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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LG 떠나고 싶지 않아" 홀드 1위+ERA 0, 프로 11년차에 맞은 인생 대역전

김영록 기자

입력 2021-04-28 09:27

수정 2021-04-2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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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떠나고 싶지 않아" 홀드 1위+ERA 0, 프로 11년차에 맞은 …
2021 KBO리그 LG트윈스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가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투수 김대유가 8회초 2사 만루에서 오윤석을 삼진으로 잡은 후 포효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1.04.27/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프로 입단 11년차. KBO리그 10개 구단 중 벌써 4번째 팀에서 인생 대역전을 이뤄냈다.



LG 트윈스 김대유는 팀당 20~21경기를 치른 현재 무려 홀드 8개로 이 부문 단독 선두를 질주중이다.

지난 5년간 홀드왕의 시즌 홀드 갯수는 평균 29개. 이중 2019년 김상수의 40개를 빼면 26개 남짓까지 줄어든다. 김대유의 시즌초 페이스가 얼마나 빠른지 알수 있다.

여기에 평균자책점은 10경기 9⅓이닝을 소화한 현재까지 0. 표본이 적긴 하지만, 여러차례 터프한 상황을 이겨낸 만큼 순도 높은 기록이다.

27일 롯데 자이언츠 전에서도 그랬다. 오지환 라모스의 홈런을 앞세워 4-0으로 앞서가던 LG는 8회 이날의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필승조로 등판한 정우영이 제구에 난조를 보이며 볼넷 3개로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것. 팀 선배인 봉중근 해설위원은 "본인이 나갈 타이밍인데 전혀 준비가 안됐다"며 비판했다.

이때 류지현 감독의 선택은 김대유. 김대유는 자신을 노리고 대타로 나선 우타자 김민수와 오윤석을 잇따라 삼진처리하며 '홀드 1위 미스터제로'다운 포스를 뽐냈다. 오윤석까지 잡아낸 뒤엔 뜨거운 포효를 내질렀다. LG는 김대유의 수훈을 앞세워 이날 승리를 따냈다.

김대유는 이날 사전 인터뷰에서 "전보다 좌타자가 (내 공을)상대하기 더 어렵도록 투구폼에 변화를 줬다. 내가 놓치고 있던 부분을 경헌호 코치님이 잡아주셨다. 그게 주효했던 것 같다"며 감사를 표했다. '우타자들도 까다로워한다'는 말에는 "자신감이 없진 않은데, 아직 표본이 너무 적다. 현재까지 운이 좋다고 말하고 싶다"며 멋적게 웃었다.

과거 구대성마냥 2루를 바라보던 투구 준비자세도 바뀌었다. 그는 "내 발 위치를 찾은 것 같다. 안정감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결정구로 활용중인 커브에 대해서는 "내가 던지기 힘든 공이니까, 타자도 상대하기 힘들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시즌 전 김대유의 목표는 그저 1군 진입이었다. 추격조라도 1군에서 뛸 수 있는 자리만 있길 바랐다. 하지만 어느덧 LG 불펜의 핵심으로 거듭났다. 슬그머니 필승조로도 올라섰다. 김대유는 "홀드 순위표를 솔직히 봤다"며 웃은 뒤 "여동생이 가족 단톡방에 올렸더라. 주변 지인들도 한 마디씩 한다. 지금이라도 캡쳐해야되나 싶다"며 미소지었다.

"류지현 감독님과 경헌호 코치님이 믿고 밀어주신 덕분"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앞서 스프링캠프에서 '부담갖지 말고 편하게 던져라'라는 류지현 감독의 한 마디가 큰 도움이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대유의 아버지는 전 롯데 자이언츠 투수 김종석이다. 김대유는 "전엔 아버지하고 야구 얘기를 잘 안했는데, 올해 많이 하고 있다. 요즘은 매경기 끝나고 전화로 마음 편하게 하라는 격려도 해주셨다"며 행복한 속내도 드러냈다.

김대유는 한번의 방출, 2번의 2차 드래프트 이적을 겪은 선수다. 올시즌 개막 전까지 통산 성적은 승리, 세이브, 홀드 없이 단 1패가 전부였던 투수다. 하지만 29세 뒤늦은 나이에 비로소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다.

김대유는 "LG 팬분들의 응원이 장난이 아니다. 우리 팀이 올해 좋은 성적을 내고, 내가 그 팀에서 잘 던지고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면서 "LG를 떠나고 싶지 않다"는 각오도 전했다. 올시즌 목표로는 소박하게 '시즌 완주'를 내밀었다.

한편 김대유는 올시즌 마음에 크나큰 짐 하나도 안고 있다. 지난 16일 두산 베어스 전에서 박세혁의 얼굴을 맞춰 안와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입힌 것. 이날 인터뷰는 최근 김대유의 활약상에 대한 자리였지만, 김대유는 시작에 앞서 박세혁의 이야기를 꺼낸 뒤 다시한번 깊게 머리숙여 사과했다.

"박세혁 선수와 가족들, 팬들께 이 자리를 빌어 한번 더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박)세혁이 형이 '너무 힘들어하지 마라. 이젠 운동장에서 웃으면서 인사하자'는 답장을 주셨다. 이 자리를 빌어 한번 더 죄송하다고 말씀드린다. 다신 그런 일이 없도록 잘 준비하는 투수가 되겠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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