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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 하나만…' 손아섭은 왜 안타칠 때마다 상대팀에 고개를 숙였을까[대구비하인드]

김영록 기자

입력 2021-07-11 09:36

수정 2021-07-1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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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 하나만…' 손아섭은 왜 안타칠 때마다 상대팀에 고개를 숙였을까
9회초 롯데 손아섭이 삼성 오승환을 상대로 안타를 쳐낸 후 공을 확보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07.10/

'[대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올해도 데뷔 15년차. 올해 손아섭(33·롯데 자이언츠)의 올시즌 타율은 3할1푼8리다.



꾸준함만큼은 리그에서 손꼽힌다. 2010년 처음 100안타를 넘긴 이래 올해까지 12년 연속 세자릿수 안타를 앞두고 있다. 시즌초의 극심한 부진은 어느덧 잊혀졌다.

10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경기. 롯데는 삼성 라이온즈에 2대3으로 패했다. 하지만 손아섭은 4회 원태인, 6회 이승현(좌완) 9회 오승환에게 잇따라 안타를 때려내며 마지막까지 치열한 승부를 이끌었다. 롯데가 올린 2득점 모두 손아섭이 홈을 밟은 것.

그런데 손아섭이 1루에 나갈 때마다 하는 행동이 눈길을 끌었다. 삼성 선수들에게 자신이 안타를 친 공을 매번 달라고 부탁한 것. 공을 받아든 손아섭은 연신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발이 넓고 넉살 좋기로 이름난 손아섭답지 않았다.

손아섭은 이날 경기 전까지 데뷔 통산 1996안타를 기록중이었다. 2000안타는 현재까지 KBO리그 역대 11명만 가진 기록이다. 손아섭은 역대 12번째이자 장성호(전 KIA 타이거즈) 대신 최연소, 이병규(전 LG 트윈스) 대신 최소경기 2000안타의 주인공으로 남게 된다. 이날 안타 3개를 때리며 통산 1999안타를 기록했다.

하지만 사실 손아섭은 이날 '최소' 2000안타를 채웠다. 6월 27일 두산 베어스 전에 기록한 1안타가 있기 때문이다.

두산 전은 7회 경기 도중 서스펜디드(도중 연기)로 순연돼 공식 기록에 포함되지 않는다. 차후 10월 7일로 예정된 나머지 이닝을 끝낸 뒤 원래 날짜에 치러진 경기로 복원된다. 손아섭에게 최소 1~2번의 타석이 더 남아있어 추가 안타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손아섭은 이날 '통산 1998호' 안타 공부터 챙기기 시작한 것. 어떤 공이 자신의 공식 '2000안타' 기념구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서스펜디드가 낳은 진기한 장면이다.

손아섭은 2007년 4월 7일 수원 현대 유니콘스 전에서 프로 1군 데뷔전을 가졌고, 이날 첫 안타를 기록했다. 이후 데뷔 9년차인 2015년 851경기만에 통산 1000안타를 기록했다. 통산 2000안타를 기록한 선수들 중 손아섭처럼 최다안타 1위를 3차례 이상 차지한 선수는 이병규(4회) 뿐이다. 올해 4번째 최다안타왕도 노려볼만하다. 시즌초 극심한 부진에도 불구하고 벌써 95안타를 기록, 1위 강백호(107개)에 12개 차이로 따라붙었다.

대구=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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