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일본)=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야구장을 쓰는 사람들이 만들어야 합니다."
2024년 7월22일은 한국, 일본 야구에 뜻 깊은 날이었다. 일본프로야구 닛폰햄 파이터스의 홈구장 에스콘필드에서 양국 레전드 올스타들이 참가한 '한-일 드림 플레이어즈 게임'이 열렸다. 3만명의 관중 앞에서, 선수와 팬 모두 아름다운 추억 여행을 떠났다.
그에 앞서 KBO의 SSG 랜더스와 NPB의 닛폰햄이 손을 맞잡았다. 닛폰햄 파이터즈의 마케팅 자회사 파이터스 스포츠&엔터테인먼트(FSE)와 상호 업무 협약(MOU)를 체결한 것이다. 지난해 600억엔(약 5440억원)을 들여 새롭게 지은 에스콘필드의 노하우를 2028년 청라돔 완공을 목표로 하는 SSG에 전하겠다는 것이다.
이 두 행사의 중심에는 FSE 미타니 히토시 사업총괄 부본부장 역할이 컸다. SSG 권재우 마케팅팀 파트너와 함께, 양 구단의 교류를 이어오게 한 핵심 인물이다.
그리고 미타니 부본부장은 에스콘필드 건설을 진두지휘 하다시피 한 사람이기도 하다. 예술 작품과도 같은 야구장 구석구석,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한다.
미타니 부본부장은 에스콘필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는 "에스콘필드를 보며, 아시아에 돔구장이 한 군데라도 더 생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레전드 올스타전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에스콘필드를 짓기 위해, 전 세계 수많은 돔구장과 야구장을 돌아다녔다고. 미타니 부본부장은 "우리 홋카이도 지역 특성상 돔구장은 필수였다. 그런데 천연잔디 구장을 만들고 싶었고, 개폐식 건축을 선택했다. 개폐식 지붕을 올리는 데 200억엔의 비용이 더 들었다고 보면 된다. 미국 메이저, 마이너 구장들을 모두 돌았다. 어느 한 곳을 참고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각 구장마다의 장점을 모두 흡수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야 중앙 벽이 유리로 돼있는 것, 1루와 3루 양측에 똑같은 사이즈의 거대 전광판을 설치한 건 전 세계 통틀어 없는 사례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타니 부본부장은 사실 경영학도 출신. 하지만 2004년 긴테쓰 버펄로스가 없어진다고 할 때, 구단이 사라지는 걸 막아보겠다는 일념으로 야구단 프런트의 길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리고 야구와 구단에 대한 애정이 혁신적인 경기장 건설로까지 발전돼 이어졌다. 이제는 야구장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전문성을 자랑한다. 미타니 부본부장은 "보통 야구장들은 원형 구조이지 않나. 그런데 건축학적으로 원형 건축물은 여러 방면 효율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에스콘필드는 직선 구조가 많다. 그렇게 되면 그라운드와 가장 먼 좌중간, 우중간에 있는 팬들도 선수들과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 팬들이 좋아하는 홈런도 많이 나온다. 물론, 우리 닛폰햄 팀 홈런이 늘지 않는 건 문제이지만 말이다"라며 재치 있는 설명을 곁들였다.
미타니 부본부장은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찾아올 수 있게 만들었다. 20년, 30년을 함께 할 새로운 팬들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온천, 맥주, 어린이 등을 테마로 잡았다. 실제 입장해 야구를 보지 않는 팬들도 많다고 한다. 장기적으로 팬층을 넓게 할 수 있는 길이다"라고 밝혔다.
한국도 청라돔, 그리고 잠실돔 건설에 들어갈 예정이다. 에스콘필드는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다. 미타니 부본부장의 조언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미타니 부본부장은 마지막으로 "처음부터 100점을 노리면 안된다. 에스콘필드도 처음엔 70점을 목표로 했다. 우리도 계속, 쉬지 않고 팬들의 의견을 반영해 개선하고 있다. 처음 100점으로 지어놓으면,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처음부터 욕심내지 말고 후속 대처가 가능한 자금적,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두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홋카이도(일본)=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