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KIA 타이거즈는 지난 11일 광주 KT전을 앞두고 날벼락을 맞았다.
경기 직전 포수 두 명이 한꺼번에 빠졌다. A 포수는 지난 4일 광주 두산전에서 타석에 섰던 상대 타자가 코로나 19에 확진되면서 밀접 접촉자로 분류됐다. 설상가상 A 포수의 공백을 메워야 할 B 포수는 지난 5일 방문한 식당에서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자가격리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순식간에 주전 포수 두 명을 잃은 KIA는 당혹스러웠지만, KBO 코로나 19 매뉴얼을 따랐다. 2군에서 신인 권혁경과 이정훈, 두 명의 포수를 긴급 콜업했다.
사실 안방 마님이 바뀐다는 건 투수들의 심리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나마 이정훈은 1군 투수들의 공을 받아본 경험이 있지만, 올해 2차 4라운드 루키인 권혁경은 줄곧 2군에서만 있었다. 1~2군을 오가며 공을 던진 투수들도 있지만, 권혁경이 공을 받아보지 못한 투수들이 더 많았다.
진갑용 배터리 코치는 이정훈 대신 권혁경을 택했다. 이정훈은 올해 1군에서 잠시 포수 마스크를 썼다가 지난달 30일 2군으로 내려간 뒤 팀 방향성에 맞춰 수비 포지션 변경을 위해 1루수로 중용되고 있었다. 그래서 진 코치는 1군 경험은 전무하지만 계속해서 2군 주전 포수로 나섰던 권혁경을 택한 이유다. 그렇게 올해 1차 지명인 이의리와 2차 4라운드 포수가 만나게 됐다.
이날 프로 1군 데뷔전을 치르는 권혁경은 주로 진 코치의 주문으로 이의리를 리드했다. KT 타자들을 전력분석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자주 더그아웃을 쳐다보며 진 코치의 지시를 받았다. 특히 이날 이의리의 제구력은 약간 떨어졌다. 볼넷을 5개나 내주고 말았다. 그럼에도 권혁경은 이날 이의리가 가장 잘 던지는 구종을 유도해 실점 위기를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왔다.
어깨도 나쁘지 않았다. 1회 초 2사 1루 상황에서 2루 베이스를 훔치려던 황재균을 잡아냈다. 자신의 첫 1군 무대 도루 저지였다. 이닝을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자 형들이 갑작스런 프로 데뷔전에도 침착함을 보인 신인을 격하게 칭찬했다.
결국 이의리-권혁경 신인 배터리는 5이닝 무실점을 합작했다. KIA는 향후 10년간 마운드와 안방을 이끌 자원임을 확인했다. 숙제는 남아있다. 건강함과 타격이다. 이의리는 건강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잘 돌아줘야 한다. 권혁경은 타격도 되는 공격형 포수가 돼야 한다.
6연승보다 더 값진 루키 배터리의 탄생, 11일 광주 KT전은 KIA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던 한판이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