환은 마지막 순간 공을 놓치며 포구하지 못했다. 좌월 2루타로 기록됐지만 아쉬운 수비였다.

조용호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정수빈이 환상적인 플라잉 캐치로 막아내지 못했다면 균형이 깨질 뻔 했던 이닝이었다.

9회초에는 박세혁의 평범한 내야 얕은 뜬 공을 3루수 황재균이 조명 방해로 떨어뜨렸다. 유격수 후속플레이로 땅볼 아웃. 당연히 잡힐줄 알고 걸음을 멈춘 박세혁은 안일한 플레이로 질타를 받았다.

첫날 두산을 덮쳤던 '고척 악몽'. 한국시리즈 내내 변수가 될 공산이 크다. 고척 변수를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팀이 왕관을 쓸 공산이 커지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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