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화 이글스 이성곤(29)에게 올 시즌은 제2의 시작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다.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한화행 대신 대학 진학을 택했던 이성곤은 2014년 두산 베어스 입단 후 삼성 라이온즈를 거치기까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6월 말 오선진과 1대1 트레이드로 한화로 유니폼을 입은 뒤 빠르게 출전 시간을 늘려가며 비로소 존재감을 발산했다. 12년을 돌아와 입은 한화 유니폼은 어쩌면 이성곤에게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성곤은 한화 유니폼을 입고 뛴 60경기서 타율 2할6푼7리(172타수 46안타) 1홈런 2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58을 기록했다. 삼성 시절인 2020시즌 백업으로 기회를 받으면서 62경기 타율 2할8푼1리(139타수 39안타) 5홈런 18타점, OPS 0.768을 기록했던 시절과 비교해보면 다소 아쉬움은 남지만, 중간에 팀을 옮기면서 적응한 과정을 돌아보면 아쉬움보단 발전 쪽에 좀 더 무게를 둘 만한 기록이다. 트레이드 초반 부진을 떨치고 후반기에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준 점 역시 내년에 대한 기대감을 더 높일 만하다.
이성곤은 현역시절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순철 해설위원의 아들. 때문에 KBO리그 데뷔 때부터 '이순철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언제나 평가대에 서야 했다. 비로소 한화에서 싹을 틔운 가능성을 바탕으로 이성곤이 내년에는 '부전자전 선수'로 거듭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