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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긴 휴식은 독일까?' 연투 마다않던 불혹의 구원왕 미스터리[SC줌인]

정현석 기자

입력 2021-11-10 03:40

수정 2021-11-10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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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긴 휴식은 독일까?' 연투 마다않던 불혹의 구원왕 미스터리
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KBO리그 포스트시즌 PO 1차전 삼성과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9회 2사 마운드에 오른 삼성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연속안타에 2실점 후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대구=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1.11.09/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6년 만의 가을야구의 문을 연 삼성.



플레이오프 1차전 패배 이상으로 아팠던 장면이 있다. '수호신' 오승환(39)이 무너진 장면이었다.

삼성 뒷문의 최후의 보루. 라이온즈파크에 돌부처 사진을 세워 둘 만큼 삼성을 지키는 수호신으로서 상징적 의미가 컸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이날 경기를 복기하며 "9회 2사후 실점을 한 것이 뼈 아팠다"고 예상치 못한 오승환의 실점을 아쉬워했다.

오승환은 9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 3-4로 뒤진 9회초 2사 후 마운드에 올랐다. 1타자를 깔끔하게 막고 9회말 역전을 노리겠다는 복안.

하지만 삼성 벤치의 계산은 공 2개 만에 어긋나고 말았다.

박세혁이 오승환의 2구째 시속 144㎞ 패스트볼을 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삼성의 상징 이승엽 외야 그림 앞에 떨어지는 쐐기 홈런포. 끝이 아니었다. 허탈해진 오승환은 연속 안타를 허용한 뒤 정수빈에게 좌익선상 적시 2루타로 1점을 더 내준 뒤 고개를 숙인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아웃카운트를 단 하나도 잡지 못한 채 4연속 피안타로 2실점. 장타가 2개였다. 박세혁은 올시즌 홈런이 단 하나도 없던 타자였다.

9회 2사 1점 차 뒤지던 상황에 오승환을 투입한 이유. 허 감독은 "9회 2사 깔끔하게 마무리 짓고 9회 마지막 공격을 노리고 있었다. 홈 구장에서 좋은 공을 던지고 좋은 분위기를 이끌어주길 바랐다"고 말했다.

삼성의 상징을 통해 두산 타선을 누르고 좋은 흐름을 9회말 공격으로 가져가겠다는 뜻이었다. 실제 9회말 구자욱의 솔로포가 터졌다. 아쉬움이 컸던 대목이었다.

오승환 투입 이유는 하나가 더 있었다.

2차전을 위한 포석이기도 했다. 오승환은 특이하게도 오래 쉬면 구위가 떨어지는 유형의 투수다.

허 감독은 종종 오래 쉰 오승환을 비 세이브 상황에 투입하며 "공백이 길면 제 기량 나오지 않는 투수다. 감각 유지 차원에서 올렸다"고 설명하곤 했다.

그 말 그대로였다. 31일 KT와의 1위 결정전 이후 8일을 쉬고 나온 오승환의 공은 평소 그의 구위가 아니었다.

박세혁에게 홈런을 맞은 패스트볼은 141㎞에 불과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4㎞에 그쳤다. 슬라이더도 포크볼도 각도의 예리함도 떨어졌다.

불혹의 오승환은 연투도 마다하지 않는 투수. 연투 시 결과도 좋았다.

오승환은 시즌 막판 12경기 연속 세이브와 12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 중이었다. 평균자책점을 1.92까지 떨어뜨렸다.

하지만 6일을 쉬고 등판한 10월30일 NC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김주원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그 바람에 1점 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지 못하며 2.03으로 시즌을 마쳤다. 11-4로 크게 앞선 상황이라 나올 필요도 없었음을 감안하면 아쉬운 대목이었다.

긴 휴식 후 결과가 썩 좋지 않은 불혹의 마무리. 연투 상황이 될 2차전 부터는 정상 구위를 되찾을 거란 희망적인 전망 속에 애써 위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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