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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투수교체, 삼성과 달랐다" '매의 눈' 이순철 위원의 현미경 PO분석[SC줌인]

정현석 기자

입력 2021-11-11 23:50

수정 2021-11-12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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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투수교체, 삼성과 달랐다" '매의 눈' 이순철 위원의 현미경 P…
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KBO리그 포스트시즌 PO 1차전 삼성과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7회 두산 홍건희의 투구에 방망이가 부러지고 있는 삼성 오재일. 대구=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1.11.09/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두산의 '가을 DNA'. 야구계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와일드카드에서 최고 무대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 사상 첫 7년 연속 KS 진출이다.

로켓과 미란다, 외인 투수 듀오가 빠진 채 치르는 가을야구. 그래서 더 경이적이다.

무엇이 두산을 미러클, 그 이상의 퍼포먼스로 이끌고 있을까. 우선 큰 경기에서 야구를 알고 하는 단기전 타짜 선수들을 빼놓을 수 없다.

SBS 이순철 해설위원은 그 뒤에서 선수를 움직이는 벤치 지략에 주목했다.

이 위원은 "김태형 감독의 투수진 운용은 상대 벤치와 달랐다"고 분석했다. "와일드카드 때부터 강하게 승부를 걸어 포기할 건 빨리 포기하고, 되는 경기에 가장 강한 투수를 확 쏟아 붓는 선택과 집중을 했다. 한국시리즈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미는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였다.

타이트한 등판을 거듭해온 선발 최원준이 3-2로 앞선 5회말 1사 만루위기를 맞자 두산 벤치는 오재일 타석 때 좌완 이현승 대신 우완 홍건희로 승부수를 던졌다. 오재일 상대로 이현승은 1타수무안타, 홍건희는 맞대결 기록이 없다.

시리즈 전체를 좌우할 1차전 승부의 분수령.

가장 강력한 공을 던지는 홍건희가 오재일을 막지 못하면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실제 홍건희는 7개 연속 빠른 공으로 정면 승부를 걸었다. 결과는 2루수 앞 병살타. 1차전의 승부처였다. 두산 벤치는 홍건희를 3이닝 동안 길게 끌고가며 8회 기어이 달아나는 점수를 뽑았다.

이순철 위원은 이 선택을 삼성의 2차전 투수교체와 비교해 설명했다.

"야구는 결국 결과론"이라는 전제 하에 이 위원은 "선발 백정현에 대한 선택은 차치하고라도 백정현이 흔들렸을 때 원태인을 미리 준비시켜 바로 붙였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아쉬워했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경기 후 선발 백정현 다음에 원태인이 아닌 최지광을 올린 이유에 대해 "정수빈 페르난데스까지는 최지광이 맡고 원태인이 김재환부터 맡기로 미리 약속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가을야구에서 가장 핫한 좌타자 테이블세터. 그 중 특히 페르난데스는 삼성 벤치에 크나 큰 딜레마를 안겼다.

완벽하게 막아낼 왼손 투수가 없었다. 최채흥은 정수빈(9타수4안타) 페르난데스(9타수5안타) 박건우(6타수5안타)에게 모두 약했다. 원태인도 페르난데스(3타수2안타)에게 약했다.

그나마 세 타자에게 각각 2타수무안타를 기록했던 최지광을 먼저 투입한 이유. 하지만 결과적으로 패착이었다. 최지광은 정수빈에게 볼넷을 내준 뒤 1,3루에서 페르난데스에게 싹쓸이 2루타를 내주고 말았다. 5-0. 승부의 추가 기우는 순간이었다.

이순철 위원은 "데이터는 참고는 해야 하지만 함몰돼서는 안된다. 특히 단기전에서는 더욱 그렇다. 1차전 홍건희 투입 상황에서는 누가 봐도 이현승이 올라올 시점이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데이터를 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의 전제 처럼 야구는 결과의 스포츠다.

결과가 나쁘면 그 어떤 좋은 선택의 과정이라도 퇴색되기 마련.

무엇보다 놀라운 건 상대 벤치의 선택을 철저히 실패로 만든 두산 벤치와 선수들의 저력이었다.

과연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 벤치는 또 한번의 열세 속에 '선택과 집중'으로 무장한 두산 벤치의 승부수를 무력화 시킬 수 있을까. 한국시리즈의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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