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SC초점]"볼넷은 공짜가 아니다", 정은원-홍창기가 이상적인 리드오프인 이유

노재형 기자

입력 2021-05-26 10:19

more
"볼넷은 공짜가 아니다", 정은원-홍창기가 이상적인 리드오프인 이유
2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KBO리그 한화와 KT의 경기가 열렸다. 타격하고 있는 정은원. 대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05.22/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볼넷을 영어로 '프리 패스(free pass)'로 부르기도 한다. '무임승차'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절대 공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적어도 투수가 던진 공 가운데 4개의 볼을 골라야 한다. 선구안이 필요하며 까다로운 공을 커트해내는 컨택트 능력도 갖고 있어야 한다. 상당한 수준의 노력이 투입돼야 얻을 수 있는 결과라는 이야기다. 출루가 필요할 때 볼넷만큼 위력적인 공격 방법도 없다.

이 점에서 본다면 한화 이글스 정은원, LG 트윈스 홍창기는 올시즌 이상적인 리드오프다. 25일 현재 둘은 볼넷 부문 1,2위를 달리고 있다. 정은원이 180타석에서 38개, 홍창기는 197타석에서 35개의 볼넷을 각각 기록했다.

정은원은 타율이 2할6푼8리로 리그 평균 수준이지만, 출루율 부문서는 4할2푼2리로 7위에 랭크돼 있다. 출루율 4할 이상을 톱클래스로 평가하는데, 정은원의 출루 능력은 올시즌 리그 최고 수준으로 향상됐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올해 11경기에서 2볼넷 이상을 얻었다. 3볼넷 이상도 2경기다. 지난 4월 2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4볼넷을 얻기도 했다.

선구안이 부쩍 좋아졌다는 평가다. 2018년 입단한 그는 2019년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6푼2리, 출루율 3할1푼7리를 기록하며 톱타자로서 가능성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1군 출전이 79경기에 불과했지만, 볼넷 비율이 13.5%로 직전 시즌의 7.7%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올시즌 볼넷 비율은 21.1%로 또다시 배로 뛴 셈이다.

타석당 투구수에서 정은원의 능력이 드러난다. 전체 타자들의 타석당 투구수는 4.00개인데, 정은원 4.62개로 단연 1위다. 2위 롯데 자이언츠 한동희의 4.47개, 3위 키움 히어로즈 이용규의 4.43개와 비교해도 독보적이다.

정은원의 헛스윙 비율은 4.2%로 리그 전체 9.4%의 절반도 안된다. 루킹 스트라이크 비율이 27.3%로 높은 편이지만, 삼진은 29개로 볼넷보다 훨씬 적다. 헛스윙과 루킹 스트라이크, 파울, 타격을 모두 합친 스트라이크 비율이 55.7%이고, 나머지 44.3%가 볼이다.

홍창기는 지난해 주전을 꿰차며 '볼넷 기계'라는 별칭을 얻었다. 올해 시즌 초 주춤했지만, 최근 8경기에서 11개의 볼넷을 기록하며 출루에 시동을 걸었다. 홍창기는 올시즌 볼을 가장 많이 고른 타자다. 387개의 볼을 골랐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53.5%, 볼 비율이 46.5%다. 볼넷 비율 부문 1위다.

타율 3할8리에 출루율은 4할4푼7리로 4위에 올라 있다. 그는 지난해 135경기에서 타율 2할7푼9리, 출루율 4할1푼1리를 올리며 톱타자로 합격점을 받았다. 볼넷을 많이 골라내는 선구안을 지녔다는 이유 하나로 톱타자를 꿰찬 보기 드문 케이스인데, 올시즌에는 타격 능력도 한층 향상된 모습이다.

볼넷은 그동안 홈런타자들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올해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하면 정은원은 133개, 홍창기는 120개의 볼넷을 얻어낼 수 있다. 한 시즌 최다 볼넷 기록은 2001년 롯데 자이언츠 펠릭스 호세의 127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