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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범이도 두산 가니까…" 토종 ERA 1위 출신의 경계심, 피할 수 없는 모순 대결[SC핫플레이어]

정현석 기자

입력 2021-11-09 13:46

수정 2021-11-0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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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범이도 두산 가니까…" 토종 ERA 1위 출신의 경계심, 피할 수 없…
2021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1회말 2실점을 하고 이닝을 마친 삼성 최채흥과 두산 박건우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10.02/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초여름이 시작되던 지난 6월17일 잠실구장.



두산전에 선발 등판한 삼성 최채흥은 이적한 옛 동료 박계범과 처음으로 상대를 했다.

0-0이던 2회말 1사 1,2루. 강승호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위기를 넘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8번 유격수로 출전한 박계범 벽을 넘지 못했다. 초구 123㎞ 체인지업을 강타해 중월 2타점 적시 2루타를 뽑아냈다. 수비 범위가 광활한 박해민 조차 손을 쓸 수 없었던 배럴 타구.

예상치 못한 한방에 최채흥이 흔들렸다. 실책까지 겹치면서 1점을 더 내줬다. 박계범의 적시타는 결국 두산의 6대2 승리를 이끄는 결승타가 됐다. 6이닝 4실점(3자책)의 최채흥은 시즌 5패째.

5개월 여가 흐른 시점. 최채흥은 이 장면을 아프게 기억하고 있었다.

"솔직히 두산 너무 어려워요. 계범이도 (두산 가니까) 잘 치더라고요. 여기 있을 때는 청백전 때 제 공을 못 쳤었는데…. 그때는 체인지업을 잘 못 쳤었거든요. "

이유가 있었던 초구 체인지업 승부. 어쩌면 청백전 때 당했던 기억 속에 노리고 들어온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플레이오프 상대가 된 두산 베어스. 쉽지 않은 타자들이다.

최채흥도 솔직히 인정한다. 시즌 상대 성적도 썩 좋지 않다.

두산전 4경기 1승2패, 6.11의 평균자책점. LG전(2경기 2패 9.31) 다음으로 안 좋았던 성적이다.

최대 천적은 박건우다. 최채흥을 상대로 6타수5안타(0.833) 2타점. 홈런과 2루타 2개가 포함돼 있다. 페르난데스(9타수5안타)와 정수빈(9타수4안타) 등 상위타선 좌타자들도 최채흥을 상대로 강했다.

배짱 두둑한 승부사. 당하고만 있을 최채흥이 아니다.

"건우 형한테 직구 던지다 홈런을 맞았거든요. 그때 농담 삼아 놀리시더라고요. 지금은 제 공도 좋아지고 했으니 이번에는 제가 직구로 삼진 잡아서 형을 놀리려고요.(웃음)"

웃음 속에 감춰둔 독기.

최채흥은 중요한 순간 마운드에 올라야 할 투수다.

시즌 막판 불펜전환 후 큰 힘을 보탠 선수. 불펜 5경기에서 8이닝 2실점(평균자책점 2.25) 1승2홀드를 기록했다. 탈삼진 11개로 결정적인 순간 마다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시즌 초 최채흥이 아니다. 밸런스와 메커니즘이 돌아왔다. 무엇보다 주무기인 슬라이더가 면도날 같은 예리함을 회복했다. '천적' 두산에 대한 두려움은 잊은 지 오래다.

가을만 되면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변신하는 두산 타자들과 지난해 토종 평균자책점 1위(3.58)의 구위를 회복한 좌완 특급의 맞대결.

절체절명의 승부처에서 창과 방패의 흥미진진한 모순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최채흥이 등판하는 시점이 바로 시리즈 명운을 가를 순간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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