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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입대=실패' 선입견 깬 근성+절실함, '깜짝 4번 타자' 내년에도 볼까[SC핫피플]

박상경 기자

입력 2021-11-10 23:27

수정 2021-11-1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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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입대=실패' 선입견 깬 근성+절실함, '깜짝 4번 타자' 내년에도…
2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KBO리그 LG와 한화 경기. 6회말 2사 1, 2루 김태연이 1타점 동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목표가 있다면 환경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한화 이글스 김태연(24)은 이를 몸소 증명했다. 2016년 프로 진입 후 4시즌을 보내고 선택한 군 복무. 이렇다 할 기록을 남기지 못한 그에게 다른 선수들처럼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는 주어지지 않았다. 전차대대 탄약병으로 현역 복무한 그는 제대한 뒤 육성 선수 신분으로 전환됐다. 올림픽 휴식기 동안 펼쳐진 팀 훈련, 자체 연습경기를 거쳐 그가 후반기 1군에 진입할 때만 해도 눈길을 둔 이는 많지 않았다.

김태연은 후반기 53경기 타율 3할1리(176타수 53안타) 3홈런 34타점, 출루율 0.420, 장타율 0.418로 시즌을 마쳤다. 노시환의 부상 이탈 후 4번 타자 역할을 맡았을 뿐 아니라 내-외야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했다.

김태연 이전까지 야구 선수의 현역병 복무 뒤엔 '실패'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뒤따랐다. 경기력을 다질 여유가 없는 군 생활을 거치면서 컨디션-경기력이 점점 떨어지고, 제대 후에도 반등하지 못한 채 결국 쓸쓸히 무너지는 선수들이 부지기수였기 때문. 그러나 김태연은 근성과 절실함을 증명하면서 1군 진입 기회를 얻었고, 결국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김태연은 자신의 군 복무를 "운 좋게 풀린 군번"이라고 돌아봤다. 하지만 조력자의 배려 뿐만 아니라 일과 시간을 마치고 매일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고, TV로 경기를 지켜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 성실함이 없었다면 '운'은 결코 뒤따르지 않았을 것이다.

김태연의 강점은 타석에서의 끈질김과 수비에서의 멀티 능력으로 압축된다. 하지만 공격에선 시즌 막판 체력 저하와 상대 분석이 겹치면서 고전하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고, 수비에선 여전히 둔탁한 움직임도 엿보인다. 올해를 통해 가능성을 입증하기는 했으나, 내년 주전 확보까진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다.

"눈빛이 다른 선수였다"고 김태연의 첫 인상을 평가했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내년 구상에도 그를 빼놓지 않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김태연이 좋은 선수라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콜업 당시) 기준을 뛰어 넘는 공격력을 보여줬다. 부상으로 빠진 시기가 있었지만,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칭찬했다.

정은원-최재훈-하주석-노시환으로 이어진 타선 코어 역할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수베로 감독은 "김태연은 내년 이후에도 라인업의 코어 타자로 보고 있다. '몇 번을 맡기겠다'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타선 중심에 들어갈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다만 김태연을 풀타임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수비에서 명확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포수 최재훈을 비롯해 정은원(2루수)-하주석(유격수)-노시환(3루수)이 붙박이 역할을 하고 있다. 외야는 노수광이 중견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코너 외야수 자리가 비어 있다. 수베로 감독은 김태연을 3루수 자리에서 가장 많이 활용했으나, 2루수와 좌익수, 우익수, 지명 타자 등 다양한 자리에서 활용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수베로 감독은 "현재 내야가 어느 정도 정리돼 있다. 구성이 쉽게 바뀔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며 "김태연이 플레잉타임을 확보하기 위해선 외야에서 주로 뛰고, 내야수들의 휴식 때 로테이션으로 기용하는 방법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여러 구상을 펼치고 있음을 드러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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