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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구단주 방문→그리고?' 롯데 야구 그 너머, 혁신의 시작점을 찾아라

김영록 기자

입력 2021-04-29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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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주 방문→그리고?' 롯데 야구 그 너머, 혁신의 시작점을 찾아라
2021 KBO리그 LG트윈스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가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롯데 신동빈 구단주가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1.04.27/

[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롯데를 계속 불쾌하게 만들어 좋은 야구를 하게 만들겠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SSG 랜더스 구단주)이 또 한번 롯데그룹, 롯데 자이언츠를 향해 날을 세웠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주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잠실야구장 방문 직후였다. 신 회장은 지난 27일 잠실야구장을 찾아 롯데를 응원하다 7회쯤 떠났다. 2015년 9월 11일 부산 사직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약 6년 만에 다시 야구장을 찾았다. 모자부터 마스크, 점퍼까지 롯데 자이언츠 로고로 휘감고 경기를 지켜봤다.

27일 늦은 밤 정용진 부회장은 "야구에 관심이 없는데, 내가 도발하니까 그제서야 야구장에 온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구단주의 야구장 방문은 긍정적인 액션이다. 대기업 구단이 주를 이루는 KBO리그 특성상, 구단주가 팀에 대한 애정을 표하는 것을 싫어하는 팬은 없다. 경우에 따라 FA 등 적극적 투자를 약속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새롭게 KBO리그에 진입한 정 부회장은 이 같은 주류에 반기를 들었다. 모기업 의존적인 구조가 아닌, 현실 경제와 맞닿은 구체적인 청사진을 야구계에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야구단의 성적과 별개로, 막강한 팬덤을 지닌 '자이언츠'와 롯데 그룹 사이에 이름 외엔 의미있는 접점이 없다는 지적이다. 성적을 넘어선 그 무엇, 산업(유통)과 야구를 피부로 느끼는 야구장에서의 경험을 강조하는 '직격탄'이다.

야구적인 면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변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8년 KBO리그 사상 첫 외국인 감독(재일교포 제외) 제리 로이스터를 영입했다. 이대호에게 FA 역사상 최고액인 150억원(총액)을 투자했다. 30대 성민규 단장을 단장으로 발탁하고, 대규모의 외국인 스태프를 영입했다.

문제는 이같은 행보가 거시적인 큰 틀과 인프라 확충에 대한 노력 등 장기적인 브랜드 강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도리어 KBO 원년구단의 역사만큼이나 퇴색된 이미지만 강해졌다.

롯데그룹과 롯데 자이언츠가 '6년 만에 야구장을 찾은 회장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에 멈춰있어선 안된다. 한때 롯데 아닌 '부산 자이언츠'를 외치던 일부 팬들의 목소리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스포츠단 운영과 투자는 현명하게 다가서면 사회 공헌의 범주를 넘어선 현실 이익 실현과 기업과 팬이 함께 성장하는 베스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유통그룹 롯데가 야구와 협업하려면 사직구장 시설 개선이 시급하다. 야구장은 야구 그 너머, 먹고 응원하고 웃고 즐기는 '야구 경험' 전체를 선물하는 공간이다. 롯데의 첫 걸음이 이뤄져야하는 장소다. 현재 사직구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낙후된 야구장이다. 막강 팬덤의 지지와 애정이 모기업과의 시너지 효과로 자연스레 이어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지역 라이벌인 디펜딩챔피언 NC 다이노스는 메이저리그식 새 구장 창원NC파크와'(김)택진이형' 네이밍을 통해 팬들에게 한층 친밀하게 다가서고 있다.

롯데 구단의 의지 외에 부산시의 적극적인 협조도 필수적이다. 1년마다 임대재계약을 하는 현 시스템으로는 환골탈태가 불가능하다. 박형준 신임 부산시장이 선거전 야구장 개선사업 공약을 모른체 해선 곤란하다.

사직야구장 개선은 박형준 시장이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부산 시민을 위한 복지다. 국내 최악의 시설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9억4000만원에서 33억7000만원으로 무려 42.4% 인상된 사직구장 사용료 개선 또한 꼭 필요하다.

부산시가 우물쭈물한다면 롯데가 먼저 움직여야한다. 이대호의 인프라 개선 호소에만 기댈순 없다. 구단주의 원정 방문에 안주해선 안된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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