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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 욕 나오게 만든 류현진의 폭포수 커브, '세 번은 안 당한다’며 배트 휘둘렀는데...[잠실 현장]

[잠실=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웃음기 사라진 류현진은 무서웠다. 공 한 개 한 개에 집중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나부터 시작된 5연패를 끊겠다'는 책임감, 한국 복귀 후 3경기째 승리를 못 거두며 상처받은 자존심이 '괴물'을 각성시켰다.



그런 류현진이 마운드 위에서 딱 한 번 웃음을 터트렸다.

11일 잠실구장.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 경기에 등판해 6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거둔 가운데 동갑내기 양의지와의 대결이 화제가 됐다.

4회초 문제의 장면. 류현진이 첫 타자 허경민을 바깥쪽으로 크게 휘는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다음 타자는 양의지. 류현진이 던진 112km 커브가 몸쪽 높은 곳에서 뚝 떨어지며 스트라이크존 상단을 통과했다.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양의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첫 타석에서도 본 그 커브다. 1회말 첫 맞대결에서 류현진은 초구 143km 직구에 이어 114km 커브로 연속 2스트라이크를 잡았다. 눈높이로 오던 공이 뚝 떨어져 스트라이크가 됐다. 배트를 들어 공의 궤적을 가리킨 양의지의 표정은 황당함 그 자체.



다시 4회말 장면. 초구 커브를 그냥 흘려보낸 양의지에게 류현진이 또다시 커브를 던졌다. 두 번은 당했지만, 세 번은 당할 수 없지 않은가. 양의지가 기다렸다는 듯이 타이밍을 늦춰 배트를 휘둘렀다. 타이밍은 맞았다. 그런데, 유인구였다. 궤적은 비슷했지만 스트라이크존 하단으로 뚝 떨어지는 커브. 양의지의 배트 밑부분에 맞은 타구는 힘없이 파울이 되고 말았다.



그 순간, 양의지가 속았다는 듯 분한 감정을 폭발하고 말았다. 양의지의 입 모양과 표정을 본 류현진이 입을 크게 벌리며 웃음을 터트린 순간이다.

류현진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파울을 치고 식빵 욕을 하더라. 그래서 웃었다. 타이밍은 맞았는데 파울이 되니 양의지가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같이 웃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류현진과 양의지는 87년생 동갑내기 친구다.

10일 한화전에서 역전 스리런포를 터트린 양의지는 11일 류현진과의 맞대결에서 3타수 무안타로 완패했다. 양의지뿐만 아니라 두산 타자들이 각성한 류현진에게 당했다. 두산 타자들은 5회 2사에서 대타로 나온 김기연이 중전 안타를 치기 전까지 무안타로 침묵했다. 볼넷만 2개를 얻어낸 게 전부.



류현진은 6이닝 동안 94개의 공을 던지며 1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직구(32개) 최고 구속은 시속 148k㎞가 나온 가운데 체인지업을 31개를 던지며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커브(19개)와 커터(12개)를 곁들였다.

타선도 류현진을 응원했다. 1회초 노시환의 적시타로 1점. 3회 안치홍의 적시 2루타로 2-0을 만든 한화 타선은 8회 2사 2루에서 안치홍이 다시 쐐기 적시타를 날리며 3-0으로 앞섰다.



류현진에 이어 7회부터 등판한 장시환 한승혁 주현상도 무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막아내며 한화가 3대0 승리했다. 류현진은 팀의 5연패를 끊으며 2012년 9월25일 이후 잠실 두산전 이후 4216일 만에 KBO리그 복귀 첫승을 거뒀다.



통산 99승을 거둔 류현진은 다음 주중 NC전에 대망의 100승 도전에 나선다.