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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0홈런 타자 없죠?" 생애 첫 FA, '커리어하이' 보낸 정훈의 속내 [인터뷰]

김영록 기자

입력 2021-11-08 14:00

수정 2021-11-09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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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0홈런 타자 없죠?" 생애 첫 FA, '커리어하이' 보낸 정훈의…
롯데 정 훈.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와 FA다' 이런 생각은 잘 안 든다. 내가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두려움 반, 설렘 반의 심정이다."



생애 첫 FA가 됐다. 34세로 적지 않은 나이지만, 오랜 백업의 설움을 딛고 데뷔 이래 최고의 해를 보냈다.

시즌을 마친 롯데 자이언츠는 휴식기다. 최근 연락이 닿은 정 훈은 "요즘 육아에 바쁘다. 아이랑 놀이공원부터 근처 가야할 곳은 다 다녔다"며 웃었다.

비록 4년만의 가을야구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정 훈은 빛나는 1년을 보냈다. 중심 타선으로 활약하며 타율 2할9푼2리 14홈런 7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19를 기록했다. 종전 커리어하이였던 2015년 대비 1타석, 4안타가 적긴 하지만, 스스로 "2015년보다 낫다"고 단언할 만큼 최고의 시즌이었다.

정 훈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장타력의 발전이 눈부셨다. 지난해 11홈런이 첫 두 자릿 수 홈런이었는데, 올해는 3개를 더 쳤다. 이대호(19개) 한동희(17개)에 이어 팀내 홈런 3위다.

"우리 팀에 20홈런 아무도 없나? 나한테 이런 날이 올줄 몰랐다. 예전엔 맞히기 급급했다. 삼진 당하지 않으려고 굴리든 띄우든 맞히자는 생각 뿐이었다. 이젠 내겐 뒤가 없다. 냅다 돌렸다. 1년간 루틴을 지키는 게 쉽진 않더라. 내년엔 20홈런 90타점에 도전하려고 한다."

시즌초에는 중견수와 1루를 보는 멀티 플레이어였다. 래리 서튼 감독 부임 후엔 1루에 전념하며 수 차례 호수비를 펼쳤다. 정 훈은 "사실 1루로 뛰면 타격에 집중할 수 있다. 뛰어다니지 않으니까 체력 세이브가 된다"면서도 "톱급은 아니지만, 외야수로도 중간 정도는 된다. 우리 팀에 어린 외야수들이 많았을 뿐"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가을야구에서 신명나게 뛰어본 적은 없다. 롯데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2012년 이전과 2017년 정 훈은 백업 선수였다. 그가 맹활약할 때는 롯데가 가을야구에 가지 못했다. 작년과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포스트시즌은 결과와 하이라이트만 보고 있다"며 쓰린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부럽기도 하고, 배도 아프다. 나도 저렇게 팬들 앞에서 뛰어야 하는데, TV 앞에 누워서 보는 건 아닌 거 같다. 팬들께 미안한 마음도 들고."

화제가 됐던 블루투스 타법에 대한 속내도 털어놓았다. 방망이를 던지다시피 맞혀도 안타를 만들어내는 정 훈의 '천재성'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몇몇 해설위원들은 "위험한 행동"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정 훈은 "몇번 말했듯이 일부러 하는 건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안타가 나오니까 고맙긴 했는데, 놓친 방망이가 자꾸 투수 쪽으로 가니까…너무 꽉 쥐고 치려다보니 몸에 힘이 들어가면서 타격에 방해가 되기도 했다. 타석에서 생각이 많으면 안되니까. 논란을 의식한 건 사실이다."

프로 생활을 시작한 팀은 2006년 현대 유니콘스다. 육성 선수로 입단했다. 하지만 방출의 아픔을 겪었고, 군복무 후 2010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12시즌째 함께 해왔다.

내년은 어떨까. 정 훈은 보상선수가 필요없는 C급 FA다. 보상금(연봉의 150%)도 1억5000만원에 불과하다. 좋은 활약을 펼친 데다, 처음이자 마지막 FA가 될 가능성이 높고, 팀내에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도 적지 않다.

롯데 팬들 중에는 '다른 팀 갈 것 같다'며 어느 정도 내려놓은 분위기다. 하지만 정 훈은 "아직 구단하곤 얘기해보지 않았다"면서도 "팬들이 그렇게 말하면 솔직히 서운하다"며 펄쩍 뛰었다.

"작년 올해, 나이는 먹었지만 성적은 더 올랐다. FA는 해본 적도 없고, 실감이 안 나는 게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적은 나이가 아닌데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래도 난 롯데가 '우리 팀'이라고 생각한다. 오래 뛰었고, 내겐 가장 큰 상징이다. 남는 게 우선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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