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이틀 만의 허무한 '광탈', 비극은 10월의 마지막 밤에 잉태됐다[SC줌인]

정현석 기자

입력 2021-11-11 10:57

수정 2021-11-11 11:28

more
이틀 만의 허무한 '광탈', 비극은 10월의 마지막 밤에 잉태됐다
10일 잠실야구장에서 KBO리그 포스트시즌 PO 2차전 삼성과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이 삼성에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강민호가 피렐라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 잠실=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1.11.10/

[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티끌처럼 모아진 결과물이었던 6년 만의 가을야구.



단 이틀 만에 허무하게 마감됐다. 그야말로 '광속 탈락'이었다.

삼성 라이온즈가 아쉬운 시즌을 마감했다. 삼성은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3대11로 패하면서 단축 시리즈 2패로 탈락했다.

삼성은 2경기 모두 주도권을 쥐지 못했다.

18이닝 중 앞선 순간은 구자욱 피렐라의 적시 2루타로 2점을 선취한 1차전 1회말 뿐이었다. 2회초 강승호의 2타점 동점 적시타와 실책이 겹치면서 곧바로 2-3 역전을 허용했다. 시리즈 첫 1이닝을 제외하곤 17이닝 동안 줄곧 리드를 빼앗긴 채 질질 끌려다닌 셈이다.

허삼영 감독이 1차전 후 "2점을 선취한 뒤 리드를 길게 가져갔어야 했는데 다음 이닝에서 역전을 허용하며 쫓기는 입장이 됐다"고 아쉬워했던 대목이다. 그러면서 "흐름을 빼앗기지 않도록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고 2차전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바람은 현실이 되지 못했다. 2차전은 아예 초반부터 밀렸다.

두산이 1회 2점, 2회 3점으로 일찌감치 5-0으로 달아나며 삼성 반격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 3회 삼성이 1점을 만회했지만 두산은 3,4회 2점씩을 보태며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가을의 비극. 씨앗은 10월의 마지막 날이던 31일 홈에서 열린 KT위즈와의 1위 결정전에서 잉태됐다.

22일, 23일 선두 KT를 연파한 삼성은 단독 1위에 등극하며 정규시즌 우승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하지만 빼앗기 보다 지키기가 더 어려웠다. 부담감에 사로잡힌 삼성은 직후 3경기에서 1무2패로 주춤하며 KT에게 1위 재탈환의 희망을 안겼다. 결국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두 팀은 나란히 승리하며 사상 첫 단일리그 1위 결정전이 성사됐다. 변경 전 룰이었다면 상대전적에서 앞선 삼성의 정규시즌 우승 확정이었다.

끌려나오듯 타이브레이커를 치르게 된 삼성 타선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틀 쉬고 나온 쿠에바스에게 단 1안타 무득점으로 끌려간 끝에 0대1로 아쉽게 패했다. 안방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지켜봐야 했다. 8일을 쉬고 나왔지만 그때 그 부담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밑져야 본전'인 가을타짜 두산의 흐름에 서서히 휘말려 들어갔다. 결국 삼성 타선은 제대로 힘 한번 못 써보고 시리즈를 내주고 말았다. 3전2선승제 단축시리즈로는 1차전을 내준 삼성에게 심리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했다.

시리즈를 패한 뒤 허삼영 감독은 "아쉬운 경기 계속 있었다. 생각 만큼 큰 경기에 부담감이 많이 작용됐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이것도 경험이고 다시 도약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거란 생각"이라고 내일을 기약했다.

만약 타이브레이커 룰이 신설되지 않았다면, 단독 1위 탈환 직후 3경기에서 단 1승만 추가했더라면, 마지막 1위 결정전에서 승리했더라면 부질 없는 가정이지만 정규 시즌 우승은 삼성의 몫이었다. 그랬다면 기다리는 입장에서 7전4선승제의 한국시리즈를 차분하게 기다리며 준비할 수 있었다.

KT와 두산 중 어느 팀이 올라오든 삼성의 가을 색깔은 크게 달라질 수 있었다.

야구에 가정은 없지만 그럼에도 두고 두고 아쉬운 여운이 남는, 제도 변화 속에 불운했던 삼성의 2021년 스산한 가을풍경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