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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스토리]"내 인생 마지막 OK, 父와 함께" 27세 호랑이의 뭉클한 작별

김영록 기자

입력 2021-04-14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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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마지막 OK, 父와 함께" 27세 호랑이의 뭉클한 작별
시구를 맡은 아버지와 함께 선 이동건.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제 인생 첫 캐치볼이 6살 때 아버지를 상대로 한 거다. 그래서 마지막 캐치볼도 아버지와 함께 하고 싶었다."



KIA 타이거즈 불펜을 뜨겁게 달구던= 기운찬 목소리의 주인공. 인터뷰에 임하는 그의 얼굴에는 순박한 미소가 가득했다.

이동건(28)은 KIA에서의 5년 세월을 뒤로 하고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기로 했다.

팀을 향한 남다른 헌신으로 유명한 그다. 2017년에는 외국인 선수인 헥터 노에시와 팻 딘의 적응을 적극 도왔다. 2년 뒤 헥터와 팻딘이 자신의 고국으로 그를 초대해 감사를 표했을 정도다. 이해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구를 챙긴 사람도 이동건이었다.

2020시즌 스프링캠프 때 가장 중요한 선수(MIP)로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 그는 250달러(약 30만원)의 상금을 대한 대한적십자사에 기부하는 따뜻한 마음씨를 보였다. 억대 연봉을 받는 프로 선수가 아닌, 박봉 계약직 불펜 포수의 선행이라 더욱 주목받았다. 지난해 10월에도 맷 윌리엄스 감독이 꼽은 '이달의 감독상'으로 선정됐고, 그 상금 25만원에 같은 액수의 자기 돈을 보태 대한적십자사에 50만원을 기부했다.

이 같은 팀의 활력소 역할을 인정받아 육성 선수로 전환, '진짜 포수'가 됐다. 하지만 그는 지난 3월 적지 않은 나이를 감안해 미트를 벗고 폐기물 처리 업체 '대광금속'을 운영하는 삼촌을 돕기로 했다.

이에 KIA는 13일 롯데 자이언츠 전을 앞두고 이동건을 위한 송별식을 열었다. 이화원 대표이사가 직접 골든글러브를, 조계현 단장은 기념 유니폼을 전했다. 윌리엄스 감독과 주장 나지완도 선수단을 대표해 꽃다발을 건네며 앞날을 응원했다.

그가 마지막 캐치볼 상대로 선택한 사람은 아버지 이시형 씨였다. 정든 챔피언스 필드, 그리고 자신의 야구 인생을 향한 이동건 나름의 따뜻한 작별 인사였다.

이동건은 "받기만 했던 사람이라 시구 한번 하라는 제의를 받았는데, 아버지와 캐치볼을 하고 싶었다"면서 "아버지가 이날을 위해 모교(화정초등학교) 감독님을 만나 특별 레슨을 받으셨다"며 해맑게 웃었다.

"야구 그만둔다는 말에 아버지가 많이 슬퍼하셨다. 일하다가 허리를 다치셔서 4번을 수술하셨는데, 빚을 지면서까지 절 야구시키셨다. 그 빚을 올해 초에 다 갚았다. 내가 더 잘했어야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이동건이 꼽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역시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이동건은 "입단 첫해에 우승을 했으니까, 아직도 그날의 세리머니가 생각난다"며 활짝 미소지었다.

"야구계를 떠나니 주말에 맘편히 쉬는게 가장 좋더라. 마음 굳게 먹고 사회에서 버텨보겠다. 회사가 일산에 있다. 당장은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생활이 조금 안정되면 서울 원정 때 '직장인 KIA팬'으로 꼭 응원가겠다."

광주=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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