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제구 난조가 다시 한번 '슈퍼 루키'의 발목을 잡았다. 키움 히어로즈 장재영의 선발 데뷔전이 ⅓이닝만에 막을 내렸다.
장재영은 2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입단 계약금 9억원을 받은 초대형 기대주 장재영의 프로 데뷔 후 첫 선발 무대였다. 물론 선발 투수보다는 '오프너'에 가까웠다. 이날 키움은 안우진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일찌감치 '불펜 데이'를 예고했고, 그중에서 장재영은 첫번째 투수였다. 선발로 완벽한 준비가 안돼있기 때문에 한계 투구수 50개를 설정해놓고 마운드에 올라갔다.
최고 155㎞에 가까운 강속구를 뿌리는 신인 투수. 그러나 고질적인 제구 문제가 장재영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이날 장재영은 1회초 아웃카운트를 1개 잡는 동안 안타 없이 볼넷만 5개를 내줬고, 볼넷으로 나간 주자 5명이 모두 홈으로 들어오면서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첫번째 타자 허경민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한 후,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를 상대로도 1B에서 2구째를 건드려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두산 타자들은 장재영의 제구가 흔들린다는 점을 간파하고 차분하게 볼을 골랐다. 3번타자 박건우도 풀카운트 끝에 볼넷. 비슷한 공은 커트해냈고, 볼은 기다렸다. 그만큼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크게 났다.
다음 타자 김재환까지도 볼넷을 내주며 1사 만루 위기. 양석환과 무려 12구 승부를 펼친 장재영은 결정구를 꽂지 못했고, 결국 12구만에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악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인태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또 1점을 밀어내기로 내줬다. 2점을 주고 계속되는 만루 위기에서 7번타자 박계범을 상대로도 초구에 볼이 들어가자 키움 벤치가 움직였다. 투수를 박주성으로 교체했고, 장재영은 물러났다.
박주성이 장재영의 책임 주자들을 모두 홈으로 들여보내면서 장재영의 최종 기록은 ⅓이닝 무안타 5볼넷 5실점. 직구 최고 구속은 154㎞, 평균 구속은 151㎞로 여전히 빠른 공을 뿌렸지만 키움은 1회초 타자 일순을 포함해 무려 9점을 내준 끝에 힘겹게 수비를 마칠 수 있었다. 장재영의 선발 데뷔전이 허무하게 끝났다.
등판을 마친 후에 더그아웃에 내려온 장재영은 아쉬움이 가시지 않은듯한 모습이었다. 김성민을 비롯한 선배들이 장재영에게 위로를 건네는 장면도 보였다. 이제 겨우 19살. 입단 당시부터 주위의 기대치가 컸던만큼 첫 선발 등판 결과에 대해 누구보다 중압감이 컸을 장재영이다. 과거의 걸출한 투수들도 시작부터 완벽하진 않았다. 장재영에게도 성장약이 될 첫번째 경험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